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11.28 21:39
수정 : 2016.11.29 09:36
[밥&법] 인허가 불법로비 의혹 엘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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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동쪽 끝의 엘시티 현장에서 작업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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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꽝꽝. 뚝딱뚝딱.”
지난 24일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동쪽 끝의 엘시티 단지 공사장은 요란했다. 건축자재를 실은 트럭들이 두 개의 출입문을 쉴 새 없이 오갔고 망치를 두들기는 노동자들의 손길도 분주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엘시티 비리 의혹 철저 수사 지시 뒤 엘시티 터 옆 분양사무소는 찾는 손님이 뚝 끊겼다.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직원들이 “사전 예약을 해야 한다”며 막았다. 부동산중개업소들은 울상을 지었다. ㄱ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거래가 뚝 끊겼다. 내놓는 물량도 없고 사려는 사람도 없다. 몇 달째 한 건도 중개하지 못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엘시티 쪽은 큰 문제가 없다고 했다. 엘시티 시행사 관계자는 “10월말 기준 공정률은 13.5%이다. 지난 7월 시작한 호텔 분양은 일부 차질이 있고 상가 분양 시기를 내년으로 미뤄야 하지만 2019년 11월까지 완공은 문제없다”고 자신했다. 시공사인 포스코건설 쪽도 “책임준공 약속을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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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동쪽 끝의 엘시티 현장에서 작업이 한창이다. 오른쪽 백사장이 해운대 해수욕장이고 앞의 건물이 101층(411m) 호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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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수사를 계속하고 있지만 분양률은 높은 편이다. 지난해 10월부터 분양을 시작한 아파트 882가구는 87%, 지난 7월부터 분양을 시작한 레지던스호텔 561실은 47%를 기록하고 있다. 건설업계에선 50~60%를 넘으면 분양에 성공했다고 평가하는데 엘시티 아파트 분양가격이 3.3㎡당 평균 2750만원으로 역대 부산의 아파트 가운데 가장 비싼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검찰이 엘시티 시행사 실제 소유자 이영복(66·구속)씨가 인허가를 받기 위해 불법 정·관계 고위층에게 로비를 벌인 사실을 밝혀낸다고 하더라도 입주 예정자들의 피해는 없을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
부산시, 해운대 앞 6만5천여㎡에
‘높이 제한’ 해안경관지침과 달리
초고층 호텔·아파트 이례적 허가
대형 평형·고분양가 부담 큰데도
포스코건설, 준공 ‘구원투수’ 나서
부산은행 등 15개 금융기관은
자금난 알고도 1조7천억원대 대출
박 대통령 위기모면용 수사 지시 뒤
분양사무소 발길 뚝 끊겼지만
아파트 87%-호텔 47% 이미 분양
시민단체 “검찰이 특혜 밝혀야”
엘시티 사업은 20년 전으로 거슬러간다. 1996년 부산시가 포장마차와 점집, 쓰레기가 뒹굴던 해운대 옛 국방부 소유 터 등을 온천센터로 개발하기로 한 것이 시작이다. 국내외 관광객들이 사계절 체류하는 휴양지로 개발하기 위해 2006년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하면서 개발이 본격화했다. 2007년 11월 ‘해운대관광리조트’라는 이름의 민간사업자 공모에서 20곳이 참여한 ‘트리플스퀘어컨소시엄’(현 엘시티피에프브이)이 사업자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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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동쪽 끝의 엘시티 현장에서 작업이 한창이다. 85층 높이의 882가구 아파트와 821실(높이 411m)의 호텔, 워터파크 등이 2019년 11월까지 완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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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관광리조트(엘시티)는 민간사업자 공모를 할 때 콘도와 호텔 등 상업시설만 짓는 조건을 달았다.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하자는 목적에서다. 그러나 민간사업자는 곧바로 아파트 건립을 추진했다. 콘도 분양이 힘들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시 부부 등 가족 2명만을 공유자로 분양하는 등 콘도를 아파트처럼 편법 분양하는 게 성행하자 2008년 11월 관광진흥법 시행령이 개정돼 콘도 분양기준이 1구좌(객실당)에 2명에서 5명으로 강화됐기 때문이다.
아파트를 짓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사업부지 6만5934㎡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중심미관지구였다. 이곳엔 아파트를 지을 수 없다. 민간사업자는 콘도 대신에 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다. 아파트 건립 허가를 하지 않으면 사업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부산시는 민간사업자가 개발을 포기하면 해운대 국방부 소유 터 일대가 도심 흉물로 방치될 수 있다며 랜드마크를 상징하는 건물을 세워야 한다고 판단했다. 모든 혜택을 주기로 마음먹었다. 부산시 공기업인 부산도시공사가 발빠르게 나섰다. 중심미관지구를 일반미관지구로 바꾸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변경안을 마련해 부산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제안했다. 부산시 도시계획위원회는 2009년 12월 이를 원안 의결했다. 바다 쪽과 가까운 해안부에 건물 높이가 60m를 넘지 못하도록 한 부산시 해안경관지침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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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시티(해운대관광리조트)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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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사업자는 2011년 건축심의를 거쳐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데 이어 두 차례 사업계획변경과 한 차례 건축심의 변경을 거쳐 882가구의 아파트 2동과 101층(411m) 높이의 호텔 821실(레지던스호텔 561실. 관광호텔 260실), 워터파크, 쇼핑몰 등을 짓는 건축계획을 확정했다.
민간사업자는 콘도 대신 아파트를 짓게 되었지만 시공사를 못 구해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에는 중국인을 겨냥해 외국인이 5억~7억원 이상을 투자하면 5년 뒤 영주권을 주는 부동산 투자이민제도가 돌파구였다.
부동산 투자이민제는 법무부 권한이다. 민간사업자의 요구를 받아들인 부산시가 2013년 5월 법무부에 신청했다. 법무부는 같은 달 엘시티 안의 레지던스호텔 521실을 부동산 투자이민제 대상으로 신속히 승인했다. 법무부는 지난 5월 엘시티 부동산 투자이민제 적용기간을 2018년에서 2023년까지 5년 더 연장하고 외국인이 영주권을 얻는 투자 금액도 7억원에서 5억원으로 낮췄다.
엘시티의 레지던스호텔 521실이 부동산 투자이민제 대상지역으로 지정된 것은 이례적이다. 현재 부동산 투자이민제로 지정된 곳은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 알펜시아, 인천 송도국제도시·영종지구·청라국제도시, 제주도, 전남 여수 경도 해양관광단지, 부산 기장군 동부산관광단지 등 8곳인데 1개의 건물만 지정된 곳은 엘시티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민간사업자는 부동산 투자이민제 지정을 받고 5개월 뒤인 2013년 10월 중국 최대 국영 건축회사인 중국건축고분유한공사(CSCEC)를 시공사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해 같은 달 착공식을 열었다. 민간사업자로 선정되고 6년 만이었다.
지난해 4월 세 번째 위기가 찾아왔다. 중국건축고분유한공사가 자금 조달과 수익 배분 문제로 민간사업자와 갈등을 겪다가 착공 1년 7개월 만에 철수한 것이다. 이때 포스코건설이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포스코건설은 중국건축고분유한공사가 짐을 싸고 중국으로 돌아간 뒤 3개월 만에 민간사업자와 책임준공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1군 건설업체들이 엘시티 사업비가 2조7000억원이나 되지만 아파트 분양가격은 역대 부산지역 아파트 분양가격에 견줘 2배가량 높은데다 아파트 크기도 전용면적이 144~244㎡인 대형이어서 분양이 힘들다고 판단해 시공을 포기한 것과 대조적이다.
포스코건설이 시공에 나서면서 마지막 난관이 해결됐다. 부산은행 등 15개 금융권은 지난해 9월 엘시티에 프로젝트파이낸싱을 통해 1조7800억원의 대출 약정을 체결했다. 특히 부산은행은 지난해 1월 자금난에 시달리던 엘시티에 ‘브릿지론’(임시자금대출) 3800억원을 지원한 데 이어 경남은행 등 계열은행까지 동원해 1조1500억원을 대출했다.
부산시는 엘시티가 받은 특혜들에 대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태도다. 20여년 동안 해운대 해수욕장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던 터를 개발하기 위해 혜택을 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부산시는 “지금은 특혜라고 말하지만 그때는 숙원사업이었다. 합법적 절차를 거쳤다”고 밝혔다. 양미숙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엘시티는 지역 토착세력과 행정기관이 유착한 대표적인 특혜행정이다. 검찰이 진실을 밝혀내기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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