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9.18 21:28
수정 : 2016.09.18 21:30
세상을 바꾼 의인은 왜 총살당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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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오금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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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의문의 공간이었다. 유대인이며 로마인(집시)이며 폴란드인이며 수많은 사람이 끌려갔지만, 밖으로 나오는 사람은 없으니 말이다. 안에서 무슨 일이? 1940년 9월19일, 폴란드의 독립운동가 비톨트 필레츠키는 자진하여 나치에게 체포되었다. 아우슈비츠에 들어가기 위해서였다.
수용소의 참상에 놀란 필레츠키. 강제 노역과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면서도 지하조직을 만들었다. 아우슈비츠에서 일어난 학살을 서방 세계가 처음으로 확인한 것은 그가 폴란드 망명정부에 보낸 ‘비톨트 보고서’를 통해서였다. 1943년 4월, 필레츠키는 경비원을 제압하고 아우슈비츠를 탈출한다. 여기까지는 용기 있는 사람이 세상을 바꾼 이야기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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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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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레츠키는 대량 학살이 끝나기를 기대했다. 연합군이 즉시 철도를 폭격하거나 낙하산 부대를 보내 수용소를 멈추어 주길 바랐단다. 그러나 영국과 미국 정부는 움직이지 않았고, 나치는 1945년 1월까지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운영했다. 소련 정부 역시 자기네 위성국가를 세우는 일이 우선이었다. 폴란드에 새로 들어선 친소 정부는 필레츠키를 총살하고 아무 데나 묻었다. 그가 망명정부 쪽 사람이었기 때문이라나. 20세기는 참 씁쓸하구나.
글 김태권 만화가, 1면 일러스트 오금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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