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구미시의원·녹색당 구미는 내륙이라 핵발전소가 지어질 일은 없고, 그 산업단지에서는 핵으로 만든 전기를 값싼 산업용 전기요금을 내고 공급받고 있다. 지역에서 탈핵 주장을 하다 보면 “그게 지역 시민들 피부에 와닿기나 하겠는가”라는 반문을 자주 듣는다. 진보 성향이라는 시민마저 그런 경우가 있다. 그들은 “사람들은 핵발전소 말고 대안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이 그렇다는 건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우려한다는 건지는 분명히 밝히지 않은 채 탈핵 캠페인의 대중적 호응에 관해 회의감을 내비친다. 이런 분위기를 깨고 정작 반핵 여론을 드높인 건 핵발전의 대안을 수치와 그래프로 표현한 전력시나리오가 아니라 지진으로 인한 핵발전소 사고 걱정이었다. 지진은 행정구역선 앞에서 멈추지 않는다. 해안과 내륙을, 농촌과 도시를 가리지 않았다. 추석 연휴를 앞둔 9월12일 나는 구미의 집에서 저녁식사를 하다가 생애 처음으로 지진을 느꼈다. 첫 지진은 아니었겠지만 예전의 지진은 강도가 약하거나 자고 있을 때 일어나 못 느꼈을 테다. 몇십 분 뒤 좀더 강도 높은 지진이 한 차례 더 발생하자 가족들과 밖으로 피신했다. 우리는 밖에서 경주에 사는 친지들 이야기를 했다. 월성원전을 떠안고 있던 것으로 모자라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까지 유치하고도 이를 환영했다던 친지들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경주의 여론은 흔들렸다. 2016년 9월12일은 천년고도의 역사를 그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 놓았다. 지난 9월19일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지진대응 5개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건축물 내진율을 끌어올리고 관측 및 경보 시스템을 대폭 확충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더 시급한 것은 김관용 지사에 대한 종합대책이다. ‘원자력이 혐오시설? 경북에 다 가져오겠다’. 2014년 12월 한 언론에 나온 김 지사의 인터뷰 제목이다. 아, 하늘은 왜 경북에 지진을 주고 김관용까지 주었는가. 원자력연구 및 안전에 관한 시설을 경북에 유치하려는 김 지사는 유치 명분을 ‘탈핵’이 아니라 경주와 울진에 빽빽이 들어선 핵발전소에서 찾는다. 이왕 하는 김에 핵발전소를 더 오래, 더 많이 돌릴 것이며, 그러니 여타 핵 관련 시설까지 더 달라는 심산이다. 이 인터뷰에 달린 부제는 ‘원자력은 모아놓을수록 안전하고 경제적’이다. 과연 모아놓을수록 안전하기 때문에 영남 동해안이 핵발전소 밀집지대가 되었을까. “국내 지방권역 중 경제 형편이 가장 나은 곳은 과연 어디일까? 무려 40년 이상 권력의 중심부에 서 있었던 대구경북, 즉 티케이(TK)가 가장 낫지 않을까? 역설적이게도 대구경북 지역경제는 우리나라 지역경제권 중 꼴찌에서 헤매고 있다.” 정치평론가 최광웅은 <바보선거>에서 특정 정당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 지역이 오히려 소외에 시달리는 현상을 지적했다. (물론 여타 지역보다 공단 건설과 일자리 창출을 많이 누렸던 대구경북이기는 하지만) 나는 핵발전소 다수를 끌어오게 된 것을 그 소외 현상의 대표 사례로 지목한다. 새누리당을 반대하는 유권자들은 “대구경북이 없으면 나라가 이 꼴은 아닐 텐데”라고 탄식하고는 한다. 하지만 대구경북이 없었다면, 새누리당은 지역개발을 고리로 또 다른 어느 지역에 접근해 지역 여론을 장악했을 테고, 결국 핵발전소도 그 지역에 지어졌을 것이다. 그리고 그에 따라 송전선로가 그어지면서, 고압송전탑에 또 누군가가 신음을 토해냈을 것이다. 경북 주민들이 다시는 박근혜 대통령이나 김관용 지사 같은 정치인을 뽑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위험한 발전소에서 대량생산한 전기를 장거리를 거쳐 받아 쓰는 시스템을 놔두는 이상 궁극적인 해결은 도래하지 않는다. 지진에 함께 흔들리며 구미 시민인 나는 경주 시민들과 이어져 있음을 깨달았다. 전기를 함께 소비하고 있으며 핵발전소에서 사고가 나면 방사능 피폭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전 국민 모두가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기 바란다.
칼럼 |
[지역이 중앙에게] 지진으로 깨달은 ‘연결된 우리’ / 김수민 |
전 구미시의원·녹색당 구미는 내륙이라 핵발전소가 지어질 일은 없고, 그 산업단지에서는 핵으로 만든 전기를 값싼 산업용 전기요금을 내고 공급받고 있다. 지역에서 탈핵 주장을 하다 보면 “그게 지역 시민들 피부에 와닿기나 하겠는가”라는 반문을 자주 듣는다. 진보 성향이라는 시민마저 그런 경우가 있다. 그들은 “사람들은 핵발전소 말고 대안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이 그렇다는 건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우려한다는 건지는 분명히 밝히지 않은 채 탈핵 캠페인의 대중적 호응에 관해 회의감을 내비친다. 이런 분위기를 깨고 정작 반핵 여론을 드높인 건 핵발전의 대안을 수치와 그래프로 표현한 전력시나리오가 아니라 지진으로 인한 핵발전소 사고 걱정이었다. 지진은 행정구역선 앞에서 멈추지 않는다. 해안과 내륙을, 농촌과 도시를 가리지 않았다. 추석 연휴를 앞둔 9월12일 나는 구미의 집에서 저녁식사를 하다가 생애 처음으로 지진을 느꼈다. 첫 지진은 아니었겠지만 예전의 지진은 강도가 약하거나 자고 있을 때 일어나 못 느꼈을 테다. 몇십 분 뒤 좀더 강도 높은 지진이 한 차례 더 발생하자 가족들과 밖으로 피신했다. 우리는 밖에서 경주에 사는 친지들 이야기를 했다. 월성원전을 떠안고 있던 것으로 모자라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까지 유치하고도 이를 환영했다던 친지들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경주의 여론은 흔들렸다. 2016년 9월12일은 천년고도의 역사를 그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 놓았다. 지난 9월19일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지진대응 5개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건축물 내진율을 끌어올리고 관측 및 경보 시스템을 대폭 확충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더 시급한 것은 김관용 지사에 대한 종합대책이다. ‘원자력이 혐오시설? 경북에 다 가져오겠다’. 2014년 12월 한 언론에 나온 김 지사의 인터뷰 제목이다. 아, 하늘은 왜 경북에 지진을 주고 김관용까지 주었는가. 원자력연구 및 안전에 관한 시설을 경북에 유치하려는 김 지사는 유치 명분을 ‘탈핵’이 아니라 경주와 울진에 빽빽이 들어선 핵발전소에서 찾는다. 이왕 하는 김에 핵발전소를 더 오래, 더 많이 돌릴 것이며, 그러니 여타 핵 관련 시설까지 더 달라는 심산이다. 이 인터뷰에 달린 부제는 ‘원자력은 모아놓을수록 안전하고 경제적’이다. 과연 모아놓을수록 안전하기 때문에 영남 동해안이 핵발전소 밀집지대가 되었을까. “국내 지방권역 중 경제 형편이 가장 나은 곳은 과연 어디일까? 무려 40년 이상 권력의 중심부에 서 있었던 대구경북, 즉 티케이(TK)가 가장 낫지 않을까? 역설적이게도 대구경북 지역경제는 우리나라 지역경제권 중 꼴찌에서 헤매고 있다.” 정치평론가 최광웅은 <바보선거>에서 특정 정당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 지역이 오히려 소외에 시달리는 현상을 지적했다. (물론 여타 지역보다 공단 건설과 일자리 창출을 많이 누렸던 대구경북이기는 하지만) 나는 핵발전소 다수를 끌어오게 된 것을 그 소외 현상의 대표 사례로 지목한다. 새누리당을 반대하는 유권자들은 “대구경북이 없으면 나라가 이 꼴은 아닐 텐데”라고 탄식하고는 한다. 하지만 대구경북이 없었다면, 새누리당은 지역개발을 고리로 또 다른 어느 지역에 접근해 지역 여론을 장악했을 테고, 결국 핵발전소도 그 지역에 지어졌을 것이다. 그리고 그에 따라 송전선로가 그어지면서, 고압송전탑에 또 누군가가 신음을 토해냈을 것이다. 경북 주민들이 다시는 박근혜 대통령이나 김관용 지사 같은 정치인을 뽑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위험한 발전소에서 대량생산한 전기를 장거리를 거쳐 받아 쓰는 시스템을 놔두는 이상 궁극적인 해결은 도래하지 않는다. 지진에 함께 흔들리며 구미 시민인 나는 경주 시민들과 이어져 있음을 깨달았다. 전기를 함께 소비하고 있으며 핵발전소에서 사고가 나면 방사능 피폭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전 국민 모두가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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