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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오수 차관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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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철의 법조외전(38)
박상기, 국감서 “‘유죄’ 재벌총수 등 재취업 금지 손놨다” 비판받고
국정원 “직원이 ‘소형원전’ 알아봤다” 의혹에도 조사·조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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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오수 차관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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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궁금해졌다. 각 부처의 장관 연봉은 얼마나 될까.
정답은 1억2천여만 원이라고 한다. 월 1천만원이 넘는다. 업무추진비 같은 것은 제외하고서다. 고액 급여의 이유는 간단하다. 맡은 일 열심히 하라고 주는 것이다. ‘열심히’의 방향은? 정권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서다.
그런데, 장관 중 일부가 제구실을 놓치고 있다면? ‘국록’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비판을 면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문재인 대통령이 여러 차례 ‘촛불 혁명 완수’를 강조한 마당이니, 장관들은 정신 바짝 차려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런데….
‘유죄’ 재벌총수 사후 관리 허술로 훌닦인 박상기 장관
지난 12일 법무부 국감에서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질문 대상은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었다.
“이게 얼마나 잘 운영되고 있는지 (법무부에) 자료를 요청했는데, 위반자 제재는 0건이다. 위반자를 해임하거나 허가 취소 요구한 것도 0건이다. 당사자에게 취업 제한하거나 인허가 금지 사실을 통지한 것도 0건이다. 관련 재판 결과도 파악하고 있지 않다. 제도는 법에 만들어져 있는데, 아예 운영을 안 하고 있다.”
궁색한 표정의 박 장관이 일방적으로 닦인 이유는 ‘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라는 긴 이름을 가진 법의 특정 조항과 관련해서다. 흔히 ‘특경법’이라고 줄여 부르는 이 법엔 ‘일정 기간의 취업 제한 및 인가·허가 금지 등’이라는 조항(제14조)이 있다. 배임·횡령 또는 업무상 배임·횡령, 국외 재산 도피, 수재, 사금융 알선 등의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일정 기간 취업을 못하도록 막고 있다.
특히 취업 제한 대상에 “유죄 판결된 범죄 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가 적시돼 있어, 입법자의 의도가 분명하다. 재벌 총수 등이 이른바 ‘3+5 공식’(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에 따라 집행유예를 받고 난 뒤 곧바로 경영 일선에 복귀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다. 관리 주체는 법무부 장관이다. 취업 승인권과 함께 위반자에 대한 해임·허가 취소 요구까지 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이 부여돼 있다. 심지어 “해임 요구를 받은 기관·기업체 장은 지체 없이 그 요구에 따라야 한다.” (제14조 5항) 그런데 장관이 권한 행사를 한 사례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채 의원은 2013년 4월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특경가법상 취업 제한 상태에 있는 담철곤 오리온 회장의 사례를 예로 들며 발언을 이어갔다.
“그동안 재벌 총수 일가가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다시 경영에 복귀하는 것에 대해서 그렇게 사회적 비난 여론이 컸음에도, 이런 제도가 있는데 법무부가 하나도 하지 않고 있었다는 거죠. (…) 관리도 아닙니다. 이번에 자료를 요청하니까 처음 만들었답니다, 이 통계를.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도 재판 중입니다. 최근 갑질 논란을 일으킨 두 항공사 회장도 재판이나 검찰 수사 관련 사안이 있습니다. (법무부가) 손 놓고 있으면 결국 다시 불법행위를 저지른 재벌 총수들이 경영에 복귀하거나 사업을 할 수 있습니다.”
박 장관은 과거 여러 차례 재벌 범죄 엄단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장관 후보자 시절이던 지난해 7월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답변서에서 “재벌 총수 일가의 횡령·배임 등 사익 추구 범죄에 관한 처벌기준을 엄정하게 정립하고, 검찰 구형을 강화하는 등 죄에 상응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었다. 한데, 정작 장관이 된 이후 자신의 책무이자 권한인 ‘사후 관리’에는 손을 놓고 있었던 셈이다.
박 장관이 2007년 9월 한 언론에 말한 내용을 보면 그의 진짜 ‘소신’이 무엇인지 살짝 궁금해진다. 그 무렵 특경법의 횡령·배임 등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던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 그 유명한 ‘3+5 공식’으로 풀려나자 만만찮은 사회적 논란이 일었다. 당시 시사주간지 <시사인>은 유명 법학·경제학 교수들의 반응을 모아 기사를 썼는데, 연세대 법대에서 형법을 가르치고 있던 박상기 교수는 이렇게 말한 거로 기록돼 있다.
“유죄 판결을 인정한 점에서 이번 판결은 적절하다. 한국 기업의 지배 구조상 대기업 오너를 구속하면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어 판사가 고심 끝에 집행유예 선고를 내렸을 것이다. 판사가 사회적 현실을 외면한 채 판결을 내리는 경우는 상상하기 어렵다. 육체적 노동보다는 제3의 길로 제시한 사회봉사 명령도 적절했다고 본다.”
다시 국감장으로 돌아와서, 박 장관은 “결국 법무부도 경제 범죄를 저지르는 재벌총수들과 한통속”이라는 채 의원의 거친 지적까지 받고는 상기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그 관리 미비의 문제점을 면밀히 분석해서 개선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특경법 관련 질의-응답은 주요 언론에서 거의 다루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전화가 걸려 왔다.
“내 얼굴이 다 후끈했다. 장관도 (특경법의) 내용을 잘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 경실련 대표에 형사정책연구원장까지 지낸 분인데 설마 내용을 몰랐을까 싶긴 한데, 그 상황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체 어떻게 그리도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인지.” 그날 국감을 지켜본 한 법무부 관계자의 말이다.
폐지했다던 ‘국내정보’ 수집 의혹 제기된 서훈 국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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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8월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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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국정원이 또?’라는 의문을 들게 하는 기사가 최근 <시사저널>(제1512호)에 실렸다. 제목은
“국정원, ‘소형원전 정보 수집하고 있다”. 국정원이 <시사저널>에 ‘확인 불가’ 입장을 밝힌 데다 이 기사를 인용해 추가 보도한 곳도 없어 일단 ‘수면’ 아래로 묻히는 분위기지만, 일부 법조인은 국정원이 또다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기사의 내용은 이러하다.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지난 3월 중순 이상희(80) 전 과학기술처 장관을 찾아와 소형 원전(Small Modular Reactor·SMR)에 대해 상세히 물어보고 갔다. 소형원전은 대형원전에 비해 규모가 작고 안정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우라늄 연료를 18개월마다 교체해야 하는 대형원전과 달리 연료공급 주기가 20년으로 길어 핵폐기물 발생량이 훨씬 적고, 밀폐형 자연 급속 냉각방식을 택해 차세대 원전으로 주목된다고 한다. 원천 기술은 체르노빌 사고를 겪은 러시아가 가장 앞서 있다.
국정원 직원들을 만났다는 이상희 전 장관의 말도 나온다.
“(올해) 2월 평창동계올림픽 때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특사가 문재인 대통령과 만났다. 양측은 한·러 기술협력에 관한 얘기를 했던 모양이다. 이후 청와대가 국정원에 (SMR)에 대해 알아보라고 한 것 같다. 그렇게 해서 국정원이 나한테 연락해 왔다. 지난 3월 중순 국정원 사람들이 우리 사무실(녹색삶지식원)로 찾아와서 4시간가량 SMR에 대한 내 얘기를 듣고 갔다. 소형원전이 무엇인지 등 국정원에 많이 설명해 줬다.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시사저널> 기사의 착안점은 ‘탈원전’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의 원전 정책에 변화가 있는지에 맞춰져 있다. 문 정부가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공인했다는 안전성 높은 소형원전에 주목한 건 아닌지 궁금해한다.
그러나 더 본질적이고 중요한 질문은 이런 정보수집 활동이 국정원의 정당한 직무 활동인가하는 점이다. 다시 말해 국정원법에 규정된 직무 범위에 해당하냐가 관건이다. 국가정보원법에선 국외정보와 국내보안정보(대공·대정부전복·방첩·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의 수집·작성·배포를 직무 범위로 규정하고 있다. 얼핏 봐도 소형원전은 해당하는 곳이 없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검찰의 ‘적폐 수사’ 1번이 국정원이었다. 국정원의 직무 범위를 넘어서 정치에 개입하거나 부당한 정보수집을 지시한 사람들이 줄줄이 단죄됐다. 더욱이 서훈 국정원장은 지난해 6월1일 취임과 동시에 보도자료를 내어 “국내정보 담당관 제도가 오늘부로 모두 전면 폐지됐다.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었던 국정원의 정치개입 단절과 개혁 실현을 위한 조처”라고 밝혔다. 그런데 국정원의 누군가가 소형원전에 대해 알아보고 다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기사를 보면, 국정원은 <시사저널> 쪽에 “(직원의) 접촉 사실이 확인된 바 없다. (이 전 장관을 접촉한 국정원 요원들의) 구체적인 신상 정보가 없는 한 파악하기 어렵다”고 했다. 다녀간 사람들의 신상 정보를 알려주면 확인해볼 수는 있지만, 먼저 알아볼 생각은 없다는 입장이었다.
기자는 17일 국정원에 <시사저널> 기사 내용이 사실인지, 이 전 장관을 접촉한 직원이 있었는지, 접촉했다면 이유는 무엇인지를 물었다. 그리고 18일 답변을 받았다.
“우리 원내 경제·방첩 담당 직원 한 명이 이 전 장관을 찾아가 만난 건 사실이다. 소형원전을 알아보러 간 게 아니라, 해외 기술유출과 관련해 자문하러 갔다고 한다. (<시사저널> 기사에 나오는) 청와대 지시, 그런 건 전혀 없었다. 산업 스파이를 통한 국부 유출 방지라는 우리 원의 고유 업무를 수행한 것뿐이다. 그런데 이 전 장관이 자기 관심사인 소형원전을 장시간 자세히 설명했고, 원로 대접상 말을 중간에 끊을 수 없어서 그냥 듣고 있었다고 한다.”
다시, 이 전 장관 접촉 경위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냐고 물었다. 답변이다. “조사는 하지 않았다. 이 전 장관을 만난 직원이 <시사저널>에 기사가 나온 것을 보고 상부에 접촉 사실을 보고해서 (내용을) 파악하게 된 것이다.”
애초 <시사저널>에 했던 해명과는 차이가 많다. 국정원 직원이 찾아가 만났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적법한 정보수집 활동인 것처럼 말했다. 해당 직원의 보고 뒤 별도 조사는 하지 않았다고 했다. 서훈 원장은 아예 모르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국정원 수사 경험이 있는 검찰 관계자에게 이 해명 내용을 들려준 뒤 의견을 물어봤다.
“산업 스파이 방첩 활동이라면 기업체나 업계를 탐문할 일이지 왜 과학계 원로를 찾아가겠나. 산업기밀 문제라면 팩트를 찾아야지 원로 과학자한테 자문을 구하러 다닐 일도 아니다. 소형원전을 묻지도 않았는데, 이 전 장관이 내용도 모르는 국정원 직원한테 장황히 얘기할 이유가 없지 않냐. 전체적으로 이 전 장관의 말과 맞지 않는다. 과거 경찰 정보과처럼 정책정보 수집 활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건 국정원법에 있는 직무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적법하지 않다는 말이다. 대공·대정부전복·방첩·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 중 어느 것에 해당하겠나.”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에게도 의견을 들었다.
“자칫 잘못하면 현 정부가 국정원 개혁 의지를 의심받을 수 있는 사안이다. 대통령 직속기관이니 청와대 민정이 나서서 진상을 파악해야 한다. 소형원전이 국정원법에 있는 ‘국내 보안정보’라고 주장할 수 있겠나. 그런 논리라면 삼성 관련 기업 정보도 국내 보안정보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저런 일을 상부의 누군가가 지시했다면, 그 사람은 이전 정권 국정원 사람들과 똑같이 직권남용으로 처벌해야 맞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다뤄지는지도 지켜볼 일이다. 국정원에 대한 정보위원회 국감은 10월30일, 청와대에 대한 운영위원회 국감은 11월6일 열린다.
강희철 선임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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