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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2.22 19:04 수정 : 2017.02.22 22:23

일러스트 오금택

‘영웅’은 왜 사진 찍은 기자를 원망했을까

일러스트 오금택

1945년 2월23일 아침, 미국 해병대가 일본군과 혈투를 벌여 스리바치산을 점령. 이오지마섬에서 가장 높은 지점이었다. 10시20분, 목숨을 걸고 돌격했던 해병대원들이 성조기를 꽂아놓고 사진을 찍었다. 깃발 크기는 폭이 백삼십오 센티미터. 다시 보니 작았다. 사령부는 기를 바꾸기로 했다. 열두시, 폭이 이백사십사 센티미터나 되는 새 깃발을 병사 여섯 명이 세웠다. 종군기자 로즌솔(로젠탈)이 이 유명한 장면을 촬영. 연출사진인 셈이지만, 강렬한 이미지였다.

미국은 영웅이 필요했다. (전시 국채도 팔아야 했다.) 사진 속 여섯 사람 가운데 셋은 얼마 후 전사. 생존자 가운데 아이라 헤이스가 눈길을 끌었다. ‘인디언’이라 불리던 미국 원주민 출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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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지마 전투의 영웅’이라 포장된 헤이스. 그러나 마음이 무거웠다. 산을 점령할 때 그는 다른 곳에 있었기 때문. “그때 전사한 진짜 영웅들이 생각나요. 나는 영웅이 아닙니다. 당신이 그 사진만 안 찍었어도.” 기자를 원망했다. 돌격에 참여했던 ‘전우’한테 “거짓말쟁이”라며 구타당한 일도 있다. 마음고생 끝에 알코올중독에 빠져 숨을 거둔다. 서른두 살의 이른 나이였다.

글 김태권 만화가, 1면 일러스트 오금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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