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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6.08 13:58 수정 : 2019.06.08 14:05

자신이 경험한 조직 스트레스를 직접 콘텐츠로 만드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픽사베이

직장서 겪는 일들 콘텐츠로 만들어
다른 직장인과 공유 스트레스 관리

[토요판] 뉴스분석 왜

직장인 콘텐츠 봇물

26살에 첫 직장생활을 시작한 ㄱ기업 총무팀 김안진(가명·33)씨는 지금 직장이 세 번째 직장이다. 첫 직장에선 4년을 버텼지만 결국 ‘영혼이 털리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하루 14시간씩 일하고 야근을 밥 먹듯 하다 보니 과도한 업무 강도로 건강이 심하게 손상됐던 것이다. 의사가 “이렇게 계속 일하면 죽는다”고 경고할 정도였다. 회사를 옮긴 김씨는 두 번째 직장에서 후진적 조직문화라는 난관을 만났다. 사무실에서 상사가 고성을 지르고 인신공격을 하는 문화에 김씨는 두 번째 직장도 그만뒀다. 세 번째 직장에서 안정을 찾은 김씨는 그동안 직장에서 괴로웠던 경험을 토대로 직장 스트레스 관리를 연구해 심리학 논문을 쓰고 석사학위를 땄다.

자신이 경험한 조직 스트레스를 직접 콘텐츠로 만드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직장인들은 직장 내 갈등이나 애환에 대해 페이스북 ‘○○ 대나무숲’같은 계정이나 직장인 대상 익명 앱 ‘블라인드’ 등을 통해 숨어서 ‘뒷담화’를 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팟캐스트, 유튜브, 독립출판, 논문 등을 통해 수준 있는 콘텐츠로 당당하게 발전시키고 있다. 팟캐스트 ‘언니들의 슬기로운 조직생활’이나 논문을 쓴 김씨 뿐 아니라, ‘김퇴근’ 등 자신만의 별명을 짓고 유튜브에 ‘직장인 브이로그’를 올리는 사람들도 많고, 서점가에는 직장인들이 쓴 <퇴근할까 퇴사할까> 등 직장생활 관련 에세이가 쏟아진다.

김경희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위계서열이 있는 직장에서 직원이 대놓고 뭔가를 시정하자고 말하기란 굉장히 어렵다. 모든 것을 노동조합을 통해서 투쟁으로 해결하기도 쉽지 않다”며 “자신의 경험을 콘텐츠화하고 같은 직장인들끼리 공유·공감하는 것은 연대감 형성과 정보의 축적에 기여해 사회적 변화를 가져오는 잠재력이 된다”고 말했다.

장시간 노동문화가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직장인들의 스트레스 관리는 사회적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승철 가톨릭대 교수(산업·조직심리학)는 “20세기 초반까지 일이란 것이 주로 육체노동이었기 때문에 피로에 대해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지만 3차 산업 이상이 주를 이루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는 직장인들이 정신적 피로에 대해 인지하기가 만만치 않다. 회사가 근로자의 정신건강 문제를 관리하는 일본처럼 우리도 사회적으로 인지하고 기업이 이를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국제노동브리프 ‘일본 스트레스 검사 제도의 개요’(2015)를 보면, 일본은 노동안전위생법에 따라 2015년부터 50명 이상 종업원을 고용하는 사업장은 종업원의 심리적 부담 정도를 파악하는 조직 스트레스 검사를 연 1회 의무적으로 실시하게 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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