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역사다] 7월20일의 사람, 고종 황제(1852~1919)

일본에 의해 강제퇴위당한 비운의 황제

일러스트 오금택

1907년 7월20일 대한제국의 고종이 아들 순종에게 황제 자리를 넘겨주었다. 원래 19일에 행사를 치르기로 했는데 하루가 밀렸다. 담당자 박영효가 출근하지 않고 사보타주를 해버린 것이다. 그래 봤자 하루가 늦춰졌을 뿐이지만. 이토 히로부미가 협박하고 총리대신 이완용이 닦달하는 바람에, 고종은 강제로 정계 은퇴를 하게 되었다.

‘헤이그 특사 사건’ 때문이었다. 1905년 11월, 이토 히로부미가 조정 대신들을 윽박질러 을사조약을 체결할 때 고종은 동의하지 않았다. 대신 1907년에 네덜란드 헤이그(덴하흐)에서 만국평화회의가 열릴 때 일본 몰래 특사를 보냈다. 고종 자신이 을사조약에 찬성한 적이 없으므로 조약은 무효라고 폭로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일본 측은 오히려 이 일을 자기네 좋은 쪽으로 써먹었다.

고종의 퇴위를 주도한 이완용은 20일 당일에 성난 군중의 습격으로 집이 홀랑 불탔다. 1909년에는 이재명 의사의 칼에 중상을 입기도 한다. 사건의 배후였던 이토 히로부미는 안중근 의사의 총에 맞아 죽는다. 반면 1907년에 작은 용기를 보여주었던 박영효는 나중에 친일로 돌아선다. 고종은 1919년 1월에 세상을 떠났다. 일본 측에 독살당했다는 소문이 있다.

글 김태권 만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