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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9.04 14:51 수정 : 2018.09.04 22:32

유승민, 이언주, 박선숙, 이상돈 의원. 한겨레 자료사진

정치BAR_송경화의 올망졸망
‘당 일정 불참’ 유승민·이언주·박선숙·이상돈 행보 주목

①대표 선출대회도 불참한 ‘전 대표’ 유승민
②한국당 의원들과 더 활발히…이언주
③국민·바른 통합 뒤 한번도 안나타난 박선숙
④바른미래·평화 어디서도 보기힘든 이상돈

유승민, 이언주, 박선숙, 이상돈 의원. 한겨레 자료사진
때론 ‘행동’보다 ‘행동하지 않음’이 더 큰 메시지가 되죠. 정치에서는 ‘참석’과 ‘불참’ 여부가 주로 이 역할을 합니다. 정당들의 행사를 취재할 때 누가 왔고 누가 오지 않았는지부터 체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데요. 최근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의 주요 일정에 ‘불참’을 통해 소리없는 메시지를 남기고 있는 의원들이 있습니다. 두 정당 모두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실패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았고 향후 정계 개편의 소용돌이 앞에 놓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곳들이죠. 이들의 불참에서 야권발 정계 개편의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① 유승민

바른정당과 바른미래당의 창업주인 유승민 의원은 최근 바른미래당 공식 행사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의원총회에도 빠지고, 지난 2일 열린 당대표·최고위원 선출대회에도 모습을 끝내 드러내지 않았죠. 지방선거까지 당을 책임지던 전 대표가 새 대표를 뽑는 자리에 오지 않아 눈길을 끌었는데요. 3일 바른미래당이 정기국회에 대비하기 위해 국회에서 연 의원 워크숍에도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아예 국회에 안 온 것이냐고요? 워크숍 1시간 전에 열린 본회의에는 참석했습니다. 본회의장 바로 아래층에서 열린 워크숍에만 들르지 않은 것이죠.

유 의원이 진로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고 있지만 당 안팎에선 그가 야권 재편 상황에 따라 ‘움직일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합리적 보수의 중심을 세우겠다는 그가 ‘친박’ 인적 청산 등 자유한국당의 변화에 따라 ‘원대복귀’를 시도하거나 야권의 ‘헤쳐 모여’를 주도할 수 있다는 것이죠. 최근 당 일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은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단순한 ‘자숙’을 넘어서 차후를 도모하기 위한 ‘예열’에 가깝다는 해석입니다. 지방선거때 국민의당 출신 인사들과 극심한 공천 갈등을 겪으면서 안철수 전 의원과 일군 통합 정당에서 마음이 상당 부분 떠났다는 평가도 이런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물론 야권 재편의 중심 축은 자유한국당에 있기 때문에 당장 결단하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바른미래당의 한 관계자는 “유 대표의 동선은 (복당파인)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의 움직임과 맞물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가 6·13 지방선거 직후인 지난 6월14일 당 대표 사퇴 기자회견을 할 때의 모습.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리얼미터가 지난달 27~31일 전국 성인 남녀 25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3일 발표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포인트. 자세한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에서 유 전 대표는 범보수 진영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에서 1위를 나타냈는데요. 유 전 대표가 13.5%, 황교안 전 총리가 11.9%, 안철수 전 의원이 7.8% 순이었습니다. 그가 차기 보수 주자로 보다 안정적으로 자리매김할 경우 운신의 폭이 더 넓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옵니다. 역으로 이를 위해 승부수를 던질 것이란 전망도 있고요. 한편 2위를 차지한 황교안 총리는 오는 7일 출판기념회를 여는데요. 경쟁 주자들의 움직임 역시 유 전 대표의 행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아, 바른미래당 공식 일정에는 지상욱 의원도 요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데요. 지 의원은 유 전 대표와 가장 가까운 의원으로 꼽힙니다. 유 전 대표 침묵의 무게에 지 의원의 두문불출이 더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지난 8월23일 서울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소기업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는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 양 옆으로 자유한국당 윤상직, 정유섭, 김종석 의원 등이 보인다. 이 의원 페이스북

② 이언주

이언주 의원도 바른미래당 공식 행사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2일 당대표 선출대회에도 오지 않았고, 3일 워크숍에는 불참하다가 카메라가 다 빠진 뒤 느지막이 참석했죠. “출석 도장은 찍어야 할 것 같아서 왔다”며 웃으며 들어갔습니다.

이 의원이 요즘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곳은 당 일정이 아닌 ‘시장경제살리기 연대’ 행사입니다. 무슨 연대냐고요? 이 의원이 주도해 지난 7월 만든 모임인데요. 자유한국당 김용태·김종석·추경호, 바른미래당 이언주·정운천 등이 시장주의 경제를 지키겠다며 결성한 초당적 모임입니다. 주로 활동은 이 의원과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하고 있는데요. 예컨대 지난달 10일 이 의원은 자유한국당 강효상, 정유섭, 윤상직 의원과 함께 최저임금 제도개선 촉구 소상공인 농성장을 방문했습니다. 같은 날 마침 바른미래당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과 김관영 의원도 같은 장소를 같은 목적으로 방문했는데요. 이 의원은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일정을 소화했죠. 지난달 13일에는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과 함께 ‘젊을수록 불공정한 국민연금,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경제는 물론 안보 등에 대해 이 의원이 주장하는 내용을 보면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최근 행보와 관련해 의원은 “당적에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야권에선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을 둘러싼 정계 개편에 본격화할 경우 이 의원이 먼저 움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③ 박선숙

바른미래당 소속인지 헷갈릴 정도로 당내 존재감이 없는 의원이죠. 아예 당의 모든 일정에 불참중입니다. 지난 2월 소속 정당이었던 국민의당이 보수 성향의 바른정당과 통합한 뒤부터 시작됐습니다. 그렇다고 원내에서 존재감이 없는 건 아닌데요.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지지 및 한반도 평화정착과 남북관계발전 이행 촉구 결의안’을 대표 발의하는가 하면 ‘김정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합중국 대통령의 싱가포르 정상회담 공동합의문 지지 결의안’을 발의하며 ‘마이웨이’를 밟고 있습니다. 물론 바른미래당 당론과는 별개로요. 청와대가 야권과의 ‘협치내각’을 시사한 뒤 박 의원이 그 대상으로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는데요. 청와대와 당사자 모두 부인했습니다만 김근태계 출신인 그가 여권과의 소통이 원활한 야권 인사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죠. 박 의원은 비례대표이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당내 잠행과, 탈당을 통한 의원직 상실 외에는 선택지가 없습니다. 바른미래당이 야권 재편 과정에서 자유한국당 쪽과 결합할 경우 그가 정치적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는 전망에 적잖은 의원들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14일 지방선거 출마 국회의원 사직서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에 바른미래당 의원들 가운데 ‘홀로' 참석한 박선숙 의원. 같은 시각 바른미래당 의원들은 본회의 참석 여부를 두고 의원총회를 진행하고 있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④ 이상돈

이상돈 의원은 바른미래당 소속이지만 민주평화당 활동을 하는 비례대표 3인방 중 하나입니다. 민주평화당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국민의당 의원들이 별도로 만든 당이죠. 이 의원은 민주평화당 창당 초반 민주평화연구원 원장을 맡는 등 활발히 활동해왔는데요. 최근에는 민주평화당 회의에도 잇따라 참석하지 않고 있고, 지난달 31일~이달 1일 열린 의원 워크숍에도 모습을 아예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그를 두고 최근 민주평화당과도 사실상 멀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설령 바른미래당에서 출당시켜주더라도, 그가 민주평화당에 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민주평화당의 한 관계자는 이 외에도 “이번 전당대회를 거치며 향후 이탈 가능성이 점쳐지는 인물들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래저래 ‘불참’ 대상이 된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엔 공통점이 적잖은데요. 먼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인사들이 ‘헤쳐 모여’해 만들었지만 지방선거에서 참패의 성적표를 받아봤다는 점이 같죠. 무엇보다 ‘한 자릿수 지지율’이 공통점으로 두드러지는데요. 두 당에선 “이 상태로 총선을 치렀다간 현행 유지도 어렵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이런 지지부진한 상황이 각자의 ‘불참’에 영향을 미친 것은 자명해 보입니다. 두 당 모두 최근 지도부 인선을 마치며 내부 수습을 시도하고 있는데요.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의 손학규, 정동영 대표가 이에 성공할지 여부도 정계 개편에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손 대표의 경우 2일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개혁적 보수와 미래형 진보가 결합한 바른미래당이 중도 개혁의 통합 세력으로 정치 개혁의 중심과 선봉에 우뚝 서겠다”고 공언했는데요. 이날 밤 페이스북에 거의 비슷한 얘기를 올려놓은 이가 있습니다. 민주평화당 3선 유성엽 의원인데요. 그는 “이제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으로 갈 사람들, 갈 수 있는 사람들, 다 가고 또 거기에서 올 사람들 다 와서 중도 개혁 지향의 단일 대오를 지어서 정치권 내부의 특히 야당의 지리멸렬과 혼란상부터 정리하고 선거제도의 개혁, 분권형 개헌을 본격적으로 추진하자”고 밝혔습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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