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특별감찰반의 지휘 책임자인 조국 민정수석(사진 오른쪽)과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두 사람이 지난해 7월17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 앞서 커피를 마시며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강희철의 법조외전(45) 경험자들에게 들어보니/
2002년 청와대 내부 감찰 위해 만들었다 ‘사정반’과 통합
공직자 감찰이 주업무지만 민간쪽 넘나들며 늘 위험부담
반원들 승진 욕구·수사하던 습성 탓에 무리할 가능성
“특별감찰관 등에 중복기능 넘기고 아예 폐지를” 조언도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지휘 책임자인 조국 민정수석(사진 오른쪽)과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두 사람이 지난해 7월17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 앞서 커피를 마시며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청와대 공직기강팀이 삼청동, 감사원 쪽에 있었는데, (청와대) 밖에 나가서 ‘오버’질을 많이 하고 다니는 바람에 큰 걱정거리가 됐다. 어느 청장 사무실을 멋대로 들어가서 압수수색을 하지 않나, 또 어느 고위 공직자 사무실을 제집처럼 휘젓고 다녀서 말썽을 일으키고. 민간 쪽은 하지 말라는 데도 뒤지고 해서 아주 골칫거리가 됐다. 김대중 정부 4년 차 때다. 가만둬서는 안 되겠다, 그래서 특별감찰반을 정식으로 만들었다. 2002년 1월의 일이다. 그러니까 시작은 청와대 직원들의 월권을 막으려고 한 것이다. 처음에는 얼마나 조심을 했던지, ‘청와대’라는 글자가 들어가 있는 명함도 파지 못하게 했다. 밖에 들고 나가서 사고 칠까 봐.”
“김대중 대통령 지시로 사직동팀이 해체는 됐지만, 사직동팀이 하던 일의 ‘수요’가 없어진 건 아니었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은밀하게 알아봐야 할 사안이라는 게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옷로비 사건을 계기로 민정수석실이 부활해서 대검 중수부장을 지낸 신광옥씨가 수석으로 왔고, 그 밑에 사정비서관이 다시 생겼다. 그리고 그 아래 ‘사정반’으로 불린 조직이 만들어져서, 예전 사직동팀이 하던 일의 일부를 가져왔다. 그때는 국정원, 검찰, 경찰, 감사원, 국세청, 금감원 등에서 파견된 직원 10명 정도가 ‘소수 정예’로 일했다. 주로 고위 공직자의 비리·비위 첩보와 민심 동향을 수집해서 보고했다” (DJ 정권 ‘청와대 사정반’에서 일했던 사정기관 관계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17일 오전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특별감찰반 사태와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제7조(특별감찰반) ① 대통령의 명을 받아 다음 각 호의 자에 대한 감찰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대통령비서실에 특별감찰반을 둔다.
1. 대통령이 임명하는 행정부 소속 고위공직자
2.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공기관·단체 등의 장 및 임원
3. 대통령의 친족 및 대통령과 특수한 관계에 있는 자
② 특별감찰반의 감찰업무는 법령에 위반되거나 강제처분에 의하지 아니하는 방법으로 비리 첩보를 수집하거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에 한정하며,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해당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거나 이첩한다.
“대통령과 ‘특수한 관계에 있는 자’는 공직자일 수도 있고, 민간인일 수도 있다. 개념이 너무 추상적이고 모호하다. 공직자는 글자 그대로 공직자니까 별문제가 없다 쳐도, 만약 민간인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특감반이 그 민간인을 본인 동의 없이 감찰해도 되는 것일까? 감찰 사실을 알아차린 해당 민간인이 ‘내가 청와대에 사찰당했다, 내 신상을 알아보고 다닌 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다’라고 주장하면 법적으로 정당하다고 할 수 있을까? 고위 공직자 후보군에 들어간 민간인에 대해 검증에 앞서 반드시 ‘검증 동의서’를 받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이번 사태와 별개로 ‘특수한 관계자’는 정권에 따라 민간인의 뒤를 캐는 데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 범위를 임의로 해석할 여지가 너무 크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
“민간 쪽 확인이 어디까지 가능하냐, 어디까지 허용되느냐, 그게 특감반의 가장 큰 딜레마다. 사소한 것 하나도 민간인이 관련돼 있으면 확인할 방법이 없다.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럴 때는 거기서 멈추는 게 정답이다. 법적 권한 외의 일이기 때문이다. 잠깐만 과욕을 부려도 절대 넘지 말아야 할 ‘경계’를 넘어가게 된다. 그럼 바로 사찰이 되는 것이다.”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지낸 검찰 고위직 출신 ㄴ 변호사)
“파견 나온 직원들의 관심사는 첫째도 승진, 둘째도 승진이다. 파견 나왔다가 원대 복귀할 때 특진을 해야 하는데, 원소속기관에서 반영해줄 수 있는 ‘청와대 몫’이 많지 않다. 그래서 실적 경쟁이 치열하다. 평가에서 제일 중요한 기준은 보고서 채택률이다. 자기가 올린 보고서가 윗선의 누구한테까지 보고됐느냐, 당연히 ‘최종 수요자’인 VIP(대통령)한테 보고되는 건수가 많아야 채택률 점수가 올라가지 않겠나. 그러니 ‘윗선’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열심히 살피고, 거기 맞는 정보를 파악해서 올리려고 하다 보면 무리수를 두는 경우가 나온다. 아랫사람이 자기 취향대로 첩보를 파악해 올리는 구조가 아니다.” (특감반에서 근무했던 검찰 관계자)
“특감반에 검찰, 경찰에서 나온 사람들이 많다 보니 비리 첩보가 수집되면 꼭 한 발 더 들어가려고 한다. 직업적인 습관이랄까. ‘아 요거 조금만 더 파 보면 뭔가 잡힐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하게 돼 있다. 그런데 그걸 (위에서) 허용하면 반드시 사고가 나게 돼 있다. 당시 내가 모시던 비서관 생각도 똑같았다. 그래서 최소한 민간을 시발점으로 하는 첩보는 절대 더는 알아보지 못하게 아주 철저히 차단했다. 거의 매일 주지시켰다. 동향 정보 수집도 아예 못하게 했다. 그걸 방치하면 그런 ‘부산물’ 생산에 뛰어들게 된다. 그걸 보고받으면, 사전에 지시했든 안 했든 사찰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욕먹어가며 규정도 엄격하게 재정비했었다. 매일 매일이 살얼음판 같았지만, 내가 있을 때 사고 안 난 걸 정말 다행으로 생각한다.” (특감반 ‘데스크’를 봤던 검찰 관계자)
“‘민정’, ‘특별’ 이런 표현이 사실은 권위주의 시대의 산물이다. 지금 시대정신은 물론 문재인 정부와도 어울리지 않는다. 원래는 이 정부가 들어서면서 전격 폐지할 거로 기대했었다. 그런데 유지하기로 한 데서 더 나아가, 과거에 배제했던 국세청·금감원 직원들을 다시 파견받는 안을 쇄신안이라고 발표했다. 미국 백악관에 우리 특별감찰반 같은 조직이 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이참에 특별감찰반은 완전히 없애고, 청와대 내부 직원들에 대한 자체 감찰 기능만 남기는 게 바람직하다. 대통령 친인척 감찰은 특별감찰관을 임명해서 맡기고, 인사검증 기능은 인사수석실로 옮겨서 추천과 검증을 일원화하는 쇄신책을 권하고 싶다.” (특감반을 지휘했던 검찰 고위직 출신 ㄷ 변호사)
“교통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와 달리 이제는 청와대가 민간인 사찰의 위험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특별감찰반을 운영할 필요가 있을까. 특감반 역할의 상당 부분은 이미 다른 기관들이 수행하고 있기도 하다. 청와대는 그런 기관이나 기구가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 조정하고 점검하는 역할을 맡는 게 바람직하다.”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지낸 검찰 고위직 출신 ㄴ 변호사)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