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10.03 19:01
수정 : 2016.10.03 19:10
게엄령 선포 때 잡아들일 900명 목록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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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오금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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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보통사람의 시대.” 노태우 정부 때 슬로건이다. 겉으로 말은 이렇게 했지만 속사정은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과 비슷했다. 1990년 10월4일, 국군보안사령부에 근무하던 윤석양 이병이 “보안사가 민간인을 사찰했다”고 폭로했다. 군은 무려 1300여명의 민간인을 감시하고 있었다. 대부분 정권에 비판적인 사람들이었지만, 3당 합당으로 집권여당이 된 김영삼 같은 이도 사찰 대상이었단다.
군이 민간인을 왜 이렇게 곰살궂게 챙겼을까. 한국 사회의 양심 세력이니 지켜주려 그랬던 걸까? 그럴 리는 없는데. 2007년에야 수수께끼가 풀렸다. ‘노태우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할 경우 잡아들일 900여명의 목록’을 보안사가 1989년에 작성했다는 것이다. 그해 을지훈련 기간에 도상훈련까지 했다니 무시무시하다. 내가 지어낸 음모론이 아니라 국방부 과거사위원회의 발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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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10월4일 윤석양 이병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회 사무실에서 보안사 민간인 사찰 내용을 폭로하고 있다. 윤 이병은 보안사 대공처 수사3과 분석반에서 근무하던 중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등 1303명의 민간인 사찰 카드와 컴퓨터 디스켓 3통 등을 가방에 넣어 9월23일 새벽에 보안사를 탈출하고 <한겨레>를 통해 보안사의 민간인 불법사찰을 폭로했다. <한겨레>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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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이병은 큰 고생을 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가족들 직장에까지 기관원이 찾아와 괴롭혔다고 한다. 노태우 정권은 10월13일에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해 관심을 돌리는 등 수습에 진땀을 뺐다. 보안사는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로 이름을 바꾸고 달라지겠다고 약속했지만, 정말일까. 대선을 앞둔 지금, 과연 어떨지?
글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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