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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이 9월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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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철의 법조외전 ⑦
검찰, 국정원·사이버사 공작 ‘투 트랙’ 수사
결국 엠비 ‘직접조사’ 불가피한 상황 이를듯
“전직 대통령 소환은 검찰 독자적 결정 못해”
문재인 정부 ‘정치적 부담’ 불구 어떻게 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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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이 9월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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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에 이어 이번에는 ‘전전임’ 차례일까. 전임 대통령이 파면 이후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전전임 대통령이 바로 옆 건물(서울중앙지검)에 소환돼 포토라인에 서는 사상 초유의 장면이 펼쳐질까.
검찰의 ‘국가정보원 적폐’ 수사가 MB(이명박 전 대통령)의 ‘턱밑’까지 다다른 형국이다. 엠비를 ‘사정권’에 둔 검찰 수사가 ‘투 트랙’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진도가 많이 나간 것은 국정원 쪽이다. 엠비의 총애를 받으며 국정원의 수장을 지낸 원세훈 전 원장(66·구속)이 지난달 26일부터 다시 피의자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거기서 딱 ‘한 칸’만 올라가면 엠비다. 국정원은 “대통령 소속으로 두며, 대통령의 지시와 감독을 받는다.”(국가정보원법 제2조) 한마디로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국정원장은 대통령에게 배석자 없이 이른바 ‘독대 보고’를 한다. 그러니 당시 대통령이던 엠비가 국정원의 ‘댓글부대’ 활동이며 블랙리스트 작성·실행 따위를 몰랐을 리 만무하다, 서울시 공무원 출신인 원 전 원장이 대통령의 재가 없이 그런 엄청난 일을 저질렀겠느냐는 의혹도 무리가 아니다.
최근엔 국군사이버사령부(사이버사)의 댓글공작까지 수사 선상에 올랐다. 사이버사를 지휘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검찰에 의해 이미 출국금지됐고, 추석 연휴 전후로 당시 국방부 지휘부와 청와대 안보라인에 속했던 인사들이 차례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될 것이다.
그러고 나선 엠비 소환으로 이어질까.
정치권의 촉각도, 세간의 관심도 여기에 쏠리고 있지만, 검찰에선 누구 하나 시원한 대답을 하지 않는다. 검찰 고위 인사는 “수사는 생물인데, 어떻게 흘러갈지 우리가 어찌 알겠느냐. 아직은 그런 얘기를 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고, 또다른 간부도 “국정원의 공작이 단순한 구조처럼 보여도 원 전 원장이 (검찰 수사에) 순순히 ‘협조’를 하겠느냐. 그 사람 ‘입’을 쳐다볼 것은 아니고, 보고든 지시든 우리가 (증거를) 찾아내야 하는 상황이다. 사이버사 수사는 이제 막 시작된 단계”라고 했다.
그렇다고 검찰이 엠비 소환 가능성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정치권이나 언론과 달리 검찰은 법적 입증의 책임이 무거운 탓에 ‘자신’ ‘단언’ 이런 단어들과 거리를 둔다. 하지만 수사의 ‘종착점’이 엠비가 될 수 있다는 가정에 손사래를 치지는 않는다.
과거에 대통령과 그 주변, 국정원 등에 대한 수사 경험이 있는 여러 전·현직 검찰 간부들도 사건의 구조상 엠비가 ‘포토라인’에 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여러 ‘경우의 수’가 그에게 매우 불리하다는 것이다.
우선, 엠비가 어떤 형태로든 지시를 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문서로든 말로든 지시가 있었고, 그런 사실이 증거 자료나 관련자의 진술에 의해 확인된다면 길게 말할 필요가 없다. 국정원이나 사이버사 둘 다든 어느 한쪽이든 이런 것이 나온다면 엠비는 난감한 처지가 될 것이다.
다음은 지시 형태가 애매하거나 보고를 받고 용인한 경우. 세세하게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가령 “나라가 온통 좌익들 천지인데, 국정원은 뭘 하고 있는 거냐”는 정도 언급이라도 있었다면 책임을 피해가기 어렵다. 대통령이 국정원에 먼저 ‘주문’을 하지 않았어도, 국정원장한테서 정치공작 실행 방안을 보고받고는 “그렇게 하라”거나 “잘 해보라”고 했다 해도 마찬가지다. 만류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는 정도 의사 표시가 있었어도 그 역시 정치관여를 금지한 국정원법 위반 혐의의 ‘공범’이 될 수 있다.
셋째, 원 전 원장 선에서 수사가 답보할 경우. 즉 원 전 원장이 “엠비는 관련 없다, 전부 내가 알아서 내 책임 아래 한 일”이라고 ‘배수진’을 친다면? 사이버사의 정치공작은 관여한 사람이 다수여서 증거 노출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국정원은 원장과 대통령이 ‘독대’를 하는 관계여서 원 전 원장이 함구하면 수사가 난관에 빠질 수 있다. 검찰도 이를 염두에 두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엠비의 오랜 측근인 이재오 전 의원 같은 이는 원 전 원장이 엠비와 무관하게 쓸데없는 짓을 했다며 선을 긋기도 했다. 그러나 노련한 수사통들은 입증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국정원장이 대통령에게 올릴 보고서를 직접 만들지는 않는다. (검찰은) 관련 보고서 작성자를 불러 내용·시점 등을 조사하고, 원 전 원장의 청와대 출입기록 등 동선, 대통령 일정, 이후 벌어진 국정원 정치공작의 시점과 내용 등을 교차 확인해 엠비와의 연관성을 찾으려 할 것이다. 청와대 보고를 다녀와서 해당 보고서 내용이 실행에 옮겨졌다면, 그 보고 자체를 승인이나 재가로 볼 수 있다.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지위, 대통령과 국정원장의 특수하고 직접적인 관계 때문이다.”(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 ㄱ)
“사이버사 정치공작 수사는 국정원보다 더 빨리 진척될 수 있다. 국정원 정치공작은 원장과 대통령이 1대1로 이어지는 ‘단선’ 구조라 원 전 원장이 뻗대면 우회해서 입증을 해야 하지만, 사이버사를 동원한 공작은 관여한 사람이 여럿이고, 회의 열고 보고서 돌리고 했기 때문에 물꼬가 쉽게 트일 수 있다. 검찰이 치고 나갈 여지가 그만큼 커 보인다.”(검찰 출신 변호사 ㄴ)
이런 상황을 의식했음인지 이명박 전 대통령은 최근 “적폐청산이라는 미명하에 국익을 해치는 퇴행적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며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글을 직접 써서 올렸다. 또 이재오 전 의원과 이명박 정부 청와대 수석들이 언론 인터뷰 등을 자청해 반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사가 계속되다 보면 수사팀이 엠비의 진술을 직접 들어야 하는 시점이 올 수 있다. 모든 증거와 진술이 한 사람을 가리키고 있는 경우, 그 사람의 말을 들어야 사건의 전모를 밝힐 수 있는 단계 말이다. 그러나 ‘전전임 대통령’ 소환은 수사 이상의 문제일 수 있다. 대상이 대상이기에 수사를 넘어서는 정치적 함수를 배제하기 어렵다. 수사망이 엠비 쪽으로 좁혀지고, 그에 비례해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 등 옛 여권에 뿌리를 대고 있는 정치세력의 반발이 커지면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 부담도 늘게 된다. 당장 정기국회를 통해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개혁입법’을 하려면 이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국회 선진화법으로 인해 여당의 ‘입법 독주’는 불가능하다. 바로 그 지점에서 검찰 수사에 정치 논리가 개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과 여권은 정치적 이유로 이번 수사를 적정선에서 마무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대통령은 최근 여야 4당 대표 회동에서 “정치 보복에 반대한다”면서도 “개별 비리가 터져 나오는데 수사를 막을 수는 없다”고 했다. 이번 수사는 정치 보복이 아니라 개별비리 차원의 수사라는 말이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도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국정원 정치공작 수사에서) 윗선에 대한 수사 한계라든지 하는 것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는 말로 대통령을 거들었다. 엠비 소환을 비롯한 수사의 전 과정을 검찰에 맡기겠다는 말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수사에 정치적 논리를 개입시키지는 않겠다는 의중으로 읽힌다.
“전직 대통령 조사는 검찰이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전직 청와대 비서실장 한 사람을 조사하는데도 아주 복잡한 과정과 절차가 필요하더라. 하물며 전직 대통령의 소환이나 형사처벌 수위 결정은 (청와대의) 사인 없이는 불가능하다. 적어도 과거에는 그랬다.”(검찰 고위 간부 출신 변호사 ㄷ)
그럼 문재인 정부에서는 어떨까. 지켜볼 일이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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