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10.04 10:09
수정 : 2016.10.04 11:22
[밥&법] 동네변호사가 간다
변호사는 물건이 아니다. 우리는 흔히 변호사를 ‘산다’고 표현한다. 잘못된 표현이다. 변호사의 ‘시간’을 산다고 하는 것이 맞다. 사람들이 변호사의 시간을 사려는 이유는 분명하다. 민사의 경우 자신이 처한 법률적 문제에 대하여 승소하거나, 형사의 경우 무죄 내지 양형상 선처받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변호사와 소통에 실패해 변호사 선임 단계에서 문제가 생기거나, 별로 좋지 못한 판결을 받는 경우를 많이 봤다. 안타까운 일이다. 필자와 동료 변호사의 경험을 종합해 몇 가지 조언을 드려보고자 한다.
먼저, 어떤 변호사가 좋을지 생각해보자. 변호사가 당신의 사건의 쟁점을 얼마나 정확하게 파악했는가가 중요하다. 무엇이 중한지를 알아야 급소를 찌를 수 있다. 문제는 변호사가 당신의 사건에 얼마나 시간을 투여해 줄 것인가다. 사건기록을 한 번 볼 때와 두 번 볼 때가 느낌이 다르다. 특히 형사사건은 사건기록을 여러 번 보는 것이 필요하다. 좋은 변호사는 내 사건에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들여주는 변호사다.
그렇다고 무조건 당신 사건에 많은 시간을 투여해 달라고 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다. 변호사는 당신의 사건만을 수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사건의 진행에 대하여 자연스럽게 관심을 표명하면서 변호사의 주의를 환기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지나쳐 변호사와 갈등을 빚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혜롭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특히 사소하고 지엽적인 문제를 변호사가 잘 모른다는 이유로 변호사를 불신하는 경우가 있다. 신뢰관계가 파탄 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다음으로, 대화법이 문제다. 변호사는 당신의 편이기는 하다. 그러나 무작정 당신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 아니다. 비유하자면 변호사는 ‘비판적 지지자’다. 당신의 주장을 판사에게 납득시켜서 당신이 승소할 수 있도록 하는 사람이다. 당신의 주장을 당신의 변호사부터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당신의 주장은 구체적이고 명확해야 한다. 분쟁 상대가 반론을 제기하는 핵심 쟁점에 대해선 증거가 분명해야 한다. 거꾸로 말하면, 변호사가 당신에게 주장이 구체적이고 명확한지, 상대방이 다투는 대목에 관하여 증거가 튼실한지 꾸준히 따져 물어야 한다. 변호사가 이런 질문을 하는 걸 두고 “저 변호사가 나를 안 믿네”라고 의심하면, 그런 오해로 인한 폐해는 고스란히 당신에게 전가된다.
오히려 변호사가 당신의 말에 이래도 ‘응’, 저래도 ‘응’하기만 한다면 그 변호사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변호사는 자꾸 따져 묻고, 사건을 여러 각도에서 이리저리 찔러보는 과정을 거치며 당신의 주장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판사를 더 잘 설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말씀드린다. 변호사가 법원이나 검찰에 내는 서면을 사전에 점검해서 당신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구술심리와 공판중심주의가 점점 확대되는 추세인 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서로 사실관계와 법리를 주장하고 증거를 제출하는 과정도 여전히 중요하다. 구술심리나 공판중심주의도 이런 문서 상의 주장과 증거를 기초로 이뤄진다. 당신이 문서 상의 주장과 증거를 사전에 꼼꼼히 점검해야 하는 이유다. 법리야 변호사가 더 전문가지만, 사실관계는 변호사보다 직접 경험한 당사자인 당신이 더 정통하지 않는가?
이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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