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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13 19:49 수정 : 2019.11.14 02:37

‘달선각-달성사-자생식물원’로 이어지는 오솔길. 박미향 기자

향이네 식탁

‘달선각-달성사-자생식물원’로 이어지는 오솔길. 박미향 기자

덜컹, 덜컹. 제우스가 성냥갑만 한 케이블카를 들고 뒤흔드는 것 같았어요. 목포 앞바다에서 부는 강풍은 가슴을 쪼그라들게 하더이다.

지난 주말 목포로 여행을 떠났지요. 지난 9월 개장한 ‘목포 해상 케이블카’가 ‘핫 플레이스’이더군요. 평일에도 최소 40분 이상 줄 서야 탈 수 있어요. 목포는 출장도 많이 간 곳이지만, 일을 내려놓고 그저 ‘멍 때리기’ 위해 다시 찾은 곳입니다. 제일 먼저 간 곳이 해상 케이블카였죠. 케이블카가 흔들릴 때마다 두려움이 엄습했지만, 창밖에서 스며들어오는 남도 노을이 너무 붉고 아름다워서 세상을 바꾼 혁명가처럼 가슴이 뛰었어요. 그리고 최근 생긴 목포의 명물은 또 있습니다.

목포에서 압해대교를 지나면 신안군으로 이어지는 천사대교가 나타납니다. 신안군 앞바다에서 보이는 천사대교는 단언컨대 샌프란시스코 금문교보다 아름답습니다. 올해 4월 개통한 천사대교도 ‘핫 플레이스’이죠. 수려한 조형물이 주는 미학적 가치와 감동은 말로도, 돈으로도 따질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전 목포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유달산에서 발견한 작은 오솔길이었습니다. ‘달선각-달성사-자생식물원’으로 이어지는 좁은 길이었죠. 유달산에 오른 이들은 달선각만 보고 이 오솔길을 지나치기에 십상입니다. 눈에 잘 띄지도 않고, 설사 입구가 살짝 보여도 너무 평범해 보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제겐 특별했습니다. 걸을 때마다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나를 오롯이 진정한 친구로 받아들이게 되더군요.

이번 주 ESC는 수능 날을 맞아 어른들이 풀만 한 ‘수능 수학능력시험’을 준비했어요. 그저 우리도 수험생들의 고생에 동참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토닥토닥 격려해주고 싶었습니다. 오늘만은 걱정과 근심에서 해방되라고 말이죠. 그리고 그들에게 갈 만한 여행지로 이 오솔길을 추천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진짜 친구 ‘자기 자신’을 만날 수 있는 호젓한 길입니다.

박미향 팀장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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