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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8.03 13:50 수정 : 2017.08.03 14:23

향이네 식탁

덜컹덜컹…. 기차가 한 템포씩 숨을 고를 때마다 남자는 여자의 발뒤꿈치를 쳐다봅니다. 둘은 좁은 침대칸에서 거꾸로 누워 있습니다. 스페인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팬이라면 영화 <줄리에타>의 기차 신의 전개를 짐작할 겁니다. ‘격렬한’ ‘격정적’ ‘뇌쇄적’ ‘뜨거운’ ‘폭발적’, 그 어떤 수식어도 삼켜버릴, 숨이 막히는 정사 신이 펼쳐집니다. 기차 창에 비친 그들의 3박자 몸짓과 클로즈업되는 입술은 에로 영화와의 경계마저 모호하게 만들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오해는 마시길. 이 영화는 여자가, 어머니가, 딸이 상처입고 이해하고 화해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가 짐작도 못한, 심오한 삶의 궤적을 차분히 걷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실타래의 출발점은 남녀의 돌발적인 사랑(섹스)이었습니다. 감독은 섹스도 우리 삶의 일부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스페인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예술영화 <줄리에타> 포스터.
한때 우리 극장가를 수놓았던 에로영화를 다룬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서툰 욕망의 추억이 가득이었던 에로영화를 살짝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흥행작을 패러디한 에로영화 제목은 그야말로 피식 웃음이 터지게 합니다. 에로영화계의 ‘봉준호’라 불리는 공자관 감독도 만났습니다. 아이피티브이(IPTV)와 브이오디(VOD) 시대를 맞아 달라진 현실도 점검해보기로 했습니다. 인공지능 섹스로봇도 곧 등장하는 시대 아니겠습니까!

어른들의 세상인 에로영화에 별 흥미를 못 느끼시는 이를 위해서는 ‘느림기술’을 실천해 승리의 트로피를 거머쥐는 야구선수 유희관의 생생한 인생사를 추천합니다.

자, 다음호 ‘F’입니다. 힌트 하나, 물과 바다와 연관된 주제입니다. 독자님들의 정답 메일 기다리겠습니다. 사진 전시 ‘엑스레이맨-닉 베세이’(예술의전당, 8월27일까지) 티켓을 선착순 10명(1인 2장)께 드립니다.

박미향 ESC 팀장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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