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9.05 09:39
수정 : 2017.09.05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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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시 영통국 삼성로에 위치한 삼성전자 본사 모습. 삼성전자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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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법] 흔들리는 수원-삼성전자의 상생
제조업서 연구개발단지로 바뀐 뒤
지역 경제 기여 줄어 활기 식어
수원시에 지방세수 21% 내지만
20여년전 음악당 기부가 끝
규모작은 기업들에게도 못 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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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시 영통국 삼성로에 위치한 삼성전자 본사 모습. 삼성전자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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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매출 201조원짜리 삼성전자라는 거대기업 앞에 지역의 상생 목소리는 미약하다. 수원 지역 경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데는 삼성전자의 사업 구조 전환도 이유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69년 삼성전자가 수원시 매탄동 2만5천여㎡에 자리잡은 이후 48년이 지난 현재 삼성전자는 139만여㎡의 공장에 연구인력 2만4천여명을 포함한 4만여명이 일하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런 비약적 발전에는 삼성전자의 자체 노력에 더해 지역 사회의 기여도 빼놓을 수 없다. 1971년 17만5715명이던 수원시 인구는 10년 뒤인 1980년 31만757명으로 늘었다. 10년 사이 연평균 4.8%씩 13만여명이 늘었다. 삼성전자 등 제조업체 급증으로 고용 규모가 커지면서 인구 전입이 늘었다. 특히 노동집약적인 선경직물(에스케이그룹의 모기업) 등 섬유업종에 이어 전자업종 삼성전자의 등장으로 여성 노동력이 필요해져 1970년대엔 수원시의 여성 인구가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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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수원 삼성전자단지 전경. 삼성과 일본 산요의 합작공장임을 알리는 글자가 보인다. 수원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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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80년대 수원시 중동사거리 등 시내 곳곳에서는 삼성전자 공장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또 삼성전자 직원들의 월급 날이면 수원시내 상가가 들썩인다는 말이 나올 만큼 수원의 경제도 동반 성장했다. 삼성전자가 들어선 직후인 1970년대 수원의 지역내 생산 연평균 성장율은 18%로, 당시 전국 평균 11.3%를 훌쩍 넘었다. 1980년대에도 수원의 지역내 생산 성장율은 11.8%로 당시 전국 평균 7.1%를 웃돌았다. 1995년 삼성전자는 100억원을 들여 수원제1야외음악당을 건설해 기부했다. 삼성전자의 지역 인프라 지원은 이 때가 사실상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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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삼성전기 생산공장의 여직원들. 수원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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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수원의 동반 성장에 제동이 걸린 것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다. 세탁기와 냉장고, 텔레비전 등 삼성전자의 ‘백색가전’이 광주광역시와 해외 공장으로 이전하고, 이후 수원 삼성전자는 휴대폰과 생활가전 등의 연구개발 단지로 점차 전환했다.
지역경제사를 연구한 수원시 학예연구사 류현희 박사는 “수원지역 경제가 활성화했던 것은 삼성전자의 제조업 공장에 생산직 노동자들이 참여했을 때였다. 연구개발 단지로 바뀌면서 고급 인력이 들어오고 교통 발달로 이들 인력이 수원에 살지 않아도 되면서 지역 상황은 달라졌다”고 말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삼성전자는 2500억원을 들여 수원월드컵 구장을 건설해 기부채납하기로 약속했다가 번복했다. 결국 중앙정부와 경기도, 수원시가 분담해 구장을 어렵게 건설한 여진은 아직도 말끔히 가시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삼성은 삼성전자 맞은편 매탄4지구를 공장터로 용도 변경해달라고 수원시에 요청했으나, 새로운 도시 발전을 기대한 수원시가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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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에서 컴퓨터를 생산하는 모습. <한겨레>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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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태도는 다른 기업들의 태도와도 비교됐다. 수원에 모태 사업장을 둔 선경은 180억원을 들여 1995년 선경도서관을 지어 기부했고, 2013년 에스케이(SK)건설은 350억원을 들여 에스케이아트리움도 지어 기부했다. 현대산업개발도 2015년 300억원짜리 시립미술관을 지어 기부했다.
여전히 삼성전자가 수원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삼성전자 공장이 여러 곳으로 나뉘면서 일부 법인지방소득세 납입액은 줄었음에도, 삼성전자는 2016년 수원시에 법인지방소득세 등 1678억원의 세금을 냈다. 수원시의 전체 세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9%이고, 지방세수입에서 21.3%를 차지한다. 570개 업체가 입주한 수원산업단지 입주기업들의 지난해 낸 세금인 112억원의 15배에 이르는 액수다.
한때 동반성장의 길을 걸어온 삼성전자와 수원 지역 사회는 기업 구조의 변화에 이어 이재용 부회장의 실형 선고 등 변화 속에서 다시 ‘상생’이라는 화두에 직면했다.
수원/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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