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7.16 15:28
수정 : 2019.07.16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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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지(LG)전자 H&A사업본부장 송대현 사장(왼쪽)과 한국B2C그룹장 김정태 전무. 이날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송 사장은 ‘외투’ 없는 옷 차림에 흰색 스니커즈를 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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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conomy | 송경화의 올망졸망2
세계최초 ‘캡슐형 수제맥주 제조기’ 출시
IPA, 페일 에일 등 손쉽게 집에서 제조
주류 면허 없어 ‘맛보기’ 없이 판매해야
399만원 가격도 부담…렌탈제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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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지(LG)전자 H&A사업본부장 송대현 사장(왼쪽)과 한국B2C그룹장 김정태 전무. 이날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송 사장은 ‘외투’ 없는 옷 차림에 흰색 스니커즈를 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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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6일) 엘지(LG)전자는 세계 최초 ‘캡슐형 수제 맥주 제조기’ 엘지 홈브루 출시 행사를 열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 엘지의 ‘롤러블 텔레비전(TV)’과 함께 화제를 모은 제품이다. 오늘부터 판매가 시작된다. 기자들을 불러 출시 행사를 열었다. 장소는 서울 중구 주한 영국대사관이었다.
이유가 있었다. 국내 주류 관련 법은 까다로운 편이다. 주류 면허가 없으면 술을 직접 팔 수 없고, 판매를 위한 시음 행사조차 불가하다. 주류 제조 면허를 확보하려면 일정 기준 이상의 생산 설비가 마련돼야 한다. 엘지는 전자 회사다. ‘맥주 만드는 기계’를 팔려는 것이지 맥주를 팔려는 건 아니다. 이번 제품은 집에서 수제맥주를 만들어 즐기는 ‘홈브루잉족’을 겨냥했다. 편의점 캔맥주보단 ‘고퀄’의 맛을 캡슐로 손쉽게 제공한다는 컨셉트다. 4년 전 임직원 공모에서 뽑힌 아이디어가 제품으로 이어졌다. 결국 ‘맛’이 관건이다. 그런데 엘지는, 현행법상 맛을 보여줄 수가 없다. 대사관은 국내 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엘지전자 관계자는 “대사관은 일종의 치외법권 지역으로 국내법 대상이 아니어서 엘지전자가 직접 시음 행사를 열어 미디어에 제품을 소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캡슐은 영국의 몰트 제조사인 문톤스와 함께 개발했다. 영국은 ‘펍’ 문화가 발달한 대표 국가다. ‘영국’ 대사관이 선택된 이유다. 이날 행사장에선 닉 메타 주한영국대사관 부대사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지난 6월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공연을 한 방탄소년단(BTS)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에서 활약중인 손흥민 선수를 언급하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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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사 중인 닉 메타 주한영국대사관 부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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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지전자는 인디아 페일 에일(IPA), 페일 에일, 스타우트, 위트, 필스너 등 5개 맥주를 미리 제조해 이날 제공했다. 엘지 홈브루에 캡슐과 물만 넣으면 발효되고 숙성된다. 종류에 따라 9~21일 걸린다. 한 번에 5리터 가량의 맥주를 만들어 전용 스테인리스 보관용기 ‘엘지 홈브루 보틀’에 담아놨다가 꺼내먹을 수 있다.
이날 미디어 행사는 가능했지만 문제는 소비자 마케팅이다. 대사관에서 제품을 판매할 순 없는 노릇이다. 엘지전자는 홈브루를 통해 스타일러와 건조기, 무선청소기 등 매출을 견인하고 있는 ‘신가전’의 명맥을 이어가겠다는 포부지만 어느 때보다 마케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엘지전자 홈어플라이언스앤에어솔루션(H&A) 사업본부장 송대현 사장은 “맛을 보여드릴 수 없이 제품을 팔아야 한다는 게 가장 어려운 점”이라며 “(엘지전자 제품 전용 판매 매장인) 베스트샵에서도 맛을 못 본다”고 말했다. 엘지전자는 베스트샵에서 기계를 살펴본 뒤 옆에 맥주 가게에서 맛을 보고 와서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도 모색해봤으나 제도상 역시 ‘불가’였다고 한다. 송 사장은 “매니아 등 맥주를 좋아하시는 분들의 경우 입소문에 의해서, 간접 경험에 의해서 구매해주실 것”이라며 “블로그 등을 통해 생생한 맛의 느낌이 전달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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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대사관이어서 시음이 가능했던 엘지 홈브루 수제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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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관건은 가격이다. 399만원이다. 여기에 3년의 관리 서비스가 포함된다. 온수살균세척시스템으로 기계 스스로 내부를 세척하고 살균하지만, 매니저가 6개월에 한 번씩 방문해 제품을 관리해준다. 일시불 납부로 399만원은 만만찮은 가격이다. 엘지전자는 정수기 사업본부를 활용해 ‘렌탈’을 도입했다. 선납금을 100만원 내면 1~3년차 6만9900원, 4년차 3만4900원, 5년차 1만4900원을 매달 내게 된다. 캡슐은 3만9900원이다. 내년부터는 미국 등 국외에서도 출시한다고 한다. ‘세계 최초 캡슐형 수제맥주 제조기’는 성공할 수 있을까? 결국 맛과 편의성에 대한 만족도와 매니아층의 구매력 사이 어느 지점에서 이번 시도의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맛은 어땠냐고?
기자는 수제맥주 전문가는 아니다. 맥주 전문가들이 기겁하겠지만 주로 ‘소맥’을 즐기며, 요즘에는 ‘진로이즈백’에 빠졌다. 엊그제 ‘진로이즈백 각 1병’ 뒤 귀가했더니 다음날 숙취도 없이 딱 좋았다(TMI). 그래도 저녁 약속 없을 땐 집에 가서 ‘캔맥주 한 캔’으로 피로를 풀다 보니 맥주에도 혀가 어느 정도 단련된 편이다. 이날 맛본 캡슐 맥주 맛은 시중 수제맥주집에서 갓 따라 마신 맥주들과 비교했을 때 결코 뒤지지 않았다. 그러나 399만원은 부담이다. 퇴근길 기자는 엘지 베스트샵을 들르기보단 편의점에서 ‘1만원에 4캔’을 고를 것 같다. 가격 인하 가능성에 대해 송 사장은 이날 “판매량에 따라 약간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아, 그러고 보니 집에 냉장고에 호가든 한 캔밖에 남은 게 없구나. 또 쟁이러 가야겠다. 맥주는 사랑이다.
글·사진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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