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9.26 20:45
수정 : 2016.09.26 20:50
천재 칼 루이스에 대한 콤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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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오금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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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올림픽을 기억한다면, 캐나다 선수 벤 존슨의 이름이 귀에 설지 않을 것이다. 한때 미국의 칼 루이스와 더불어 세기의 맞수라 불렸다. 존슨은 루이스에게 여덟 번의 국제대회에서 내리 패했다(1984년 LA올림픽 포함). 그런데 1985년에 깜짝 놀랄 만큼 기록을 단축하며 루이스를 앞질렀다. 올림픽 직전에는 다시 루이스가 앞서기도 했다. 엎치락뒤치락 흥미진진. 서울올림픽 단거리 육상에 세계가 주목한 이유다.
마침내 9월24일, 100m 달리기 결승. 금메달은 벤 존슨. 9초79. 그날만큼은 존슨이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였다. 그러나 몰락도 빨랐다. 1988년 9월27일, 사흘 만에 메달이 취소되었다. 금지 약물을 복용한 사실이 소변검사 결과 들통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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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9월27일, 서울올림픽 육상 100m 금메달리스트인 캐나다의 벤 존슨이 약물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와 추방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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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하다, 밝혀질 줄 알면서도 왜 약물을 복용했는지. “검사 직전 칼 루이스 쪽에서 약물을 먹였다”고 존슨은 2006년에 주장했지만, 믿는 사람은 없다. 그저 한번 루이스를 꺾어보고 싶었을까. 존슨은 과묵하고 진지한 노력파였던 반면 루이스는 타고난 천재였단다. 루이스의 까불까불하는 태도가 벤 존슨을 자극했을 것이다. 영화 <아마데우스>에 나오는 모차르트와 살리에리가 나는 자꾸 생각난다.
글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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