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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1.06 11:17 수정 : 2018.11.06 21:10

정치BAR_송경화의 올망졸망_장제원·박완주 싸움의 진짜 이유

대리전으로 번진 막말 공방
‘경제 관료 30년’ 경력 앞세워
한국당 주자로 나선 초선 송언석
‘직속 선배’ 김동연 저격하며 촉발
박영선 압박에 장제원 구원등판
박완주 참전하며 정점 치달아

주먹다짐 직전까지 간 ‘장-박 설전’
한달간 진행될 예산안 처리 놓고
기선제압 노린 ‘첫날용’ 기싸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첫 전체회의가 열린 지난 5일, 회의장에서 싸움이 났습니다. 장제원(51) 자유한국당 예결특위 간사와 박완주(52)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붙은 건데요. 비슷한 또래 재선 의원인 두 사람은 “독해 능력도 없는 게 국회의원이라고”(박완주) “너 나와”(박완주) “나가서 붙어”(장제원) “쳐봐, 쳐봐”(장제원) 하며 설전을 벌였습니다. 장 의원은 씩씩대며 밖으로 나가면서 보좌관에게 박 의원을 가리켜 “한주먹도 안 되는 게”라고 말했습니다. 많은 공무원들과 기자들이 이를 지켜봤습니다.

얼핏 보면 두 의원의 다소 유치한 다툼으로 보이지만, 실은 송언석 자유한국당 의원을 매개로 정부·여당과 제1야당이 주고받은 기싸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확히는 예산 심의 ‘첫날용’ 기싸움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날 송 의원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상대로 소득주도성장 등 문재인 정부 경제 기조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얼마나 더 악화될지 걱정하는 전문가와 국민이 많다”고 했습니다. 이에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야당이 위기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반박하자 이번엔 장제원 의원이 나서 날을 세운 것인데요. 이 공방 막판에 박완주 의원이 ‘참전’하게 된 것입니다.

한국당, 관료 30년 ‘예산통’ 송언석 대표주자로
‘직속 선배’ 김동연 상대로 “위기다” 압박
4선 베테랑 박영선 “위기 조장 위험” 반박
장제원 대신 나서 ‘기선제압’용 신경전

송 의원 발언이 특히 싸움의 소재가 된 데에는 이유가 있는데요. 그가 바로 한국당이 이번 예산 심사 국면에서 전면에 내세운 ‘대표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송 의원의 경력을 보면 대략 이해가 됩니다. 경북 김천 출신인 그는 지난해 6월까지 기획재정부 제2차관이었습니다. 예산을 관할하는 자리여서 기재부 핵심 보직으로 여겨지죠. 2013년부터 기재부 예산실 예산총괄심의관, 2014년부터 기재부 예산실 실장을 지낸 뒤 2015~2017년 제2차관을 맡았습니다. 차관 시절 송 의원은 3년 동안 국회를 오가며 의원들을 상대로 한 예산 협상을 총괄했는데요. 예산안을 심사하는 연말엔 국회에 상주하다시피 했습니다. 지난해 정권이 교체되자마자 기재부를 나오더니, 홍준표 대표 체제이던 지난 2월 한국당에 입당했습니다. 김천의 이철우 한국당 의원이 경북도지사 선거에 나가느라 의원직을 사퇴하자 이 지역에 출마했고, 6·13 지방선거와 같이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됐습니다.

당선 뒤 그는 ‘경제 관료 30년’ 경력, 특히 최근 국회 예산 심사 국면에서 정부 쪽 실무를 총괄한 경험을 앞세워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문재인 정부에 각을 세울 것을 예고했습니다. 국회 예결특위 위원 50인 중 한명에 선임됐고, 이날은 그의 ‘데뷔’ 무대라고 볼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이날 23명의 예결특위원이 질의자로 나섰는데요. 한국당은 송 의원을 마지막 순서로 배치했습니다. 차례가 오자 송 의원은 김동연 부총리를 상대로 “재정을 통해 정부가 일자리를 만든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부총리는 앞서 2010년부터 예산실 실장, 2012년부터 제2차관을 맡은 바 있는데요. 송 의원의 궤적을 3~4년 앞서 그대로 밟은 직속 선배입니다. 송 의원은 김 부총리에게 각종 수치를 제시하며 “위기”라고 강조했습니다.

예산통 ‘30년’이라고 하지만 국회 ‘짬밥’(?)은 6개월에 불과한 신입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299명의 의원 중 가장 신입이기도 하죠. 데뷔 무대가 무난히 지나갈 뻔했는데,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나섰습니다. 17대 이래 내리 4선을 한 박 의원은 15년차 베테랑 정치인입니다. 박 의원은 1998년 외환위기, 2009년 금융위기 때와 올해 상반기의 주요 지표를 비교하며 “과연 지금이 당시보다 힘드냐, 위기를 조장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습니다. 야당의 ‘위기론’을 요목조목 반박했습니다.

이에 장제원 의원이 곧바로 나섰습니다. “박영선 중진 의원께서 저희 당 의원을 콕 찍어서 송언석 의원이 경제 위기를 조장하고 있다고 했는데 심각한 명예훼손입니다.” 장 의원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고, 바로 그 “쳐봐” 설전으로 이어졌습니다. 장 의원은 한국당 예결특위 간사를 맡고 있는데요. 이날 질의 순서엔 포함되지 않았지만 ‘반장’처럼 자리를 지키며 주시하다가 나선 것입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이기도 한 장 의원은 법사위에서 같은 당 이은재 의원과 함께 ‘목소리 크기’로 유명한데요. 두 사람은 예결특위에도 함께 배치됐습니다. 자기 당 예결특위 ‘대표 선수’에 대해 반박이 들어오자, ‘설전’ 경험이 적은 초선 송 의원을 대신해 여당을 상대로 기선 제압에 나서려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예결특위 첫날 신경전에서부터 밀리지 않겠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보여주려’는 것이죠. 그런데 박완주 의원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사실 이 ‘첫날용 기선제압’은 회의 시작 때부터 있었는데요. 예결특위원장을 맡은 안상수 한국당 의원은 최근 불거진 김 부총리 등의 교체 가능성에 대해 “인사설에 휘말려 예산 협의에 부담을 안게 되는 상황은 국민과 국가를 위해 올바른 상황이 아니다”라고 지적하는 것으로 이날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평소 분홍색, 와인색, 새파란색 등 발랄한 양복을 즐겨 입는 안 의원은 이날엔 여느 의원들과 비슷하게 어두운 양복을 입으며 ‘무게’를 잡았습니다.

아, 씩씩대며 나간 장제원 의원은 결국 어떻게 됐냐고요? “쳐봐” 했지만, 실제 몸싸움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대신 거의 모든 저녁 메인 뉴스를 장식했습니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의 법정시한(12월2일)까지 한달, 여야의 ‘밀당’이 이제 진짜 시작됐습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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