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7.18 17:46
수정 : 2019.07.18 19:13
드미트리 돈스코이호
(1881~1905)
드미트리 돈스코이, 1380년에 킵차크한국의 군대를 물리친 러시아의 영웅이지만 우리에겐 낯선 인물. 그런데도 이름이 귀에 익은 것은 배 이름 때문일 터.
러일전쟁이 터지자 세계 바다 곳곳에 흩어진 러시아 함대가 모여들었다. 발트해에 있던 돈스코이호 역시 지구를 반 바퀴나 돌아 1905년 5월에 일본해군과 싸웠다. 러시아 발틱함대는 대부분 격침당했고 돈스코이호는 이튿날까지 저항한 끝에 만신창이가 된 채 울릉도 근처에 자침.(조선의 운명도 이 전쟁으로 결정되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돈스코이호에 보물이 실려 있었다는 소문이 퍼졌다. 1998년 동아건설이 바닷속 깊은 곳에 가라앉은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고 하여 주가가 폭등한 일도. 그러나 2001년에 파산 선고를 받았고 이때 주식을 산 사람들은 손해를 봤다.
돈스코이호가 다시 화제가 된 것은 2018년 7월, 딱 1년 전의 일. 200톤 금괴가 실린 150조원짜리 ‘보물선’을 인양한다며 가상화폐까지 발행하고 투자자를 모았으나, 여론은 싸늘. 지난해 이 사건을 접하며 ‘이런 허술한 사기극에 누가 당하랴’ 나도 생각했더랬다. 그런데 아니었다. 피해 금액 89억원, 피해자는 수천명. 무슨 사연들일까. 한탕을 노렸을까, 그저 사람이 그리워 남을 믿었을까. 사람 마음의 그늘은 바닷속만큼이나 어둡다.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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