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8.16 15:38
수정 : 2017.08.16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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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국회 본청 국민의당 당대표실에서 열린 8·27전당대회 공명선거 선포식에서 장성배 청년위원장 후보 쪽 관계자들이 ‘장성배는 45세입니다'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시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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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BAR_송경화의 올망졸망
국민의당, 청년 나이 기준 39→45살 상향
8·27 전당대회 청년위원장 자격 놓고 시끌
“청년 39살” 역설했던 안철수 1년만에 무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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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국회 본청 국민의당 당대표실에서 열린 8·27전당대회 공명선거 선포식에서 장성배 청년위원장 후보 쪽 관계자들이 ‘장성배는 45세입니다'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시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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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전당대회 공명선거선포식에서는 때아닌 시위가 진행됐습니다. 8·27 국민의당 전당대회에 청년위원장으로 출마하려는 장성배 후보 쪽에서 ‘장성배는 45세입니다’라고 적힌 에이포(A4) 용지를 들고 묵언 시위를 벌인 것입니다. 자신이 ‘청년 멘토 출신’이라고 강조해온 안철수 전 대표의 뒤로 장 후보 쪽 관계자들이 굳은 표정을 유지한 채 종이를 들고 서 있었고, 이는 이어진 비상대책위 회의 때까지 계속됐습니다.
오는 27일 새 지도부를 뽑는 국민의당은 청년위원장을 별도로 선출합니다. 청년위원장은 당연직 최고위원으로, 지도부의 일원이 됩니다. 지도부에 젊은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한 것입니다. 청년들의 참여 기회를 넓히기 위해 경선 기탁금은 애초 예상보다 낮은 300만원으로 책정했습니다. 당대표 7000만원, 최고위원 3000만원에 비하면 대폭 낮춘 금액입니다.
반면 나이는 위로 올렸습니다. 지난해 2월 창당한 국민의당은 당헌·당규에 청년의 기준을 만 39살 이하(40살 미만)로 규정한 바 있는데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기존 정당들은 만 45살이었던 것과 차이를 둬 20~30대의 현실을 제대로 파고들겠다는 취지였습니다. 이같이 결정하는 데는 안 전 대표의 뜻이 컸습니다. 기존 정당들과 다른 면모를 보여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안 전 대표는 지난해 8월 성남 코리아디자인센터에서 ‘와이(Why) 공정성장, 하우(How) 공정성장’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는데요. 이 자리에서 그는 왜 기준이 39살이어야 하는지를 열심히 설명한 바 있습니다. 안 전 대표는 “40세가 청년인가. 일반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한다”며 더불어민주당과 당시 새누리당을 비판했습니다. 그는 ‘청년 연령 기준을 높여야지 않냐’는 질문에 “창당하면서 거기에 대한 고민을 같이 나눴다.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국민들이 국민의당에 기대하는 변화의 열망을 실현시키는 도구가 될 수 있는가’다”라면서 “과감하게 기준을 다른 당과 반대로 국민들의 눈높이, 국민들이 청년으로 생각하는 기준으로 정해 열심히 노력해보자고 결론냈다”고 말했습니다.
이 발언이 ‘무너지기’까지는 1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지난 11일, 45살로 높여 결국 다른 큰 당들과 같아졌습니다. 농어촌을 비롯해 지역에서는 20~30대 젊은 당원을 모집하기 힘들어 시·도당에 청년위 구성 자체가 어렵다는 점이 주요 이유가 됐습니다. 20~30대 가운데 이번 전당대회에서 청년위원장에 출마할 만한 후보가 많지 않은 점도 이번 ‘연령 인상’에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결과적으로 ‘안철수’를 간판으로, 새정치를 내세우며 창당한 국민의당은 젊은 층의 관심을 모으는 데 실패했고 “국민 눈높이의 청년으로 변화의 열망을 실현시키겠다”는 포부도 슬그머니 접게 된 셈입니다.
장 후보의 시위는 이에 항의하는 것이었을까요? 그 반대입니다. 국민의당은 청년 나이 기준을 45살로 올리면서 청년위원장의 경우 ‘1972년 8월27일 이후 출생’으로 대상을 정했습니다. 전당대회 날짜 8월27일을 기준으로 삼은 것입니다. 장 후보는 1972년 1월24일생입니다. 기준보다 7개월 나이를 ‘더’ 먹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배제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시위가 있었던 이날 비대위에서 1월생인 장 후보까지 포함시키기로 했습니다. 국민의당은 “사회통념을 고려해 만 46살 미만까지 만 45살로 볼 수 있다고 재의결했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이번 국민의당 전당대회에선 이태우(29), 장성배(45), 심철의(44), 배준현(44) 후보가 경쟁하게 됐습니다. 기존 기준이었다면 이 후보 1명밖에 입후보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최근 국민의당에서는 청년 당원들이 당의 존립을 뒤흔드는 범죄의 당사자가 돼 충격을 줬습니다. 안 전 대표가 1호로 영입한 인재 이준서(40) 전 최고위원의 얘기인데요. 제보조작 사건으로 구속돼 현재 재판이 시작되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보를 조작한 당원 이유미(39)씨도 대선 때 2030 희망위 부위원장이었습니다. 제보조작 사건에서 검찰은 이 전 최고위원이 이유미씨에게 문준용씨 특혜 채용 의혹 관련 자료를 확보해오라고 하면서 “이번 건만 잘 해결되면 국민의당 청년위원장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 청년위원장은 당 최고위원을 겸직하게 되고 최고위원이 되면 쉽게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사실이라면 구태정치의 전형이 아닐 수 없습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이번 사건에 대해 “젊은 사회 초년생들의 끔찍한 발상”이라고 치부하기도 했는데요. 당내에서는 이번 일로 당 청년들의 활동이 위축되지 않을지 우려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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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하재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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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이야기는 매우 극단적인 사례지만, 다른 당들의 ‘청년 정치’에도 어려움이 많은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민주당에서는 19대때 청년 비례대표로 김광진, 장하나 의원이 당선됐지만 20대 국회에서는 청년 비례대표 후보가 당선권 밖 번호에 배정되기도 했죠. 이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최근 정당들은 ‘정치 학교’ 같은 프로그램을 가동하며 젊은 인재를 영입하고 젊은 유권자들에게 당을 홍보하는 활동을 한다고 합니다. 현재 바른정당이 ‘청년 정치학교’에 참여할 청년을 오는 18일까지 모집하고 있습니다. 바른정당은 교섭단체 가운데 현재 유일하게 45살이 아닌 39살을 청년의 기준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청년들의 눈물을 보고 정치를 시작했다”는 안 전 대표는 자신을 스티브 잡스에 비유하는 걸 즐겨했습니다. 지난 대선 때부터 국민의당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비교 대상으로 삼기 시작했습니다. 안 전 대표도 지난 3일 당대표 출마선언을 하면서 ‘프랑스가 극중주의로 정권을 잡았고 전세계적으로 파급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자신과 마크롱을 연관지으려 했는데요. 마크롱은 1977년생으로, 국민의당 청년위원장 대부분의 후보들보다도 젊습니다. 한국 의원 가운데서는 부산을 지역구로 둔 김해영 민주당 의원이 1977년생으로 그와 나이가 같습니다.
글·사진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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