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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2.28 05:05 수정 : 2017.02.28 08:51

사회적기업, 두꺼비하우징이 서울 성동구 용답동에 마련한 공유주택 공가 9호점의 입주민 공용공간의 모습. 대학생과 사회초년생으로 구성된 입주 청년들은 2층에 자리한 이 곳에서 모여 크고 작은 ‘집안 일’을 의논한다. 티브이와 컴퓨터, 영화를 볼 수 있는 빔프로젝터까지 갖추고 있다. 두꺼비하우징 제공

[밥&법] 진화하는 사회주택
주거복지의 대안, 사회주택의 의미있는 진화
청년주거 공유주택 허그 셰어하우스에서
나홀로 어르신 위한 맞춤형 공공원룸주택까지

사회적기업, 두꺼비하우징이 서울 성동구 용답동에 마련한 공유주택 공가 9호점의 입주민 공용공간의 모습. 대학생과 사회초년생으로 구성된 입주 청년들은 2층에 자리한 이 곳에서 모여 크고 작은 ‘집안 일’을 의논한다. 티브이와 컴퓨터, 영화를 볼 수 있는 빔프로젝터까지 갖추고 있다. 두꺼비하우징 제공
과도한 주거비 부담과 열악한 주거환경 등 주거문제가 심해지면서 “비영리 목적으로 공공과 민간 주체에 의해 공급되는 공공성이 강한 부담가능한 임대주택”, 사회주택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주거복지의 새로운 시도로 평가되는 사회주택의 실태를 집중 점검했다.

사회적기업이 만든 공유주택 ‘공가’
보증금 250만원에 월세 31만원
관리비 없고 회사가 집 문제 관리
청년 10여명 “또래와 사니 재밌어”

#1. 대학 4년생 양승호(24)씨는 10여명의 또래 청년들과 한집에서 기거한다. 학교 인근 원룸에서 지내던 그는 지난 18일 서울 성동구 용답동에 있는 한 공유주택에 입주했다. 양씨는 “월세 부담이 커 저렴한 이곳을 택했다”고 말했다. 3평 남짓 방을 홀로 쓰는 그는 이곳에서 보증금 250만원에 월세 31만원을 낸다. 보증금 1천만원에 월세 50만원가량을 지급한 이전에 견줘서는 임대료 부담이 한결 줄었다. 지난해까지 대학 4년을 학교 기숙사에서 지냈다는 ‘취준생’ 김인애(24)씨도 이곳 3~4층의 여성거주공간 가운데 3층에서 생활한다. ‘3층 대표’인 김씨는 “여럿이 사니 늘어지지 않고 외롭지도 않아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친척 집에 살다가 지난 1월 초 이곳에 입주했다는 윤현식(24)씨는 “또래들과 함께 숙식하면서 고민도 나누고 어울리니 심심하지 않아 좋다”고 말했다.

이들 청년이 입주한 공유주택은 빈 고시원을 리모델링한 곳으로 이름하여 ‘공가(共家) 9호점’이다. 공가는 사회적기업 ㈜두꺼비하우징이 빈집을 활용해 만든 1인가구용 공유주택 브랜드다. 9호점은 특히 자금을 댄 곳(도시주택보증공사·HUG)의 이름을 따, 허그 셰어하우스로도 불린다. 입주자들은 자신의 방을 제외하고 거실, 욕실, 주방 등을 공용으로 쓴다. 두꺼비하우징은 주거약자들에게 부담 가능한 비용으로 입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을 추진해 27일 현재 공가 10호점까지 세웠다. 이 회사 직원 김하윤씨는 “관리비는 따로 받지 않지만, 자잘한 집수리는 물론 사소한 문제 하나하나까지 회사에서 관리해준다”고 말했다. 공가 9호점은 특히 지방 출신의 대학생과 취업준비생을 위해 마련됐다.

서울 금천구 시흥대로에 있는 보린두레주택 전경. 금천구청 제공
금천구가 운영하는 공공임대 ‘보린’
홀몸 노인들 위한 맞춤형 원룸
방 크기 따라 월 6만4천~11만원
“깔끔하고 아늑…이젠 집 걱정 안해”

#2. 정경희(87) 할머니는 서울 금천구 시흥대로에 있는 한 공공임대주택에서 산다. 낡은 경로당을 허물고 새로 지은 4층 건물이다. 1층은 주차장이고, 2층엔 경로당이 새뜻하게 바뀌어 다시 들어섰다. 3층과 4층이 가정집이다. 정씨 할머니는 3층에서 네명의 할머니와 함께 공동생활을 한다. 4층에는 역시 할아버지 다섯이 같이 지낸다. 정씨 할머니가 있는 301호를 들어서니 햇살 가득한 거실이 나온다. 마침 할머니 넷이 한창 얘기꽃을 피우는 중이었다. 거실 끝에는 공용주방이 있다. 할머니들에겐 각각 자신만의 방이 있는데, 방마다 작은 주방이 따로 갖춰져 있는 게 이 주택의 특징이다. 애초 홀몸 어르신을 위한 맞춤형 공공원룸주택으로 설계된 것이다. 바로 이웃이 이웃을 돌본다는 뜻을 담은 ‘보린(保隣)두레주택’이다.

보린두레주택에 입주한 할머니들이 2층에 있는 경로당 어르신들과 함께 치매예방프로그램을 마친 뒤 사랑의 포즈를 취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금천구청 제공
1년 전만 해도 정씨 할머니는 햇볕 보기 힘든 반지하 방에서 살았다. 여름철 비라도 쏟아지면 방 안으로 물이 차고 들어와 곰팡이가 가득했던 곳이었다. 일제 강점기 아홉살의 나이에 중국으로 건너가 고희에 이르도록 살다가 고향 땅에서 삶을 마감하고픈 일념에 가족마저 뒤로하고 찾은 내 나라였지만, 현실은 혹독했다. 정씨 할머니는 “이 집에 들어온 뒤로는 집에 대해선 아무런 걱정 없이 산다”고 말했다. 임점덕(90) 할머니도 전세 보증금 2800만원의 습하고 곰팡내 나는 지하 단칸방에서 홀로 생활하다 이곳에 입주했다. 임씨 할머니는 “집이 낡고 단열상태가 불량해 추웠고, 화장실이 밖에 있어 매우 힘든 생활이었다”고 돌이켰다. 두 할머니를 비롯해 이곳 입주자들의 공통점은 모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면서 세입자란 것이다. 임대료는 방 크기에 따라 월 6만4천~11만원에 이르는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게 지급되는 주거급여로 충분히 충당된다고 한다.

서울 광진구 구의동에 있는 주거생활공동체 숨과 쉼 7층 거실에서 이 공동체를 마련한 대한성공회 김홍일 신부(왼쪽)와 입주 청년 김광천, 이소망씨가 포즈를 취했다. 이창곤 선임기자
성공회 신부가 문 연 ‘숨과 쉼’
주거 불안 청년 위한 주거공동체
입주 조건은 ‘더불어 살기 약속’
“공동생활 하다보니 덜 게을러져”

#3. 서울 광진구 구의동 횡렬로 대오를 맞춘 다세대주택들 가운데 우뚝 솟은 8층 건물. 대한성공회 김홍일 신부는 이곳 5층과 7~8층을 임대해 청년 다섯명과 함께 숙식한다. 5층과 8층엔 층마다 여성 둘씩 모두 넷이, 7층엔 김 신부와 대안학교 교사 김광천(35)씨가 함께 생활한다. 이 청년주거공동체 ‘숨과 쉼’을 세운 김 신부는 “지역사회를 위한 교회의 역할을 고민하다 2014년 6월 광진구 자양동에 두명의 청년과 함께 작은 공간을 마련한 것을 시작으로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일찍이 김 신부와 뜻을 함께한 김 교사는 “동시대 청년들이 공통으로 겪는 주거문제와 경제적 불안 등 삶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며, 서로의 삶을 지지하는 대안적?수도적 삶을 살고 싶어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이 공동체가 특정한 종교를 지향하거나 요구하지는 않는다. “종교가 없다”는 입주민 이소망(27)씨는 자취생활을 하다 이곳에 입주했다. 그는 “아침 기도 모임에 종종 빼먹긴 하나 주거비도 싸고 공동생활을 하다 보니 덜 게을러져 대체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숨과 쉼의 입주 조건은 오직 이 공동체가 추구하는 약속과 재정원칙에 공감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약속은 더불어 살기를 지향하고, 공동생활을 위한 월례모임에 참가하는 것 등이며, 재정원칙은 임대료에 해당하는 입주분담금(직장인 매월 18만원, 비직장인은 매월 12만원)과 수도세, 전기세, 가스비 등에 해당하는 생활분담금(직장인 매월 10만원, 비직장인 매월 8만원), 1만원의 상조회비를 부담하는 것이다. 계약은 6개월 단위로 이뤄지며 3개월 정도 살아본 뒤 최종 거주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김 신부는 이 청년주거공동체를 마련하기 위해 서울시의 사회투자기금에서 3억5천만원을 빌렸다. 여기에 시중은행의 대출과 개인 목돈, 뜻있는 출자자 등의 자금을 보태 전세금으로 총 5억원이란 거액을 마련했다.

대안 주거 새로운 시도
공공기관·민간단체 등
싼 임대료 넘어 새 공동체 모색
예술인 협동조합형 주택도 나와

■ 주거문제 해결의 새로운 시도, 사회주택 공가 9호점(허그 셰어하우스), 보린두레주택, 숨과 쉼은 모두 근년 들어 우리 사회에 퍼지고 있는 이른바 사회주택(소셜 하우징)의 서로 다른 형태다. 공유주택이란 공통적 특성에도 자금원, 협력 방식, 목적 등에서 각각의 차이도 적잖다. 우선 공가 9호점의 경우, 자금은 주택도시보증공사가 후원 형태로 댔고, 입주자 모집 및 선정은 민간공익재단인 ‘함께 일하는 재단’이 주관했다. 두꺼비하우징은 시행 및 관리 운영을 맡았다. 공기업, 공익재단, 사회적기업 삼자 간 민관협업 모델이라고 할 수가 있다. 15~22㎡의 방을 비교적 저렴한 보증금(250만원)에 주변 시세의 60% 이하의 싼 임대료(1~2인실, 27만~39만원)로 최장 10년을 거주할 수 있도록 한다. 여기에 더해 입주 청년 1인당 최대 30만원의 학원수강료 등 취업역량 강화 활동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학생 가장,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차상위계층 자녀 등 취약계층 청년들에게 우선적인 입주 기회를 준다.

서울시 금천구 독산로에 있는 나홀로어르신 맞춤형 원룸주택인 보린주택 1호 전경. 금천구청 제공
보린두레주택은 서울 금천구가 개척한 새로운 공공임대주택 모델이다. 기존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라고 해도 가구원 수가 반영되는 입주자 선정 기준으로 인해 홀몸노인들에게는 입주 자체가 어려웠다. 이런 현실에 착안해 금천구가 서울시에 제안해 처음으로 ‘홀몸 어르신을 위한 맞춤형 공공원룸주택’으로 추진한 형태다. 만 65살 이상으로 지하 및 반지하 방, 옥탑방, 고시원 등에서 생활하는 나 홀로 노인들의 안정적 주거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됐다.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주택 매입 및 건립은 서울주택도시공사가 맡는 대신 운영 및 관리는 금천구가 직접 하는 공공임대형 사회주택 모델이다. 임대료가 주변 시세의 30% 수준으로 싼데다 2년마다 재계약이 가능하며 최대 20년까지 거주가 가능해 사실상 영구임대주택에 가깝다. 금천구 유인현 자활주거팀장은 “이 주택은 특히 싼 임대료에 그치지 않고, 관리에도 주목해 구청의 자활 근로 사업단에서 입주노인들의 크고 작은 일을 돕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천구는 서울 독산로에 보린주택 1호점을 시작으로 보린두레(2호점), 보린햇살(3호점), 보린함께(4호점)로 총 56명의 ‘홀몸 어르신’들에게 꿈의 보금자리를 찾아주었다.

숨과 쉼은 지방정부나 공기업 등 공적 기관의 개입 없이 순전히 민간 차원에서 자구적으로 추진한 사회주택이라고 할 수가 있다. 특히 청년들이 스스로 협동조합을 만들어 주거문제 해결에 나선 사례도 속속 등장해왔다. 경기도 부천시 소사구에 있는 두더지하우스가 대표적 사례로 청년주거협동조합 ‘모두들’이 운영한다. 방이 3~4개 딸린 단독주택을 통째로 빌려 1인 1실씩 입주하는 셰어하우스로 입주자는 월세와 조합비가 포함된 20만~30만원의 주거비를 낸다. 보증금은 아예 없다.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이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에 마련한 달팽이집 1·2호는 널리 알려진 사례다. 이밖에도 예술인이나 만화가 등이 모여 만든 협동조합형 주택 등을 비롯해 사회주택의 양태는 쉼 없이 진화 중이다. 이사 걱정, 임대료 걱정, 주인과의 갈등 걱정 등 이른바 입주민들이 흔히 겪는 세 가지 걱정 없는 꿈의 임대주택을 현실로 만들고자 하는 주거복지의 실험이 나날이 계속되는 것이다.

한국도시연구소 박신영 소장은 “사회주택의 최신 흐름은 저소득층의 주거복지를 위한 새로운 시도와 공동체성 회복이라는 면에서 의의가 크다”면서도 “아직 주거복지의 의미있는 대안이라 말하기에는 공급량이 절대 부족한 게 또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창곤 선임기자 g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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