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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2.21 09:38 수정 : 2017.12.21 10:06

일본 교토의 카페 ’%’. 박미향 기자

일본 교토의 카페 ’%’. 박미향 기자

“응!” “응?” “으으응~.” 같은 ‘응’이지만 그 의미는 완전히 다릅니다. 상대의 질문에 답할 때, 되물을 때, 상대를 부를 때, 조를 때 우리는 모두 ‘응’이라 말합니다. 심지어 화장실에서 ‘거시기’를 뽑아낼 때도 ‘응~~’이란 외마디를 뱉죠. 지난 토요일 일본 교토에서, 이 어떤 종류에도 속하지 않는 색다른 ‘응’을 만나 즐거운 경험을 했습니다.

우리로 치면 경주 같은 곳인 교토는 아름다운 사찰과 유서 깊은 궁, 고즈넉한 숲이 여행객의 옷깃을 잡아끄는 동네죠. 이른 아침 쌀쌀한 공기를 뒤로하고 첫발을 내디딘 곳은 아라시야마의 대나무숲 지쿠린이었습니다. 대략 450m 남짓한 길이 깔린 이 대나무숲은 헤이안 시대의 왕족과 귀족의 별장지였던 아라시야마의 화려하면서도 은근한 매력을 한껏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샤악샤악 숲의 정령들이 잔꾀로 유혹의 손길을 뻗어도, 숲을 통과하면 모습을 드러낼 도게쓰다리에 대한 궁금증으로 단박에 빠져나왔죠. 시간을 다리 난간에 새긴 듯한 도게쓰다리가 보일 때쯤 동행한 여행자 한 분이 소리쳤습니다. “어, ‘응’ 카페가 있네.” 그분은 말을 마치기 무섭게 바퀴가 달린 것처럼 사라졌습니다. 호기심만한 욕망이 있을까요. 따라갔습니다.

일본 교토의 ’%’ 카페. 박미향 기자
그곳엔 수십개의 ‘응’이 있었습니다. 순간 포복절도했습니다. ‘응’ 카페의 진실은 이렇습니다. 백분율과 산술적 차이를 표시하는 ‘%’를 살짝 고개 돌려 보면 한글의 ‘응’과 모양새가 같습니다. 커피 마니아인 그분은 “한국의 커피 마니아들이 여길 ‘응 카페’라고 부르며 성지순례 하듯이 찾아요”라고 설명했습니다. 커피 한 잔을 떠올리고 도원결의하는 이들의 표정이 떠올라 배꼽을 잡았습니다.

한국인의 창의력과 상상력, 엉뚱함은 지구에서 최곱니다. 최근 한국관광공사는 한국인의 ‘17/18 여행트렌드’로 ‘에스티에이아르티’(START: Staycation·일상여행, Travelgram·여행스타그램, Alone·홀로여행, Regeneration·도시재생, Tourist sites in TV programs·여행예능)를 꼽으며 그 기저엔 기존 틀을 깨고 창의적인 것을 용감하게 찾는 한국인 특유의 성향이 있다고 했습니다. 한국인의 창의력이 가장 잘 드러나는 문화콘텐츠 영역은 웹툰이 아닐까 합니다. 신과 사람, 지옥과 미래, 목욕탕까지, 무궁무진한 소재와 기발한 구성은 볼 때마다 감탄사 ‘응’을 연발하게 합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웹툰의 거의 모든 것’을요. ‘응, 응, 응’거리면서 최근 영화화된 웹툰 <신과 함께>를 보시죠.

박미향 팀장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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