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8.11 19:50
수정 : 2016.08.11 21:15
박정희를 공격했으나, 그래서 실망스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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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오금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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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4·19혁명으로 이승만이 쫓겨나고 야당이던 민주당이 집권했다. 8월12일, 민주당 신파가 힘을 모아준 덕에, 구파의 윤보선이 무난히 대통령이 됐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16일에 윤보선은 자기네 구파 사람한테 총리 자리를 주려고 했다. 배신감을 느낀 신파는 총리 인준을 부결시킨다. 결국 신파 사람 장면이 총리가 되었으니, 윤보선은 실리도 명분도 모두 잃은 셈이다. 거꾸로 8월말 9월초에는 민주당 신파 사람들이 내각의 장관 자리를 독차지했다가 구파의 반발을 사 개각을 해야 했다. 거울에 비친 것처럼 똑같이 실망스러운 모습이다. 1961년 5·16쿠데타에 대한 대응 또한 윤보선도 장면도 실망스럽다. 사전에 알고도 대처하지 못했고 쿠데타가 터진 다음에는 우왕좌왕하느라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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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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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보선은 훗날 박정희에 맞선 야당 후보로 여러 번 대선을 치렀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이때 보여준 모습이 가장 실망스럽다. 박정희의 남로당 전력을 문제 삼아, 박정희는 공산주의자라는 네거티브 전략을 질리지도 않고 밀어붙인 것이다. 오늘날까지 민주주의와 야권의 발목을 잡아온 ‘색깔론’과 ‘종북몰이’가 야당의 어른 윤보선에게서 비롯하였다니, 울기에도 웃기에도 얄궂은 일이다.
글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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