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8.15 20:22
수정 : 2016.08.15 23:12
그대, 평범한 삶에 만족하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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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권 만들고 이은경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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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8월 16일, 만주국 황제였던 푸이가 달아난다. 황후 완룽까지 두고 갈 정도로 서둘렀지만 이내 소련군에 붙잡혔다. (체포된 날은 19일이라고도 한다.) 청나라가 망한 지 33년 만에 두 번째로 황제자리를 잃게 되다니 기구한 운명이었다. 옥살이를 마친 후 중국 정부의 ‘사상개조’를 받고 평범한 사람이 되었다는데, 속마음이 어땠을지는 추측해볼 따름이다.
영화 <마지막 황제>로 잘 알려졌다. 한국 사람한테는 난감한 영화다. 아무려나 일본의 대륙침략에 들러리 선 전범이 아닌가. 만주국 정부와 한때나마 엮였던 사실이 밝혀지는 바람에, 한국에서 한동안 존경받던 인물이 친일 논란에 휩싸인 일도 많다. 그런 괴뢰정부의 수장이 자기도 힘들었다고 주장해봤자 공감하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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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권 만들고 이은경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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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2006년 다시 발간된 회고록에 따르면 푸이 본인은 정말 고통스러웠나 보다. 1932년부터 완룽 황후는 내연남과 관계를 맺었고 1935년에는 사생아를 출산하기까지 한다. 상대는 하필 일본인 군관이었다나. 궁궐 밖에 맡겨 키우겠다고 아이를 받아가서는 완룽 몰래 아궁이에 던져 살해했다니 푸이가 받은 상처도 상당했던 것 같다. 나중에 얻은 평범한 삶에 진심으로 만족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글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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