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12.22 18:58
수정 : 2016.12.22 21:31
다시 읽었다, 으아 속이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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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권 만들고 이은경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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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23일은 제인 오스틴이 <에마>(Emma)를 출판한 날(1815년). 사실 나는 이 글을 쓸 자격이 없다. <오만과 편견> 등 오스틴의 소설에 열광한 적이 없기 때문. 이상한 노릇이다. 친구들은 하나같이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데 어째서 나만?
이번에 다시 읽으며 깨달았다. 주인공의 주변 인물들이 너무 답답해 문제. 범속한 이들이 범속한 꿈을 꾸며 범속한 삶을 산다. 주인공은 때때로 이 사실이 마뜩잖지만, 안온한 환경을 버리고 떠날 기백은 없다. 으아, 속이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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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권 만들고 이은경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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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의 필력이 부족하다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사람들을 어찌 이리 살아 있는 듯 그렸을까. 깨알 같은 풍자. 나는 그의 소설이 싫은 게 아니라, 당시 영국 사회가 못마땅했던 것.
남자만 사회활동을 하던 시대. 부모님 집에 살며 작가 수업도 혼자서. 제일 친한 친구는 언니 커샌드라(배경에 보이는 제인의 초상도 언니가 그려준 수채화). 소설 대부분은 익명으로 출판. 그럼에도 세상을 미워하기는커녕, 풍자를 할 때도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았다. 마흔하나라는 이른 나이에 숨졌다. 그의 삶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반세기 후 조카의 회고록 덕분이라고.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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