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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10.10 20:22 수정 : 2016.10.10 21:02

판결체크/장례식·제사·종교행사 방해행위는 유죄

장례식이나 제사, 종교 행사를 방해하는 행위는 우리 정서상 ‘옳지 않은 일’로 여겨집니다. 그런데 이런 행동이 도덕적 비난을 넘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고 계시나요? 형법 제158조는 ‘장례식, 제사, 예배 또는 설교를 방해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형법이 제정된 1953년부터 지금까지 존재하는 유서깊은 법 조항입니다.

법 조항에는 장례식, 제사, 예배 또는 설교로 되어 있지만 실제 이 조항으로 가장 많이 처벌된 것은 예배 방해입니다. 실제 최근에도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교회 안에서 일어난 분쟁 탓에 예배를 인도하러 가는 목사를 방해한 혐의(예배 방해)로 기소된 박아무개(59)씨 등에게 벌금 100만원 등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박씨 등 예배 방해 혐의를 유죄로 인정받은 4명은 모두 경기도 광명시 ㅎ교회 교인입니다. 이 교회 담임목사는 17년간 교회를 이끌어왔는데, 2012년 일부 장로들이 담임목사가 교회 자금을 횡령했다며 사임을 요구한 일이 있었습니다. 논란이 이어지자 담임목사는 예배 중 “교회의 평안을 지킬 수 있다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실제 그만두지는 않았습니다. 그러자 박씨 등 교인 4명은 이듬해 담임목사직 사퇴를 요구하면서 설교하는 동안 소음을 내거나 따로 기도를 드렸고, 급기야 출입문을 막으며 목사가 예배당에 들어가지 못하게 했습니다. 결국 예배 방해죄로 기소된 4명에 대해 법원은 박씨는 벌금 100만원을, 나머지 3명은 벌금 7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의 2심 판결문을 보면 예배 방해죄와 관련한 다양한 판례가 나옵니다. 대법원은 예배 진행뿐만 아니라 이 사건처럼 예배 준비를 방해하는 것도 예배 방해죄로 인정합니다. 또 교회 분쟁으로 교인들이 둘로 나뉘어 따로 예배를 드리더라도, 분쟁이 최종적으로 해결되기 전에는 서로의 예배 활동과 예배 인도, 교회시설 사용을 보호해야 한다고 대법원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자격 시비가 있는 목사가 예배 인도를 하더라도, 이 목사를 지지하는 신도들의 예배 수행은 ‘형법상 보호받을 가치가 있’기 때문에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대법원은 봅니다. 수많은 판례를 보면 교회 분쟁이 낳은 예배 방해 사건이 얼마나 자주 법의 심판대에 올랐는지 알 수 있습니다.

예배 방해보다는 드물지만 제사 방해나 장례식 방해도 형사처벌된 사례가 있습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지난 8월 사육신선양회의 제사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김아무개(57)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앞서 살펴본 예배 방해 사례처럼 김씨의 경우도 김문기를 사육신에 포함하느냐 마느냐를 둘러싼 사육신 후손들의 갈등의 산물이었습니다. 사육신은 1456년 단종 복위 계획이 발각돼 숨진 박팽년 등으로, 오랫동안 충절의 상징으로 여겨져왔습니다. 후손들은 사육신의 묘소와 제사 관리를 위해 사육신현창회라는 모임을 만들었는데, 당시 함께 숨진 김문기를 사육신으로 인정하지 않는 후손들은 사육신선양회를 따로 만들었죠. 결국 지난 2011년 4월 사육신 제사를 드리려는 선양회 회원들과 이를 막으려는 김씨 등 현창회 회원들이 사육신 묘가 있는 서울 동작구 의절사 앞에서 충돌했습니다.

장례식 방해죄는 정치적 논란이 된 경우가 있었습니다. 검찰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죄하라. 어디서 분향을 해”라고 소리 지른 백원우 당시 민주당 의원을 장례식 방해죄로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했습니다. 무리한 법 적용과 기소라는 비판이 일었죠. 법원은 1심부터 백 전 의원의 장례식 방해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는데요. 무죄를 확정한 2013년 2월 대법원 판결문을 보면, 백 전 의원은 소리만 질렀고 이명박 대통령의 헌화 등 장례 절차 진행에 문제가 있지는 않았기 때문에 장례식을 방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노동조합 조합원에게 적용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2014년 자살한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노동자 염호석씨의 장례를 둘러싸고 유가족의 입장이 둘로 나뉘었고, 가족장으로 치르겠다는 아버지 뜻에 따라 경찰이 장례식장에 출동해 염씨의 주검을 가져갔습니다. 당시 경찰을 막은 노조원들은 특수공무집행 방해와 장례식 방해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대법원은 2015년 “제사 주재권은 아버지에게 있다”며 장례식 방해 등의 혐의를 인정해 라두식 당시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수석지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바 있습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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