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7.05.25 16:00 수정 : 2017.05.26 18:42

무대, 킹무성, 한국의 트럼프, 그리고 무스터 컬링…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은 별명이 많은 정치인입니다. 그는 이전에 주로 큰 풍채와 느릿한 걸음걸이, 거침없는 말투 때문에 ‘무대’(김무성 대장, 혹은 무대뽀의 줄임말)라 불렸는데요. 당내 가까운 의원들에게는 ‘형님’으로 불리며 계파를 형성해 ‘킹무성’이라고도 불렸습니다. 지난 2014년 12월 청년들과의 대화 자리에서는 아르바이트생의 부당 처우에 대해 “인생의 좋은 경험이다 생각하고 하여튼 열심히 해야지 방법이 없다”고 말해 ‘킹찍탈’(킹무성 찍고 탈조선)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기도 했습니다. ‘킹찍탈’은 ‘헬조선에 딱 어울리는 군주상’이라는 자조적 비아냥을 담은 말입니다.

그런 그에게 지난 23일 이후 새 별명이 추가됐습니다. 바로 ‘노 룩 패스’(No look pass)와 ‘무스터 컬링’입니다. 그는 일본에서 휴가를 마치고 입국하며 보좌진으로 보이는 마중나온 이에게 자신의 캐리어를 능숙하게 ‘휙’ 밀어내는 신공을 내보였습니다. 눈도 마주치지 않고 정확히 상대에게 짐을 굴리는 ‘신공’에 누리꾼들은 즉각 반응했습니다. ‘갑질’의 신기원을 열었다는 평가와 함께 “봐도 봐도 안 질린다”, “슬램덩크 송태섭급 노 룩 패스”라는 반응과 함께 그의 행동을 꼬집는 패러디물이 쏟아졌습니다.

김무성 의원이 23일 일본에서 입국하며 자신의 캐리어를 관계자에게 밀어 태도 논란에 휩싸였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김 의원의 권위적 태도와 문제적 발언이 논란을 일으킨 것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든든한 배경과 재력을 갖췄지만 각종 발언들로 구설수에 휩싸여 ‘한국의 도널드 트럼프’라 불릴 정도죠. 정작 김 의원 스스로는 “그걸 왜 해명해야 하냐”는 태도입니다. (▶관련 : 김무성, 캐리어 ‘노 룩 패스’ 논란에 “그걸 왜 해명해야해?”)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무대장’ 스웨그(허세)의 역사, 뒤돌아봤습니다.

# 형님~ 그게 아니구요

“형님 맹세코 저는 아닙니다. 저는 요즘 어떻게든 형님 잘 모셔서 마음에 들어볼까 노심초사 중이었는데 이런 소문을 들으니 억울하기 짝이 없습니다.”

현재는 자유한국당 소속인 김재원 의원이 2013년 6월 당시 김무성 의원에게 보낸 문자 내용입니다. ‘형님 파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진이 포착된 것입니다. 국회 본회의 도중 김무성 의원이 자신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는 모습이 기자의 카메라에 딱 걸린 것인데요.

김재원 의원이 애걸복걸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후보 선거대책위 총괄본부장을 맡고 있던 김무성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입수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김 의원은 1급 기밀문서였던 대화록을 대선 선거일 5일 전인 2012년 12월14일 부산광역시 서면 유세에서 낭독했습니다. 이를 두고 국정원의 선거개입 의혹이 나오자, 김 의원은 뒤늦게 ‘찌라시’에서 본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이후 실제 국정원이 공개한 전문과 거의 차이가 없었습니다.

지난 2016년 6월 김무성 의원이 국회 본회의 도중 자신의 26일 최고중진회의 발언 유출자로 지목된 김재원 의원이 자신의 자리로 찾아와 고개 숙여 인사하는 동안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대화록 유출 및 대선 활용 의혹을 둘러싼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공방은 대선 뒤에도 계속 됐습니다. 그러던 중 2013년 6월 김무성 의원이 새누리당 당 최고중진회의에서 ‘지난해 대선 당시 대화록을 입수해 선거에 활용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내용을 담은 기사가 보도됩니다. 이 과정에서 발언의 유출자로 김재원 당시 새누리당 전략기획본부장이 지목된 것입니다. 결백을 주장하는 문자메시지 사진이 찍힌 뒤, 김 본부장이 국회 본회의장으로 김무성 의원을 직접 찾아가 옆에 쭈그리고 앉아 해명하는 모습이 잡히기도 했습니다. 사진 속 ‘무대’는 눈도 마주치지 않고 그의 등을 토닥이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한편, 검찰은 2014년 김무성 의원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유출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습니다.

# ‘킹무성’ 비 맞을라

‘정치인들의 우산 쓰는 법’이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오바마, 시진핑, 트럼프, 박근혜 등 각국 정상들의 ‘우산 매너’를 비교한 것인데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2015년 한-미 정상회담을 위한 방미 당시 비가 내리는 공항에서 영접을 나온 미국 의전장과 함께 걸으며 혼자만 우산을 써서 비난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반면, 지난해 3월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화를 받으며 걸어가는 자신의 수행비서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모습이 포착돼 박 전 대통령과 대비됐지요.

그렇다면 김무성 의원의 ‘우산 쓰는 법’은 어떨까요? 지난 2015년 1월 전북 익산시 국가식품클러스터 홍보관을 찾은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는 ‘아예’ 우산을 들고 있지 않습니다. 비 오는 날씨에 어울리는 쥐색 바바리를 걸친 김 의원의 두 손은 코트 주머니에 들어가 있고, 대신 우산을 든 일행이 그가 비를 맞지 않도록 씌워주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빗발을 막기 위해서 ‘우산 지붕’을 만들어 ‘과잉 의전’ 논란을 부른 적도 있습니다. 2014년 8월 전남 순천의 순천대학교를 방문했을 당시 그가 비를 맞지 않도록 사람들이 버스 앞에서부터 건물까지 일제히 서서 양손에 우산을 받치고 있는 모습이 JTBC 뉴스에 포착됐습니다. 이날 김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은 순천과 광양 등을 방문해 최고위원회를 열었습니다.

# 무릎 꿇은 세월호 유족 앞에서도 스왜그?

김 의원의 캐리어 ‘노 룩 패스’를 해외 유명 커뮤니티에서는 ‘한국 정치인의 스왜그’라 표현하며 다소 흥미로워하는 반응입니다. 힙합 용어 스왜그(Swag)가 ‘허세를 부리듯 자유분방한 스타일’ 혹은 ‘약간의 허세를 여과 없이 솔직하게 표현하는 현상’으로 쓰이는 것(박문각 시사상식사전)에 비춰보면, 그의 행동이 ‘정치인의 갑질’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특이하고 재미있다는 뜻도 포함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보아도 화가 나는 ‘스왜그’가 있습니다. 지난 2014년 당시 새누리당 대표였던 김 의원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무릎을 꿇은 세월호 유가족을 외면했습니다. 여당 대표 앞에서 무릎을 꿇은 사람은 세월호 단원고 희생자 이창현 군의 아버지 이남석씨였습니다. (▶관련 : “김무성 대표 미웠지만 내가 무능한 아빠니까 무릎 꿇고…”) 검은 세단에 탄 김무성 대표는 그를 쳐다보면서도 손으로는 차 문의 옆 버튼을 누르고 있습니다.

이 사진은 2014년 10월29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열린 국회 본청 앞에서 찍혔습니다. 국회 본관 앞에서 대통령에게 “살려달라”고 외치던 이씨는 박 전 대통령이 눈길 한번 안 주고 돌아가자, 김 의원에게 매달린 것입니다. 그는 “세월호 특벌법 제정되도록 도와달라”고 애원하다가 급기야 차에 올라타는 김 의원을 붙잡으려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맞잡았습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예~ 예~”라는 성의 없는 답만 반복한 뒤 서둘러 자리를 떴다고 합니다. 이러한 그의 비정한 모습에서는, 밉상이긴해도 나름 호감을 얻기도 했던 ‘무대’나 ‘킹무성’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 ‘단골 스왜그’ 부산 영도다리에서의 상념

부산 영도구가 지역구인 김무성 의원에게 부산 영도다리는 그의 단골 ‘스왜그’ 장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표 시절인 지난해 3월 4·16 총선을 앞둔 그는 ‘진박(진실한 친박) 내리꽂기’ 공천에 반발해 ‘옥새 투쟁’을 벌입니다. ‘진박 후보’가 공천된 5개 지역을 무공천으로 남기겠다고 선언한 뒤 최고위원회를 보이콧하고 부산으로 내려간 것입니다.

지난해 3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4일 오후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에서 원유철 원내대표와 식사를 하면서 소주를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부산 영도다리를 걸어가며 고뇌에 찬 표정으로 바다를 바라보는 그의 모습은 여러 매체에 주요하게 보도됐습니다. 영도다리 위에서, 사무실 안에서, 자신의 얼굴이 크게 그려진 현수막을 배경으로, 그는 여러번 비장한 표정을 보여줬습니다. 다분히 연출된 이미지로 보였습니다. 그날 밤 자신을 찾아온 원유철 원내대표 등 친박계 의원 4~5명과 술잔을 기울인 뒤 하룻만에 당무에 복귀합니다. 이날 사진이 마음에 들었는지 김 의원은 이틀 뒤 영도구 사무실 개소식을 한 뒤, 다시 영도다리를 찾아 비슷한 구도로 바다를 바라보는 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그래픽뉴스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