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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1.14 20:02 수정 : 2018.11.14 20:12

삼색 퀴노아. 박미향 기자

향이네 식탁

삼색 퀴노아. 박미향 기자

4년 전 낯선 도시 페루의 리마에서 만나 종종 떠올랐던 그를 지난 월요일 홍콩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서른 살의 정상. 그의 이름은 정상입니다. 이름처럼 ‘정상’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그의 모습에서 아찔한 경외감마저 느꼈지요. 그의 직업은 요리사입니다. 몇 달 전부터 홍콩의 고급 레스토랑 ‘이추 페루’에서 총괄 셰프로 일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는 오매불망 홍콩 갈 일만 기다렸지요. 알고 싶었습니다. 아니, 반드시 알아야 했습니다. 그의 숨결이 스며든 ‘이추 페루’를요. 이건 다른 이와 구별되는 저만의 강한 욕망이자 집착입니다. 궁금한 것은 꼭 알아야 합니다. 그것이 채워지지 않으면 우울한 불안증이 봄날 벚꽃처럼 만개합니다. 다 안다고 해서, 그것으로 뭘 할 것도 아니면서, 저는 호기심이 채워지지 않으면 안달합니다. 신의 도움일까요? 마침 홍콩 출장 건이 생겼고, 전 바로 ‘이추 페루’의 점심을 예약했습니다.

정상 요리사. 박미향 기자

이추 페루는 리마의 고급 레스토랑이자 영국 잡지 <더 레스토랑>이 매년 뽑는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50’의 상위권에 오르는 ‘센트럴’의 주인 겸 요리사인 비르힐리오 마르티네스가 아시아에 첫선을 보인 식당입니다. 마르티네스는 중요한 아시아 거점 레스토랑의 총괄 세프로 센트럴에서 일했던 한국인 정상을 앉힌 겁니다. 제가 정상을 처음 만난 곳도 센트럴이죠.

이추 페루는 늦은 밤이면 인간들이 켠 등으로 산등성이가 온통 별나라가 되는 쿠스코의 격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곳이었습니다. 자연의 원색으로 물든 접시, 심장 소리와 엇비슷한 음악, 턱에 가득 자란 정상의 수염 등. “문 연 지 두 달밖에 안 됐는데 와줘서 고맙다. 열심히 연마해서 언젠가 귀국해 실력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하는 그. 하지만 그와 만남은 짧았고, 제 호기심은 계속 채워지지 않은 채 저를 압도해버렸습니다. 불안해지기 시작했죠. 이번 ESC 명상편을 준비하면서 알게 됐죠. 과도한 호기심도 나를 옭아매는 또 다른 스트레스이자 족쇄라는 것을요. 하지만 타고난 성정을 어떻게 바꾸겠습니까? 그래서 선택했지요. 짬을 내, 아이티(IT)와 결합한 명상에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박미향 팀장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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