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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9.19 21:27 수정 : 2016.09.19 22:01

‘양육비 이행법’ 지난해 9월부터 시행
양육비이행관리원서 법적대응 등 지원

“사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길래 ‘그럼 그렇지, 국가가 여자 편을 들어주겠어’라고 생각했어요.”

두 딸을 둔 김아무개(43)씨는 2007년 9월 남편(44)과 재판을 거쳐 이혼했다. 김씨가 아이들을 키우는 대신 법원은 ‘남편은 한달에 160만원씩 김씨한테 양육비를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전남편은 매달 꼬박꼬박 양육비를 보내왔다. 그러나 전남편이 재혼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새 가정을 꾸린 남편은 2011년 9월 무렵부터 양육비를 전혀 보내지 않았다. 김씨 혼자 벌이로는 생활비와 아이들 학비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 설상가상 궤양성대장염과 폐렴 등으로 건강까지 나빠졌다.

“전남편한테 양육비를 보내달라고 수차례 문자메시지를 보내도 답이 없거나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어요. 직접 찾아갈 수도 없고 어떻게 할 방도가 없더라고요.” 전전긍긍하던 김씨는 지난해 4월 우연히 양육비이행관리원(이행원)이란 존재를 알게 됐다. 자신처럼 양육비를 받지 못한 사람들의 법적 소송 등을 도와주는 곳이었다. 이행원의 도움으로 김씨는 지난달 밀린 양육비 7000만원 가운데 3000만원을 받아냈다.

지난해 3월 문을 연 이행원은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양육비이행법)이 제정되면서 신설된 여성가족부 산하기관이다. 받아야 할 양육비를 받지 못하고 있는 이들에게 법적인 구제 절차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됐다. 2012년 한부모가족 실태조사에서 이혼 또는 미혼 한부모 가운데 양육비를 전혀 받은 적이 없는 경우는 83%에 이르지만, 양육비 청구 소송 경험이 있는 비율은 4.6%에 불과했다.

양육비이행법에 따라 자녀가 만 19살 미만인 이혼 또는 미혼 한부모가족, 손자·손녀를 양육하는 조손가정이라면 양육비 이행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다.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양육비 상담, 협의 성립, 법률 지원, 채권 추심, 사후 모니터링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이행원 설립 이후 지난 6월 말까지 1년4개월 동안 밀린 양육비를 대신 받아주거나 협의를 도와준 사례는 4231건, 금액은 66억2000여만원에 이른다.

김씨가 양육비 추심을 신청하자 이행원은 전남편의 소득 및 재산 현황부터 파악했다. 이행원은 전남편이 개인사업을 하면서 재혼한 배우자 이름으로 수억원대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김씨로부터 파악했다. 법적 절차에 앞서 밀린 양육비에 대한 이행청구서를 보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추심 담당자가 전화를 걸자 전남편은 “사업장 직원들 보험료도 밀렸고, 국세도 5000만원 정도 연체됐다”며 “양육비를 지급할 여력이 안 된다”고 했다. 예금 채권에 대한 압류 및 추심명령을 진행했으나 전남편의 계좌에는 잔고가 없는 상태였다.

이행원은 마지막으로 법원에 이행명령을 신청했다. 하지만 전남편은 김씨한테 “마음대로 해보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법원에 답변서도 제출하지 않고 심문기일에 참석하지도 않았다. 결국 법원은 지난해 12월 ‘미지급 양육비 3000만원을 10개월에 나눠 지급하라’는 이행명령을 내렸다. 전남편이 이행명령을 3차례 위반하자 법원은 지난 4월 전남편의 인신을 구속하기 위한 ‘감치 재판’을 열어 지난 7월 ‘감치 30일’ 결정을 내렸다. 전남편은 감치 결정을 받은 다음날 김씨한테 3000만원을 보내왔다. 김씨는 “밀린 양육비를 일부라도 받게 돼 다행이지만, 그 과정이 너무 오래 걸리는 것 같다”며 “아직 받지 못한 양육비는 추가로 소송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행원은 ‘너무 오래 걸리는 추심 절차’를 문제점으로 인식하고 있다. 김씨의 소송을 담당한 이행원 추심지원팀 조명종 위원은 “이행원에 직접 재산 조사 권한 등이 없어 법원 등을 거쳐 진행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라고 말했다. 김씨의 전남편처럼 본인 명의의 계좌에 돈이 없을 경우엔 감치 재판까지 가는 등 기간이 늘어진다. 조 위원은 “양육비 수혜자가 아이들인 만큼 하루라도 빨리 받을 수 있어야 실효성이 있다”며 “현재로선 당사자 동의를 받아야 이행원이 직접 재산 등을 조사할 수 있는데, 동의하는 사람은 100명 중 1명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감치 재판 등을 진행해도 당사자가 버티면 도리가 없다. 조 위원은 “미국·유럽 등에선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을 때 운전면허를 중지시키는 등의 제재를 가하기도 한다”며 “법적 제재에 앞서 ‘양육비는 당연히 줘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자리잡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육비 이행과 관련해 도움이 필요하면 전화(1644-6621)와 온라인(childsupport.or.kr), 방문 상담을 할 수 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양육비이행관리원 추심지원부 직원이 양육비를 청구하기 위해 방문한 내담자와 상담하고 있다. 양육비이행관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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