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2.19 17:34
수정 : 2017.02.19 19:09
40년 넘게 군림하며 세운 9미터 청동상이 무너졌다
|
김태권 만들고 이은경 찍다
|
1991년 2월20일, 독재자 호자의 거대한 동상을 시민들이 쓰러뜨리다
■ 40년 넘게 철권을 휘두른 알바니아의 독재자 엔베르 호자(1908~1985)
1939년, 엔베르 호자는 알바니아의 수도 티라나에 플로라라는 카페를 열었다. 지식인 친구들이 이곳에 모여, 이탈리아가 세운 파시즘 괴뢰정부를 비판하곤 했다. 얼마 안 가 정부는 카페 문을 닫았고, 호자는 빨치산 운동에 뛰어들었다. 1944년, 알바니아 독립. 호자는 국가 원수가 된 다음 옛 친구들을 하나둘 처형했다. 피의 숙청이었다.
그리고 기억을 조작했다. 제거된 사람은 단체 사진에서도 지워졌다. (급하게 삭제하다가 발을 지우지 않고 남겨둔 사진도 있다.) 사진 속 인물은 해마다 줄더니 결국 호자의 독사진만 남았다. 호자 혼자서 독립운동을 이끈 것처럼 선전했다. 곳곳에 호자의 동상도 건립했다. 수도에는 높이 9미터가 넘는 거대한 청동상을 세웠다.
40년 넘게 독재자로 군림한 호자. 말년에 기행을 일삼았다. 외적의 침략에 맞선다며 나라 곳곳에 토치카를 만들었다. 이렇게 지은 개인 벙커가 75만개가 넘었다나. 알바니아 인구가 300만명이었는데 말이다. 호자가 죽은 뒤 알바니아의 공산주의 정권은 빠르게 무너졌다. 거리로 나온 시민들. 마침내 호자의 거대한 동상을 밧줄로 당겨 쓰러뜨렸다. 1991년 2월20일의 일이었다.
김태권 만화가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