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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8.10 18:05 수정 : 2016.08.10 19:27

김석
순천 마을만들기 활동가

전남 순천시에 지난 5월에 개장한 ‘1호 기적의 놀이터 엉뚱발뚱’에는 놀이터 3종 세트라 불리는 그네와 시소가 없다. 조합놀이대도 없다. 대신 물웅덩이가 있고, 진흙 놀이를 할 수 있다. 경사진 언덕을 이용한 풀 미끄럼틀과 15m 지렁이 미끄럼틀이 있고 우물펌프가 있어 신나게 물놀이를 할 수 있다. 파도 파도 끝이 없는 깊이 1m20㎝가 넘는 모래 놀이터도 있다. 아이들의 놀이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곳곳에 어른들을 위한 평상도 넉넉하다. 어린이들이 직접 조사하고 디자인하고 감리단 활동까지 하는 등 기적의 놀이터 조성 모든 과정에 직접 참여했다.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기적의 놀이터의 주인 노릇을 하며 텅 비어 있었던 놀이터를 시끌벅적하게 만들고 있다.

사전적 의미로 놀이터는 주로 아이들이 놀이를 하는 곳이고 기적은 상식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놀라운 일이다. 그래서 기적의 놀이터는 기존의 놀이터 조성 방식의 틀을 깨고 아이들이 동무들과 함께 놀이를 할 수 있는 놀라운 장소를 만드는 일이어야 한다. 기적과 놀이터의 결합은 기적의 놀이터 총괄 디자이너 편해문 선생의 생각이다. 한국의 아이와 놀이와 놀이터에 기적이 일어나지 않고는 아이들의 삶이 나아지기 어렵다는 평소 생각을 담아 아이들이 스스로 몸을 돌보며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기적의 놀이터를 구상하고 있었다. 기적의 도서관 1호를 조성한 경험이 있는 순천시가 이런 구상과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기적의 놀이터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무엇이 달랐을까? 첫째, 학습이다. 총괄 디자이너는 기적의 놀이터에 대한 가치와 철학을 설명했고 놀이와 놀이터에 대해 공부하게 되면서 공감대를 넓게 형성해갔다. 이런 과정은 행정과 놀이터 디자이너가 상호 일하는 방식을 이해할 수 있었고 협력체계를 튼튼히 만들 수 있었다.

둘째, 놀이터를 이용할 어린이를 생각했고 어린이의 생각을 반영한 것이다. 법 기준만 겨우 맞추고 어린이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엉터리가 아니라 아이들에게 필요한 자연 소재를 사용하여 놀이터를 만들었다. 또 어린이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듣지도 않은 가운데 예산에 맞춰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는 놀이터와 달리 약 1000명의 어린이에게 의견을 물었고 100명의 어린이와 가족이 기적의 놀이터 디자이너로 참여했다. 또 100명의 학생이 공사 과정에 감리단으로 활동했다. 곳곳에 어린이와 시민들의 생각이 담겨 있다.

셋째, 협업기구를 만들어 불필요한 절차를 줄이고 결정 권한을 부여했다. 안전, 어린이, 가족, 청소년, 도서관 등 관련 기관과 총괄 디자이너 그리고 시민이 참여하는 협업기구인 ‘기적의 놀이터 추진단’을 만들어 대상지 선정부터 참여 디자인 그리고 준공식까지 빅 마우스의 개입 없이 기적의 놀이터를 만들 수 있었다.

넷째, 지속 가능한 기적의 놀이터 정책 추진과 놀이터 관리다. 순천시는 2020년까지 10호까지 만들 계획이며 장기적으로는 관내 모든 놀이터를 바꿀 비전을 가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어린이가 안심하고 놀 수 있도록 공원 놀이터 활동가를 육성하여 배치하고 있다.

창의 어린이 놀이터, 어린이 상상 놀이터 등 놀이터를 개선하는 일이 몇몇 도시에서도 추진되고 있다. 고무적이다. 어린이에게 친절한 곳은 모두에게 친절한 곳이라고 했다. 그러니 이 일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전국 방방곡곡에서 일어나야 할 일이다. 어린이의 생각을 듣지 않고 어른들이 만드는 놀이터, 규격화된 놀이시설로 놀이를 제한하는 놀이터, 어린이의 건강을 위협하는 놀이터를 이제 기적의 놀이터처럼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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