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11.02 19:15
수정 : 2016.11.02 19:28
대기권 앞두고 안락사시켰다는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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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오금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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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 11월의 일이다. 영국 런던의 소련대사관 앞을 성난 군중이 메웠다. 소련의 우주개발팀이 인공위성에 개를 태워 보냈기 때문. ‘그 전해 헝가리 침공에 항의하던 시위대보다 적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소련 외교관의 회고. “우리 소련사람도 개를 사랑합니다.” 시위대를 진정시키기 위해 불도그의 콧등에 뜨거운 뽀뽀를 했다나.
이름은 라이카. ‘쿠드렴카’라고도 부른다. 거리의 떠돌이 개였다. 우주비행을 위해 훈련시켰다. 1957년 11월3일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2호에 태웠다. 우주로 나간 최초의 생명체. 생명체가 우주공간에서 살 수 있을까 궁금해하던 시대에 유인우주선에 앞서 라이카로 ‘동물실험’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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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60년대 미국과 소련은 경쟁적으로 개, 원숭이, 침팬지 등 동물들을 우주에 쏘아올렸다. 1957년 생명체 최초로 우주여행을 한 모스크바의 떠돌이 개 ‘라이카’도 우주여행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목적으로 스푸트니크 2호에 실려 발사됐다. 미국 항공우주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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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 당시 소련은 라이카가 살아 돌아올 수 있을 것 같다고 암시했지만, 거짓이었다. 처음부터 귀환 계획은 없었다. 소련은 라이카가 며칠 동안 살아 있었으며 대기권 돌입을 앞두고 안락사시켰다고 나중에 발표한다. 그러나 이것도 거짓. 2002년 밝혀진 바에 따르면 라이카는 발사 후 몇 시간 만에 숨졌단다. (동물학대라던 시위대의 주장이 옳았다.) 체제의 영광을 위해 영문도 모른 채 희생된 라이카를 생각한다.
글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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