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11.25 09:14
수정 : 2016.11.25 10:31
세 자매가 독재자 트루히요에게 납치·살해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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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오금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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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 트루히요는 도미니카공화국의 독재자. 1930년 이래 30년이나 막전막후에서 권력을 함부로 휘둘렀다. 그 나라 중산층이던 미라발 집안에 네 딸이 있었다. 그중 세 자매인 파트리아, 미네르바, 마리아 테레사가 반독재 운동에 뛰어들었다. 셋째 미네르바는 법대 성적이 우수했지만 트루히요의 미움을 받아 변호사 자격증을 얻지 못했다. (호색한 트루히요가 지분거리자 면박을 주는 바람에 그리됐다는 말이 있다.) 조직에서 쓰던 가명은 ‘마리포사’, 나비라는 뜻.
1950년대 내내 세 자매와 남편들은 아무리 잡혀가도 뜻을 꺾지 않았다. 트루히요는 암살자를 보낸다. 세 자매를 납치, 곤봉으로 때려 살해한다. 1960년 11월25일의 일. 교통사고처럼 위장했지만, 도미니카 사람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은 셈. 민심 잃은 독재자가 종종 그러하듯, 트루히요는 이듬해 5월에 암살당한다.
둘째인 데데 미라발이 재단을 세워 세 자매를 기렸다. 1997년 이래로 이들은 도미니카를 대표하는 민주주의의 영웅이 됐다. 페미니즘 운동의 투사로 기억되기도 한다. 11월25일은 ‘세계 여성폭력추방의 날’. 미라발 자매의 사망일에 맞춰 유엔(UN)에서 정한 날이다.
글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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