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8.16 11:02
수정 : 2016.08.16 11:03
[밥&법]
지난달 미국 의무표기법 입법
국내서도 표시 강화 법개정 추진
“알권리 보장” “생명공학 저해” 맞서
나라 안팎에서 유전자변형생물체(GMO·지엠오) 안전성 논란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1996년 지엠 농산물이 처음 상업화된 이후 20년간 지엠오의 안전성을 놓고 격론이 벌어졌지만 결론은 나지 않았다. 국내 지엠오 수입량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지엠오는 기존의 종자 개량과 다르다. 종자 개량은 동종·이종 간 교배를 통해 개체를 선별하는 등 우성 형질의 발현을 촉진시켰으나, 지엠오는 아예 인위적으로 유전자를 조작해 자연적으로 발생 불가능한 형질 변화를 가능하도록 한다. 대표적인 예로 크기가 크고 오래 보관해도 무르지 않는 토마토, 제초제 그라목손에 내성이 있는 콩 등이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지엠오를 포함한 식품이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최근 과학 부문 노벨상 수상자 100여명은 지엠오가 해롭다는 증거가 없다며 지엠오를 반대하는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에 항의 서한을 보냈다. 이에 대해 생태계 교란 위험성 등을 들어 지엠오를 반대하는 쪽은 ‘무해하다는 것은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느냐’고 반박한다.
최근에는 지엠오 완전표시제가 쟁점이다. 지엠오를 원료로 썼다면 무조건 표기하도록 하는 제도다. 소비자 주권 차원에서 지엠오 함유 여부가 알 권리로서 충족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상·하원을 통과한 지엠오 표기법안에 지난달 서명했다. 지엠오 포장지에 ‘GMO 원료로 만들었다’고 의무 표기하도록 하는 법이다. 식품 제조업체는 지엠오를 포함한 제품을 출시할 때 영문, 그림, 스마트폰용 코드 중 하나로 이 사실을 표기해야 한다. 그동안 미국은 지엠오 관련 표시제가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주목할 만하다.
국내에서도 지엠오 완전표시제와 알 권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 6월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 등 30명이 지엠오 완전표시제 강화 등을 내용으로 식품위생법 개정안 발의를 했고, 정의당 윤소하 의원도 이를 더 구체화해 발의할 예정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와 생활협동조합 등 지엠오 완전표시제를 찬성하는 쪽은 헌법과 소비자기본법의 알 권리를 내세운다. 반면 이를 반대하는 쪽은 “지엠오는 지난 20년 동안 세계적으로 이용되고 있어 그 안전성이 입증되고 있음에도 일부 국회의원들이 소비자 알 권리를 내세워 지엠식품 표시제 확대를 입법화하려고 한다. 시대착오적이며 국익에 반하는 행위”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또 “생명공학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켜 새로운 농업기술 이용·연구를 저해하고 농업 발전을 가로막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식품관련 학회와 기업,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이 지엠오 완전표시제를 반대하고 있다.
지엠오 완전표시제에 찬성하는 쪽 안에서도 견해차가 있다. 첫째, 시행 시기다. 시행령 등을 통해 단계적 시행 주장과, 제한을 두면 면제조항이 생겨 취지에 맞지 않으므로 전면적 시행을 해야 한다가 맞선다.
둘째, 소비자 우려를 없애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국내산 농산물에 비지엠오 표시를 안 해도 된다”는 주장과 소비자가 명확하게 인식하기 어렵기 때문에 “비지엠오 표시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한다.
셋째, 표시면제 범위에서 허용범위가 0%와 0.9%로 나뉜다. 예컨대 현재 지엠오 표시를 면제해주는 비의도적 혼합치(생산·수입·유통 과정에 의도하지 않게 지엠오가 섞였다고 보고 표시를 면제해주는 비율)는 3%이다. 이를 아예 완벽하게 0%로 해야 한다는 의견과, 선박 등 운송 과정에서 섞일 수 있으므로 현실을 고려해 0.9%로 하자는 것이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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