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4.25 18:03
수정 : 2019.04.26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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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각) 트위터에 올라온 삼성전자 갤럭시폴드의 모습. 플라스틱 기판을 씌운 필름이 우그러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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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conomy | 송경화의 올망졸망2
시제품 배포 1~2일 만에 ‘외신발’ 결함 보도
“사용자 탓”→“출시 미룰 수도” 삼성 우왕좌왕
“신뢰 타격” vs “실리” 상반된 국내언론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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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각) 트위터에 올라온 삼성전자 갤럭시폴드의 모습. 플라스틱 기판을 씌운 필름이 우그러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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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 이슈를 아기자기하게 풀어가던 ‘송경화의 올망졸망’이 이제 산업·재계·전자업계 이야기를 전합니다. 데일리 기사에 자세히 담지 못한 뒷얘기를 독자분들께 세밀하게 전달할 예정입니다.
그러니까 정치부에서 산업팀으로 옮긴 건 지난 3월 말입니다. 산업팀에서 삼성전자는 가장 주요한 출입처로 여겨집니다. 맡고 싶어하는 이들도 있지만 부담스러워 피하고 싶어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저는 후자였습니다. 김아무개 산업팀장은 말했습니다. “당장 삼성 이슈가 예전만큼 엄청 많진 않으니까, 할 만 할 거야….”
4월16일까진 그랬습니다. 삼성은 이날 차세대 폴더블(접을 수 있는) 스마트폰 갤럭시폴드를 미국 기자들과 해외 유명 유튜버들에게 제공했습니다. 미국 공식 출시(현지시각 4월26일)를 열흘 앞두고 시연 제품을 나눠준 것입니다. 한국 출시 예정일은 5월 중순이었습니다. 삼성전자는 국내 기자들에게는 갤럭시폴드의 두께와 무게가 적힌 그림파일을 보도자료로 나눠줬습니다. 미국 기자들과 달리 갤럭시폴드를 실제 사용해보진 못한 채 첫 기사를 썼습니다. 아래 기사입니다.
☞삼성 갤럭시 폴드 ‘두께 17㎜, 무게 263g’ 스펙 공개
솔직히 그냥 보도자료 보고 썼습니다. 수박겉핥기였음을 고백합니다.
이틀 뒤 눈을 뜨자마자 사내 메신저에 메시지가 쏟아졌습니다. 밤사이 외신들이 갤럭시폴드 기사를 여럿 배포한 것입니다. 부정적 평가가 주를 이뤘습니다. 갤럭시폴드를 사용한 지 하루이틀 만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더 버지>의 기자 디터 본은 ‘나의 삼성 갤럭시폴드 화면이 하루 만에 파손됐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갤럭시폴드를 열고 닫고 주머니에 넣는 등 일반적으로 사용했는데 디스플레이 중간 주름 부분에서 파편이 튀어 나왔다”고 밝혔습니다. 경제전문 방송 <시엔비시>(CNBC)는 화면을 펼쳤는데 왼쪽 화면이 까맣게 꺼진 갤럭시폴드를 보여주며 “삼성은 판매 준비를 중단하고 하루빨리 불량의 원인을 알아내야 한다”고 했습니다. 화면이 깜빡거리거나 스크린에 줄이 가는 현상 등이 발생했다는 보도도 이어졌습니다. 외신을 받아 기사로 썼습니다.
“사용자 탓”→“출시 미룰수도”…우왕좌왕 삼성전자
이날 삼성의 첫 반응은 “사용상의 문제일 뿐이지 기기 결함이 아니다”는 것이었습니다. 스마트폰을 접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표면에 강화유리 대신 투명폴리이미드(CPI) 필름을 사용했는데 외신 기자를 비롯한 사용자가 이를 임의로 제거하는 바람에 생긴 해프닝이라는 것입니다. 삼성은 출시 연기 계획은 “전혀 없다”며 단호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반면 전문가들의 반응은 달랐습니다. 초기부터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애초 소비자들이 CPI 필름을 떼어낼 수 있게 설계가 돼있고 이를 떼기만 했는데도 화면 꺼짐 등 치명적 오류가 발생하는 것만으로도 예정대로 출시하기엔 무리라는 것입니다. 업계에선 애플이 내구성을 담보하기 위해 ‘구부러지는 유리’인 초박막 강화유리(UTG) 개발에 투자하고 있고 디스플레이 강자로 꼽히는 엘지(LG) 전자에서 폴더블 스마트폰은 기술상으로나 시장 수요를 볼 때나 ‘시기상조’라고 판단한 점 등을 거론하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한 관계자는 “화웨이 등 후발주자가 폴더블폰을 오는 7월에 내놓는다고 하니 삼성이 선두주자 지위를 유지하려다 이번에 성급하게 추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예정대로 26일 미국에서 갤럭시폴드가 출시됐다면 폴더블 스마트폰 가운데 처음으로 소비자의 손에 쥐어진 제품이 됐을 것입니다.
“사용상 문제”라는 삼성의 해명이 나온 뒤 화면 보호막을 제거하지 않았는데도 기기 결함이 발생했다는 외신 보도도 뒤따랐습니다. 이에 삼성은 “기기를 회수해 정밀 분석해보겠다”고 한층 누그러진 태도를 보이더니 지난 22일에는 “분석 결과에 따라 심각한 불량이 발견되면 출시를 미룰 수도 있다”고 태도를 바꿨습니다. ‘사용자 탓’으로 책임을 돌렸던 초기 대응과는 많이 달라진 것이었습니다. 일관성이 없었습니다.
정밀 분석을 끝낸 삼성전자 결국 23일 ‘출시 연기’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제품 출시를 코 앞에 두고 ‘보류’ 결정을 내린 것은 삼성전자에 전례없는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갤럭시폴드는 미국에서 고객들을 상대로 사전 예약 판매까지 마친 상태였습니다. 이같은 초유의 상황을 설명하며 삼성전자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를 강조했습니다. “혁신은 도전 없이 이뤄지는 게 아니어서 중간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는데, 제품이 소비자 손에 건너가기 전에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라는 겁니다. 이는 시장에 완벽한 제품을 내놓지 못했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업계에서는 내년께 나올 삼성의 2세대, 3세대 폴더블 스마트폰은 보다 나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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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_김승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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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타격” vs “실리” 상반된 국내언론 보도
이번 ‘갤럭시폴드’ 사태에서 삼성의 입장 변화만큼이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국내 언론의 태도였습니다. 초기 외신들이 ‘기기 결함’ 가능성을 제기하자 미국 언론이 화면을 뜯어낸 뒤 ‘불량’이라고 비판했다고 앞세운 곳들이 있었습니다. “단순한 해프닝”이라고 보도하거나 “출시도 안 됐는데…미국의 ‘스크린 결함’ 때리기”라고 강조한 언론도 있었고요. 미국 언론들이 한국 대표기업을 견제하려한다는 취지였습니다. 반면 <한겨레>는 이번 사태에 대한 우려를 앞세웠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가 “우리는 갤럭시 폴드의 ‘베타 테스터(제품을 시장에 내놓기 전에 결함 여부를 검사하는 자)’가 아니다”라는 기사를 내놓으며 ‘차라리 종이나 핫도그를 접으라’는 취지로 조롱하자 “이 보도에 대해 미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섰다”고 앞세운 국내 기사들도 적잖았습니다.
삼성이 ‘출시 연기’를 발표한 뒤 보도 태도는 더욱 극명하게 나뉘었습니다. <한겨레> 등은 이번 사태로 “삼성의 섣부른 퍼스트 무버 전략에 의문이 제기된다”, “신뢰에 타격을 입었다”고 보도한 반면 이번 출시 연기 결정을 두고 “전진 위한 후퇴”, “체면 대신 실리”, “출시 연기, 신의 한 수 될까?”라고 보도한 곳들도 많았습니다. “발빠른 대응”이라고 칭찬한 곳들도 많았고요. 전자보다는 후자가 더 많았죠.
삼성은 아직 명확한 출시 일정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화웨이의 폴더블폰 메이트X가 7월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그 이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독자 분들은 이번 ‘갤럭시폴드’ 사태와 삼성의 태도, 국내 언론의 보도를 어떻게 보셨나요?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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