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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9.07 18:36 수정 : 2016.09.07 19:37

김석
순천 마을 만들기 활동가

<한겨레> 칼럼 때문에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순천 마을 만들기 활동가라는 나의 이력을 보고 “뭔 마을을 만들어? 어디다 만들어?”라고 묻는다. 전원주택을 짓거나 택지를 개발하는 사람인 줄 알고 어디다 투자해야 되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 가끔 난감할 때가 있다.

마을이란 물리적(공간적)이고 사회적(공동체)인 개념을 포괄한다. 그래서 ‘마을 만들기’란 주민 스스로 또는 주체적으로 마을의 공동체성을 회복하고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일이라고 볼 수 있다. 마을에서 주민들이 생각을 나누고 함께 결정한 일을 주체적으로 이뤄가는 과정이다. 지방자치의 참모습이며,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다. 나의 직업은 그래서 마을에서 주민들이 쉽게 협업하고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이런 일을 2005년부터 시작했다. 10년이 넘었다.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요즘에 많아졌고 분야도 다양해졌다. 주민, 활동가, 마을 공동체, 마을 기업, 중간지원조직, 연구자,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공무원들이 함께 모여 교류하고 학습하기 위해 ‘마을 만들기 전국대회’가 매년 개최되고 있다.

올해는 전북 정읍시에서 열렸다. 대토론회, 마을살이 발표회, 마을 집강소, 15가지 주제가 있는 자유토론회, 마을 탐방 그리고 청년 광장 등 다채로운 행사로 짜임새 있게 개최되었다. 49개 기초자치단체와 4개 광역자치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마을 만들기 지방정부협의회’가 참여해 많은 시장·군수들이 ‘마을 만들기’의 수평적 거버넌스 실현을 약속했다. 더불어 둘째 날 기획된 콘퍼런스에서는 민관협력을 뛰어넘어 수평적 관계와 권한 배분을 전제로 하는 협치의 기본 개념이 마을 활동에 녹아들고 실현될 필요가 있다는 주제도 발표되었다. 이번 전국대회는 공동체로서의 마을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었고 수평적 권한 배분이 전제가 되는 협치의 필요성을 시장·군수는 물론 민간 전문가도 제기하여 질적 성장의 방법을 제시하였다. 또 이번 대회를 통해 과거 몇몇 자치단체가 주도했던 마을 만들기가 이제는 많이 확산되어 양적 성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을과 공동체가 강조되고 질적·양적 성장을 이루고 있는 것은 아마도 공동체적 관계가 급속하게 무너진 사회 현상을 반영하는 것 같다. 경쟁을 강요하는 사회, 안전하지 않은 사회, 갈등이 격화하는 사회에서 소통이 쉽고, 내 생각이 반영되고, 평화적 방법으로 갈등을 해결할 수 있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자립이 실현되는 대안적 활동으로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마을 만들기 활동이 주목받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마을 만들기를 지원하는 중간지원조직이 증가하고 있고, 마을 만들기 활동가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그 수도 증가하고 있다. 서울시, 경기도, 광주광역시, 강원도 4개 광역자치단체와 경기도 9곳, 경상남도 3곳, 광주광역시 3곳, 인천광역시 2곳, 전라남도 2곳, 전라북도 5곳, 서울시 20곳, 충청남도 2곳, 강원도 3곳 등 총 49개 기초자치단체가 참여하여 만든 ‘마을 만들기 지방정부협의회’가 결성될 정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또 최근에는 마을 기본법 제정 움직임까지 활발한 가운데 ‘마을 만들기’가 더 체계화되고 정보 공유와 활동가 교류를 통해 상향 평준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마을 만들기’는 협력을 넘어서는 협치를 통해 주민들에게 결정권을 부여하고 주민참여를 촉발하는 지방정부의 전략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이러한 때에 행정자치부가 참여예산위원회 위원을 15명 이내로 구성하라는 내용으로 지방재정법을 입법예고하여 참여예산제도를 흔드는 것처럼 ‘마을 만들기’ 확산을 방해하고 찬물을 끼얹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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