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지난 17일 국회에서 `19대 대선 불법여론조작 게이트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정치BAR_송경화의 올망졸망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지난 17일 국회에서 `19대 대선 불법여론조작 게이트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지난 대선 때 현 정부를 지지하지 않았던 59%의 국민들, 그리고 지난 1년간 정부의 독주에 여러가지로 견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국민들, 그리고 지난 7년간 서울 시정에 대해서 변화가 없음에 굉장히 답답해하는 시민들, 그 마음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반드시 제가 야권의 대표 선수로 그분들의 마음을 담는 역할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당 ‘원톱’ 후보로 정부와 각세우며 보수표 결집 노려 서울시장 경쟁보다 “대선 후보 행보” 평가 나와 지난 대선 ‘MB 아바타’ 낙인 억울함 반영 시각도 “박원순 시정 문제에 집중해야” 당내 우려 나와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바른미래당 당사 6층 면접장. 서울시장 후보 면접에 때아닌 ‘지난 대선’과 ‘문재인 대통령을 뽑지 않은 59%의 국민들’이 등장했다. 면접 대상자이자 발언 당사자는 안철수 예비후보다. 그가 최종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면접장에 큰 긴장감은 없었다. 하지만 그는 다소 긴장한 모습이었다. 특히 면접 뒤 ‘드루킹의 댓글 추천수 조작 논란’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을 때 그랬다. 그는 이 질문에 바로 말을 잇지 못하더니 잠시 뒤 “국기 문란, 헌정질서 파괴행위다”라고 힘줘 말했다.
최근 그의 행보를 두고 “서울시장보다는 대선 후보에 가까워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면접도 그런 행보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지난 4일 출마선언을 한 그는 10일 김기식 전 금감원장 규탄 기자회견을 했고, 다음날에는 “문재인 대통령 해명 촉구” 메시지를 내놨다. 기자들이 ‘김기식 건은 서울시정과 직접 관련이 없는데 대선 행보 아니냐’고 묻자 그는 “대선 행보라고 폄하하는 것 자체가 허황된 것”이라고 답변했다. 지난 14일에는 예고했던 ‘서울시 수돗물 정수처리시설 현장방문’을 취소한 뒤,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느룹나무 출판사를 방문했다. 댓글 추천수 조작 혐의로 구속된 김아무개(필명 ‘드루킹’)씨가 운영하던 출판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17일에도 다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김경수(더불어민주당 의원) 여론조작 개입사건’을 ‘19대 대선 불법 여론조작 게이트’로 규정한다”고 선언했다. 19일에는 <시비에스(CBS)> 라디오에 나와 “오늘이 4·19다. 권위주의 군사정권에서는 감금하고 고문해서 민주주의를 탄압했다. 지금은 댓글 공작 같은 여론조작을 통해 민주주의를 탄압하고 있다. 이건 고문보다 더 지독한 수법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지난 15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문발동의 한 출판사를 살펴보고 있다. 파주출판단지 안에 위치한 이곳은 '드루킹 댓글 조작' 현장으로 사용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행보엔 정국 지배 이슈에 적극적으로 발을 담그고 주도권을 쥐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른미래당에서 안 예비후보는 사실상 ‘원톱’ 후보다. 지방선거 이슈 선점에서 당은 안 예비후보에 전적으로 기댈 수밖에 없다. ‘반 정부’ 여론을 주도하면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자연스레 보수 표심을 끌어모으려는 계산도 있다는 게 당 내부 설명이다. 안 예비후보는 “문재인 대통령 연루 가능성”까지 적극 거론하고 있는데 여기엔 차기 대선에서 야권 대표 주자로 자신을 각인시키려는 ‘장기 계획’이 전제돼 있다.
특히 그는 ‘드루킹’ 이슈에 더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더 깊숙한 기저엔 지난 대선 때 ‘온라인 광장’에서 ‘안철수=엠비(MB) 아바타’론이 퍼져나간 것이 패배의 결정적 원인이 됐다는 ‘억울함’이 자리잡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3월 말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양강구도를 이루기도 했던 안 예비후보는 이후 지지율 하락에서 벗어나지 못했는데 ‘엠비 아바타’론 확산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드루킹’이 남긴 글과 댓글을 보면 ‘엠비 아바타’를 비롯해 안 예비후보에게 부정적인 내용이 집중적으로 등장한다. ‘드루킹’과 문재인 캠프 핵심인 김경수 의원이 접촉했던 만큼 결국 캠프의 조직적 개입이 있었다는 게 바른미래당의 추정이다. 바른미래당은 이를 밝혀 달라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대선 캠프에 참여했던 국민의당 출신 한 의원은 “엠비 아바타가 퍼지면서 호남에서 지지율이 빠지고, 호남에서 지지율이 빠지니까 영남에서도 빠지고, 영남이 빠지니 호남에서 또 빠지는 악순환이 시작됐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물론 ‘댓글 조작 때문에 대선에서 졌다’고만은 얘기할 수 없겠지만 그것이 지지율 하락 국면에 가속도를 붙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드루킹’ 수사의뢰 뒤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은 “어찌보면 가장 큰 피해, 직접적인 피해를 본 당사자가 안철수 후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패배 원인은 악플과 댓글 여론 등 단순히 외부 요인이 아니라 안 예비후보 자신에게서 먼저 찾아야 한다는 것이 선거 뒤 캠프 관계자들의 중론이었다. 티브이 토론회에 나와 “제가 엠비 아바탑니까”, “갑철숩니까”를 반복해 스스로 부정적 프레임에 갇히고, 토론에서도 상대적으로 미숙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지지율 이탈이 본격화했다는 것이다. 영남을 의식해 보수 메시지에 지나치게 집중하다가 ‘집토끼’ 호남 표를 잃었고, 그렇다고 보수표를 흡수하지도 못하는 등 어정쩡한 위치 선정이 3위의 결과로 나타났다는 분석도 많았다. 당 일각에서는 안 예비후보가 지금 ‘엠비 아바타 피해’론을 앞세우는 데 대해 우려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빨리 양강 구도를 만들어야 하는데 ‘드루킹’ 논란 속에서 박 시장 관련 얘기는 빠져 있지 않냐”며 “지금은 박 시장 7년 시정의 문제점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과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왼쪽)가 지난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서울무역전시장에서 열린 장애인의 날 기념 2018 함께서울 누리축제 개막식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안 예비후보 본인도 서울시장 도전의 다음은 대선이라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가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누르는 대역전극을 펼친다면, 다음 대선이 보다 유리해질 것이라는 데 큰 이견은 없다. 지면 어떨까. 서울시장 선거에서조차 질 경우 대선 도전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먼저 나온다. 하지만 지난 대선 안철수 캠프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지더라도 차기 대선 도전에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 지지율이 한 자릿수에 불과한 어려운 상황에서 ‘당을 위해 희생했다, 이렇게 온몸을 던졌다’는 명분을 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안 예비후보의 대선 계획표에 서울시장 도전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현재로선 예단하기 어렵다. 분명한 건 그가 이처럼 ‘대선인 듯 대선 아닌 대선 같은’ 지방선거를 치르고 있는 가운데 정작 천만 서울 유권자를 위한 담론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정치BAR 페이스북 바로가기◎ 정치BAR 텔레그램 바로가기[관련 영상] <한겨레TV> | 더정치 11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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