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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밤 국회 로텐더홀을 지나다 야3당 농성장에 붙잡힌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농성할 땐 눕기도 해야 한다고 조언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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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BAR_송경화의 올망졸망
바른미래·평화·정의 ‘선거제 개혁’ 밤샘 농성
정동영, 홍영표 붙잡고 “적폐연대 길 가지마라”
홍 “이해찬, 선거제 개혁 의지”에 김성태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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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밤 국회 로텐더홀을 지나다 야3당 농성장에 붙잡힌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농성할 땐 눕기도 해야 한다고 조언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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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청 본회의장 앞에는 큰 홀이 있다. 국회는 돔 지붕 아래로 뻥 뚫린 형태로 지어졌는데, 그 바닥이 되는 곳이다. 이 곳은 ‘로텐더홀’로 불린다. 각 정당의 피켓 시위나 농성이 자주 열리는 곳이다. 연말 예산안 심사 정국엔 특히 더 북적인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4일 오후 2시부터 “선거제도 개혁”을 외치며 이 곳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선거제 개혁 없이는 내년도 예산안 통과에 협조할 수 없다는 것이다. 4일 밤 9시40분께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정동영 평화당 대표,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가 농성장에 앉아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원내대표 간 협상에 한창인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나가다 농성장에 들렀다.
정동영 : (오늘 밤 귀국하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보고하겠구만.
홍영표 : 네. 이 대표가 공항에 나갑니다.
정동영 : 우리가 내일 청와대 앞에 가서 시위를 해요.
홍영표 : 날씨도 춥다는데요. 영하라는데…..
야3당은 5일 오후 3시 청와대 앞에서 선거제 개혁 촉구 시위를 예고한 상태였다. 정동영 대표는 연신 홍 원내대표의 무릎을 치며 얘기했다.
정동영 : 적폐 연대의 길을 가지 마시고 개혁 연대의 길을 가시라. 문재인 대통령과 홍영표 원내대표 앞 길에 두 갈래 길이 있습니다. 한국당과 협조하면 예산안은 처리할 수 있겠지만 그 순간 적폐 연대가 된다고요. 선거제도 개혁은 그러면 파기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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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모습을 드러내자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는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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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어색한 대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갑자기 로텐더홀이 시끄러워졌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가 어디선가 나타났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와 함께였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손학규·정동영 대표, 홍영표 원내대표를 보며 말했다.
김성태 : 아니, 사진만 거기 앉아서 찍으면 뭐해요?
정동영 : 김성태 원내대표가 마무리해놓고 가야 하는데…..
김성태 원내대표의 임기는 오는 11일 마무리된다. 이날로 딱 일주일 남은 상황이었다.
김성태 : (정동영 대표 옆에 앉은 홍영표 원내대표를 향해) 빨리 일어나.
한동안 조용한 로텐더홀이었는데, 방송사 카메라가 나타났다. 정치 경력이 많은 정동영 대표가 김성태 원내대표를 바로 붙잡았다.
정동영 : 김성태 원내대표! 여기 잠깐만 앉으쇼.
김성태 : (결국 농성장에 앉으며 홍영표 원내대표를 향해)아니, 협상을 해야 될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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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에게 붙잡힌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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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 김성태 원내대표 손에 달렸어요. 홍영표 원내대표랑.
김성태 : 아니 지금 예산도 안 되고…..
정동영 대표는 바닥에 깔아놓은 대형 펼침막을 가리켰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즉각 도입’이 적혀 있었다.
정동영 : (김성태 원내대표를 향해) 이거 해놓고 가야지…..
김성태 : 아니 내가 바꾸면 뭐 이득이…..
정동영 : 임기 좀 연장하쇼. 한달간!
김성태 : 아니 예산도 지금…. 나 지금…. 홍 대표 말야…..
홍영표 : 왜 그래.
윤소하 : 그래도 (홍영표·김성태) 원내대표님 두 분은…..
정동영 : 노동 운동가로서의 연대, 한 번 들어갑시다!
두 원내대표가 노동조합 출신임을 강조한 발언이었다. 말을 아끼던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입을 뗐다.
김관영 : 이제 (여기에) 이해찬 민주당 대표만 오면 되겠네요.
정동영 : 이해찬 대표 빼고 해버려.
이 자리에 앉아있는 정동영, 손학규 대표는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붙은 적이 있다.
홍영표 : 이해찬 대표가 (선거제도 개혁에) 훨씬 센 의지를 갖고 있어요.
김성태 : 무슨 센 의지! 안 되는 의지가 강하더만.
김관영 : 지금 각 당의 예산안을 가지고 이제 만나서 전체적으로 조율하고 합의하려고 해요. 오늘 좀 밤새 작업을 해야지 그나마 속도를 낼 수 있어서…. 선거법은 속도가 안 나네요.
손학규 : 그럼 예산 속도를 늦춰야지. 늦춰야지.
김관영 : (같은 당인 손 대표에게) 좀 늦출까요? 알겠습니다.
손학규 : 아니. 예산 속도 내봤자 뭘 하겠어.
김성태 : 아니 무슨 배짱이…. 이렇게 나는…. 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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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가리키며 "요즘 이상해졌다"고 말하고 있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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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운동가로서의 연대”를 강조했던 정동영 대표는 홍영표·김성태 원내대표의 ‘호흡’을 물었다.
정동영 : (홍영표·김성태 원내대표에게) 말 잘 통해요?
김성태 : 아 그런데 요즘 이상해졌어…..
윤소하 : 요즘 들어서?
김성태 : (홍영표 원내대표를 가리키며) 어디서 코치를 받고 왔는지 배째라는 식이야. 총파업을 한 번 해야되겠어. 아니, 그리고 여기는 스티로폼 좀 깔아야지. 다리도 펴고 좀 이렇게 누워야지.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른바 ‘드루킹 특검’을 주장하며 지난 4월 국회 본청 앞 천막에서 단식 농성을 진행한 바 있다. 김 원내대표는 눕는 자세를 살짝 취하며 ‘조언’에 나섰다. 농성에서는 이 자리에 있는 누구보다도 경험이 많은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가 제안했다.
윤소하 : 그럼 같이 날 새우시죠!
김성태 : 좀 눕고 그리 해야지.
김관영 : 저는 계속 여기서 자겠습니다.
홍영표·김성태·김관영 원내대표는 이날 늦은 밤까지 추가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실제 이 곳 로텐더홀에서 잠을 잤다. 5일 현재도 세 사람의 협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후 3시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기로 했던 야 3당은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이 국회에 직접 와서 야 3당의 서한문 등 의견을 전달받겠다는 뜻을 밝혀왔다”며 청와대 시위 일정을 일단 취소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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