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0.18 09:57
수정 : 2018.10.18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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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천군 서면 띠섬목해변과 월하성마을 사이 바닷가에서 고둥, 조개 등을 채취하는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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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인 여행
충남 서천 월하성 어촌체험휴양마을
갯벌서 바지락·동죽·돌게·고둥 채취 체험
홍원항엔 싱싱한 가을 해산물 지천
금강하구 갈대숲·철새떼도 감상해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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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천군 서면 띠섬목해변과 월하성마을 사이 바닷가에서 고둥, 조개 등을 채취하는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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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맛있는 철이다. 오곡백과 무르익은 들판을 지나 바닷가로 간다. 썰물 때 드러나는 드넓은 갯벌 한가득 기름진 제철 해산물이 깔려 있다. 가을 바닷가 마을이 품은 풍성한 맛의 뻘밭으로 들어가 보자. 갯벌 수확체험을 하며 가을 별미를 맛볼 수 있는 충남 서천군 서면의 바닷가 마을 월호리 월하성마을이다. 해양수산부와 한국어촌어항협회가 추천한 가을에 가볼 만한 어촌체험마을 중 한 곳이다.
“여기가 죄 다스락 밭이지. 온 바위마다 다 붙어 있잖아.”
동백나무 군락지로 이름난 서천 마량리 부근 띠섬목해변 옆 갯바위에서 만난 주민 박옥순(70)씨의 말이다. 박씨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바위마다 작은 고둥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빼곡하게 붙어 있다. 서면 월하성마을 포구와 띠섬목해변 사이의 바위 깔린 드넓은 갯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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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마다 ‘다시락’(맵사리고둥)이 지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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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취한 다시락(맵사리고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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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아 살을 빼서 무쳐 먹어도 좋고 된장국 끓여 먹어도 맛있고….” 다스락(다시락)은 뿔소라과에 속하는 맵사리 고둥을 말한다. 박씨는 장갑 낀 손으로 쓸어 담듯이 고둥을 채취했다. 30~40분 작업에 커다란 플라스틱 통의 반을 넘게 채웠다. 박씨는 “물 다 빠지면 요 앞 넓은 바위로 건너갈 수 있다”며 “거기는 굴이 얼마나 많은지 따기도 힘들고 들고 나오기도 힘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아무 곳이나 들어가 해산물을 채취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어민들의 어패류 보호구역이 곳곳에 있으므로 함부로 드나들어선 안 된다. 허가를 얻어 안전하게 가을 바다의 풍요로움을 누리고 싶은 여행자라면 갯벌 체험행사를 운영하는 어촌체험마을을 찾아야 한다. 서천군 서면 월호리, 초승달 모양 해안을 품은 작은 포구마을 월하성마을이 바로 그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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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성마을 해안에서 바라본 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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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성(월아성)이란 지명은 초승달처럼 둥글게 파인 바위 해안이 성처럼 생긴 데서 비롯했다. 앞바다 가까이엔 두 섬이 사이좋게 붙어 앉은 모습의 쌍도가 있고, 멀리로는 장항 쪽 해안과 군산의 계화도, 고군산군도 무리도 눈에 들어온다. 100여명의 주민들이 2t 안팎의 소형 어선 20여척을 부리며 사는 이 작은 포구마을엔 봄부터 가을까지 방문객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2001년부터 군 어촌휴양마을로 지정돼 다양한 갯벌 수확체험을 운영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53명의 어촌계원이 참여해 행사를 진행한다.
“물때를 잘 맞춰 오셔야 합니다. 썰물 때 요 앞 갯벌로 호미·갈고리 들고 장화 신고 걸어 들어가 채취하면 돼요.” 월하성마을 토박이이자 어촌계 계원인 서계원씨는 “마을 앞 갯벌은 어릴 적부터 뒹굴며 살다시피 해온 놀이터이자 삶터로, 맛 좋은 해산물이 깔린 보물창고”라고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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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보이는 섬이 띠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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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빠지면 1㎞ 이상 드러나는 널찍한 갯벌에서 봄부터 가을까지 바지락·동죽 등 조개류와 돌게·고둥 등을 채취할 수 있다. 모래와 펄이 섞인 갯벌이어서 발이 잘 빠지지 않아 어린이를 포함한 온가족이 어렵지 않게 조개류 채취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입장료(어른 5000원, 어린이 3000원)를 내면 작은 망에 가득(3kg) 채취한 해산물을 가져가게 한다. 조개류는 호미 등으로 갯벌을 파서 채취하고 돌게나 고둥은 바위자락에 지천으로 깔려 있어 주워 담으면 된다. 마을 사무장 김경아씨는 “지난해까지 소금을 갯벌 구멍에 뿌려 잡는 맛조개 채취가 인기였지만, 올해는 날씨 영향 때문인지 채취량이 저조하다”며 “대신 다른 조개류와 고둥류는 풍부하다”고 말했다.
방문 전에 월하성 어촌체험휴양마을 운영사무실(매표소, 010-4484-7060)에 물때 등을 문의해야 한다. 호미·갈고리·삽·장화 등은 1000~2000원에 빌려준다. 11월 초까지 갯벌체험을 할 수 있는데, 보온을 위해 두툼한 겨울옷과 모자를 준비하는 게 좋다.
갯벌 체험객들 발길이 잦으니 마을에 3곳뿐인 식당도 인기다. 요즘은 한적한 편이지만 여름 휴가철엔 빈 자리가 없을 정도라고 한다. 각종 해물탕과 구이류를 두루 차려내는 갯벌식당도 그 중 한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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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성마을 갯벌식당의 대하구이·전어구이 상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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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게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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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곳에선 서천 지역의 ‘가을 별미 삼총사’로 불리는 꽃게탕·전어구이·대하소금구이를 두루 맛볼 수 있다. 주민들이 잡거나 가까운 홍원항 위판장에서 가져온 싱싱한 해산물을 재료로 쓴다. 양념게장·자하젓 등 반찬들도 깔끔하고 맛깔라다. 꽃게 4마리가 들어가는 얼큰한 꽃게탕(4~5인분)이 4만원, 밑반찬과 함께 전어 10여마리를 구워주는 전어구이 2만~3만원, 전어찌개 2만~3만원, 대하 1kg(20마리 안팎) 구이에 전어구이가 일부 곁들여지는 대하소금구이가 6만~7만원 선이다. 주인 최병진씨는 “대하의 경우 위판장 가격 변동이 심해 그날그날 가격이 달라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꽃게·새우·바지락 등이 들어가는 해물칼국수(7000원)도 있다. 아침 8시(백반 7000원)부터 밤 9시까지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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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성마을 갯벌식당에서 전어구이를 맛보고 있는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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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항의 한 수산물 판매장 주인이 큼직한 꽃게를 들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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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성마을 주변에는 들러볼 곳도 많다. 동백섬으로 이름난 마량리와 해산물들이 대량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홍원항, 서천의 대표적 해변 춘장대해변이 차로 5~10분 거리에 있다.
서면과 인접한 면이 비인면이다. 조선시대 비인현이 있던 유서 깊은 고을이다. 서면이란 행정구역도 비인현의 서쪽인 데서 나온 것이다. 비인면 소재지 주변에 선인들 발자취가 많다. 대표적인 문화재가 흔히 비인오층석탑으로 불리는 ‘서천 성북리 오층석탑’(보물)이다. 부여 정림사터 오층석탑을 닮은 아름다운 고려시대 석탑이다. 비인읍성 성곽도 일부지만 남아 있다. 왜구를 막기 위해 쌓았던 고려시대의 토성을 조선 세종 때 석성으로 개축한 읍성인데, 일부 구간이 무너져가는 모습으로 남아 있다.
[%%IMAGE11%%] [%%IMAGE12%%] [%%IMAGE13%%] 비인초등학교 앞에는 조선시대 옛 장터 길목에 놓인 독다리(청석교)가 남아 있어 흥미롭다. 미용실 옆 도랑 위에 걸려 있다. 비인중학교 옆 비인향교 들머리엔 20여기의 조선시대 불망비·선정비 무리가 모여 있고, 옛 청화역이 있던 정자 옆엔 200년 수령의 느티나무도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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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가 있다면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금강의 신성리 갈대밭과 금강하구 철새도래지도 찾아볼 만하다. 갈대숲 산책이나 철새 떼 감상은 고즈넉한 가을철 여행의 진수를 맛보게 해주는 테마다.
서천/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해양수산부·어촌어항협회 추천
가을에 가볼만한 맛있는 어촌체험마을
△ 강원 삼척 장호마을/해안 바위 경관이 아름다운 마을. 11월부터 문어와 가자미·고등어가 제철을 맞는데, 문어숙회·문어구이가 대표 별미다. 주변의 해신당공원, 민물고기전시관 등이 볼거리.
△ 경기 안산 선감마을/대부도 들머리에 자리한 마을이다. 특산물이 낙지다. 낙지무침·연포탕 등 낙지 요리와 조개파전 등이 대표 음식. 바지락캐기·낙지잡기 등 갯벌체험이 가능하다.
△ 전남 해남 사구마을/늦가을까지 전어가, 2월까지는 삼치가 제철이다. 주변에 땅끝관광지, 해양사자연박물관, 미황사 등 가볼 곳이 많다.
△ 전남 진도 접도마을/가을~겨울, 청정 해역에서 생산한 싱싱한 굴을 맛볼 수 있는 곳. 장어구이·간재미회도 좋다. 바다 한가운데 지어진 접도해상펜션낚시터도 인기다. 가을 감성돔의 낚시 포인트다.
△ 경남 사천 대포마을/11월까지 전어를 회·구이·무침 등으로 맛볼 수 있다. 삼천포유람선으로 해안을 둘러볼 수 있다.
△ 경남 통영 유동마을/욕지도에 있는, 어촌마을 전진대회 우수상 수상(2017년) 마을이다. 욕지도는 이름난 고등어 산지다. 회·조림으로 먹을 수 있다. 주변 해안 절벽 경관도 아름답다.
△ 경남 하동 대도마을/늦가을부터 굴과 숭어 요리를 만날 수 있는 체험마을. 주변에 이락사·충렬사 등 이충무공 유허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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