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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10.18 08:31 수정 : 2016.10.18 08:41

[밥&법] 끈질긴 성매매

취업 소외된 젊은층 발 담가
최근 들어 채팅앱으로도 진출

2004년 9월23일, ‘성매매방지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서울의 ‘미아리 텍사스’, ‘청량리 588’ 같은 대규모 집창촌들은 된서리를 맞았다. 관행적으로 훈방해온 성매수 남성을 모두 입건해 사회봉사 등 보호처분을 받도록 했고, 성매매 강요 업주에 대한 처벌도 5년 이하 징역에서 10년 이하 징역으로 강화됐기 때문이다. 성매매방지특별법이 시행된 지 12년이 지나면서 성매매 범죄는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해왔다. 이른바 ‘풍선 효과’인데, 최근 추세는 ‘오피스텔 성매매’가 주거지까지 파고들며 과거의 집창촌을 대신하는 양상이다. 경찰청 자료(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실)를 보면, 오피스텔 성매매 단속 현황에 관한 통계를 처음 집계한 2013년 638건에서, 2014년 1546건, 지난해는 1809건으로 급증했다. 올해도 8월 말 기준 1374건을 단속해, 이런 추세라면 연말까지 2000건을 크게 웃돌 것으로 보인다.

오피스텔 성매매 업주와 종사자들은 과거와는 많이 다르다. ‘조직폭력배와 40~50대 포주, 노예계약 여성 종사자’가 아니라, 취업 시장에서 소외된 20~30대 젊은층이 많다. 지난해 7월 서울지방경찰청의 특별단속 때 검거된 업주 124명 가운데 20~30대가 108명(87.1%)이었고, 단속된 성매매 종사자 역시 전체 159명 중 20~30대가 149명(93.7%)으로 절대다수였다.

업주 관점에서만 보면 오피스텔 성매매는 ‘진입비용이 낮은 새로운 창업 시장’이다. 월 50만~100만원 정도의 월세만 내면 보증금 없이 빌릴 수 있는 오피스텔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여성 종사자는 ‘○○알바’와 같은 성매매 종사자 전문 구직사이트에서 모으고, 남성들이 회원인 성매매 홍보전문 사이트에 매달 20만~40만원 정도에 광고를 내 성매수 남성을 호객한다. 실제, 지난 6월 오피스텔 성매매 단속에 걸려 구속된 이아무개(24)씨는 고졸 출신의 20대였다. 성매수 남성을 데려오는 영업실장 2명과 성매매 여성 2명도 모두 20대였다. 사기 등 전과 3범인 그는 지난 3월부터 서울 마포구 마포역과 구로구 신도림역, 마포구 공덕역, 강서구 등촌역 주변 4곳의 오피스텔을 옮겨 다니며 성매매 영업장을 운영하다 검거됐다. 김동수 서울경찰청 생활질서계장은 “조사를 해보면 반드시 조직폭력배들이 업주가 되는 것이 아니고, 청년들이 또래 친구들이나 고교 동창, 교도소에서 만난 이들과 공동으로 영업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성매매 여성과 업주와의 관계도 예전과는 일부 다른 양상을 보인다. 과거처럼 조폭과 연계된 인신매매나, 폭력과 협박을 수반한 노예계약 등은 적어도 ‘오피촌’에선 상당 부분 사라졌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김 계장은 “오피스텔 성매매 여성들은 업주하고 마음이나 조건이 안 맞으면 쉽게 떠난다. 성매매 여성을 많이 확보하는 게 영업 성패의 절대 조건이어서, 요즘은 일을 하는 여성들이 주도권을 가진 ‘갑’이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수익 배분도 성매매 여성과 업주가 각각 6 대 4 또는 7 대 3으로 나누는 게 일반화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단기간에 400만~500만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해 방학 기간에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서울에 와서 성매매를 한 지방 여대생들의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매매 여성과 업주와의 관계를 자유 계약관계로 보는 것은 단선적 이해라는 지적이다. 허민숙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연구교수는 “업주들이 성매매 여성들을 관리·감독하고 갈취하는 관계는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며 “보호해 줄 친족이 없거나 돈을 벌어야 하는 등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여성들이 성매매로 내몰리는 게 현실인데, 마치 자발적 선택인 것처럼 말하는 건 구조적 문제를 외면한 남성들의 왜곡된 해석”이라고 짚었다.

통계로 잡히는 오피스텔 성매매 범죄가 급증한 건, 그만큼 경찰이 해당 범죄에 대한 단속과 수사를 강화했다는 얘기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서울 지역 전체에서 지난해 1~8월 3456명을 검거한 데 이어, 올해 1~8월엔 5536명을 검거했다. 1년 만에 67%가 증가한 것이다. 서울경찰청은 올 들어 생활질서과 풍속단속 소속 강력단속팀을 2개 팀에서 4개 팀으로 늘려 집중 단속을 펼치고 있다.

경찰은 또다른 풍선 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강력한 단속과 처벌만으로는 다양한 형태의 신종 성매매를 원천봉쇄할 수 없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시행으로 룸살롱 영업이 한파를 맞은 것도 큰 변수라는 게 경찰 판단이다. 김 계장은 “최근 인터넷방송 진행자(BJ)들이 방송을 통해 성매매 범죄를 하는 신종 행태가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며 “채팅앱 등을 통해 청소년들이 성매매에 유입되는 흐름에 대해서는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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