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1.16 20:15
수정 : 2017.01.16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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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문화방송> 막내 기자들이 유튜브와 페이스북에 올린 반성문 동영상의 첫 장면.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에서 시민들이 문화방송 중계차 위의 기자들을 향해 ‘엠병신’이라고 연호하는 모습이다. 동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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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문 쓰는 기자는 슬프다. 4일과 10일, 유튜브와 페이스북엔 엠비시(MBC·문화방송) 기자들의 반성문 동영상이 떴다. 날개 꺾인 막내 기자들의 ‘중창’과 이를 응원하는 같은 처지 선배들의 ‘합창’이었다. 합창에 참여한 엠비시 중견기자 X는 말한다.
-엠비시 기자로서 부끄러운지.
“엠비(MB) 때부터 부끄러웠죠. 2011년 엠비 내곡동 사저와 김문수 119통화 등 보도 못 하면서 정부에 순치되기 시작한 셈. 그게 파업 발화점 됐고.”
-엠비시에서 2016~2017년은 어떤 의미?
“이토록 무력한 꼴은 처음. 그동안 용하게 버틴다 생각했죠. 최순실 같은 큰 이슈 터지니까 바로 밑바닥 드러났고.”
-두 차례 반성문 동영상 인상적.
“첫 동영상 만든 후배 3명은 입사 3년 되도록 막내. 파업 끝나고 노조 가입 뒤 찍혔죠. 이후 경력 수십명 뽑았지만, 다 그들보다 선배. 현장에서 욕먹고, 기사 바뀌는 일 반복 못 참아 나섰고, 회사에서 경위서 요구하니까 선배들 96명 나선 거죠.”
-후배들이 동영상에서‘누릴 것 다 누리고 이제 와서 이러냐고 욕하셔도 좋다’고 했는데요.
“뜨끔했어요. 저 포함, 적극적 왜곡 아니라도 ‘난 할 만큼 했다’면서 보도국 붙어 있는 선배들 많으니까. 빨리 대들고 나오라는 조언 있고, 우리가 주인이니 끝까지 싸우자는 이들 있죠. 고민 많이 합니다.”
-생각 다른 이들 있을 텐데.
“노조원이나 보도국 기존 멤버는 거의 반성문 내용 동의. 다만 ‘시기 아니다’‘애들만 다친다’며 불참하기도. 90명 가까운 경력기자 중엔 5명만이 뜻 같이했고요. 이제 와서 어떻게 거기 이름 올리냐는 ‘양심’과 동시에 ‘생존본능’ 작동한 듯해요.” <내일 계속>
고경태 신문부문장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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