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0.26 10:22
수정 : 2017.10.26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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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한 장면. <한겨레>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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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이네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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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한 장면. <한겨레>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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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 스미스, 로버트 카파, 앨프리드 아이젠스타트. 이들의 공통점은 사진가라는 직업 말고도 하나가 더 있습니다. 1936년에 창간해, 한 시대의 아픔과 고통을 흑백의 선율에 담아낸 잡지 <라이프>의 포토저널리스트였다는 점입니다. 서울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라이프 사진전’을 지난 10월 초 찾았습니다. 찰리 채플린이나 맬컴 엑스의 얼굴 사진은 책에서 본 이들의 삶과는 다른, 낯선 것이었습니다. 시대적 평가가 아니라 짧은 순간 셔터가 잡아낸 다른 내면이었던 것이죠. 그런가 하면 로버트 카파 등이 참혹한 전쟁터에서 찾아낸 안쓰러운 인간애도 벽에 걸려 있었습니다. 사진학도나 포토저널리스트를 꿈꿨던 이들에게 로망이었던 이 잡지는 2007년 폐간됐습니다. 폐간 당시의 풍경은 2013년 상영된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 잘 그려져 있습니다.
<라이프>의 필름 인화 기사인 주인공 월터는 폐간을 앞둔 잡지의 마지막호에 들어갈 사진 한 장을 찾아 그린란드 등으로 떠납니다. 사진가 숀 오코넬이 35장 필름 중 25번째가 꼭 표지여야 한다고 고집해서였죠. 월터는 결국 25번째 사진을 찾지는 못했지만 마지막호에 실린 25번째 사진은 볼 수 있었습니다. 필름 인화지를 검사하는 월터 자신의 모습이었죠. 이 마지막 장면을 보고 펑펑 울었습니다. 지금도 삶의 모퉁이에서 이와 비슷한 장면을 목격하면 코끝이 시큰해집니다. <라이프>는 죽었지만 죽지 않았고, 사라졌지만 만날 수 있습니다. 영화, 전시 등을 통해서죠. 이번 호에 다룬 펜(Pen)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도 연필로 글씨를 안 쓰는 이 시대에 펜은 사라진 듯하지만 <라이프>처럼 문화코드로 우리 곁에 다가왔습니다. 나만의 펜을 찾아 떠나는 필덕들, 예술품 뺨치는 디자인으로 화장한 만년필, 펜 가게까지. 그 세계에 빠져보시죠.
그동안 많은 독자님이 커버 주제를 보내주셨습니다. 그 애정에 보답하고자 다섯 분을 골라 다음 호에 그 아이디어로 지면을 구성하려 합니다. 푸짐한 상품도 드릴까 합니다.
박미향 ESC팀장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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