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6.07.20 21:06 수정 : 2016.07.20 21:58

‘진화론 교육’ 금지에 발랄한 조롱

일러스트 오금택

1925년 7월21일 미국 테네시주에서 과학교사 존 스코프스가 재판을 받는다. 진화론을 과학시간에 가르쳤다는 죄명이었다. 공립학교에서 진화론을 가르치지 말라는 법을 얼마 전 기독교 근본주의 세력이 테네시주에서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이렇게만 보면 20세기에 일어난 무시무시한 종교재판 같은 인상이다. 그렇지는 않고, 이 한심한 법을 조롱하기 위해 일부러 시민불복종 운동을 벌인 것이다. 스물네 살의 존 스코프스가 총대를 멨다. 미국 전역에서 취재진이 몰려들었고, 재판은 라디오 방송으로 중계되며 기독교 근본주의와 과학자 사이의 ‘공개 토론’으로 바뀌었다. 한쪽은 신앙을 앞세우고 한쪽은 논리로 조목조목 따지고 드니 토론 결과는 정해진 바나 진배없었다. 언론은 근본주의 세력을 비웃으며 이 재판을 ‘원숭이 재판’이라 불렀다.

AP 연합뉴스
그래도 재판 결과는 스코프스의 유죄였다. 애초에 이길 재판은 아니었다. 현행법을 작정하고 어겼으니 말이다. 어쨌거나 여론이 바라던 대로 흘러갔으니 성공이었다. 스코프스는 많지 않은 벌금을 물고 대학에 돌아가 지질학자가 되었다. 세례를 받고 가톨릭 신자가 되었다는 후일담이 있다. 훗날 석유회사에 일자리를 얻어 세계를 돌아다니며 일흔 살까지 잘 살았다.

글 김태권 만화가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나는 역사다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