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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8.11 11:46 수정 : 2017.08.16 16:15

10일 국민의당 전당대회 후보 등록을 마치고 광주에 간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광주 시의회 기자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정치BAR_송경화의 올망졸망_원고지 100여장 분량에 없던 ‘진보’_정치바

10일 국민의당 전당대회 후보 등록을 마치고 광주에 간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광주 시의회 기자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10일 ‘8·27 국민의당 전당대회’ 출마에 후보 등록을 마쳤습니다.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에 서류를 제출한 뒤 안 전 대표는 곧바로 광주로 향했습니다. 국민의당 24만 당원 중 12만명이 호남에 있습니다. 선거는 전 당원 1인 1표제로 치러지는 호남 표심이 승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거죠. 안 전 대표는 5·18 민주묘역부터 들른 뒤 광주시의회 사무실을 찾아 지역언론인들과 만났습니다. 호남에서 잔뼈가 굵은 고참 기자들이 많았습니다. 기자들은 안 전 대표가 출마선언 뒤 내세우고 있는 ‘극중주의’와 관련한 질문을 집중적으로 했습니다. 사실상 모든 질문이 그랬습니다.

Q. 이번 당권 출마가 정동영, 천정배 후보가 당 대표가 되면 국민의당이 호남당으로 굳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출마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실입니까?

Q. 천정배 후보는 안철수의 출마에 대해 ‘호남 인물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안 전 대표는 당 소멸을 막기 위해 나왔다고 했는데, 기존 후보로는 당 소멸을 막을 수 없다는 인식인가요?

Q. 천정배 후보가 안 전 대표에 대해 중도, 보수쪽으로 가고 있다고 했는데요. 어떻게 보는지요?

Q. 천정배 후보가 안 전 대표를 향해 ‘방화범이 불을 끄러 나오는 것 아니냐’고 했는데요.

Q. 당 대표를 보면서 국민이 당의 정체성을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는데, 천정배·정동영과 안철수는 뭐가 다른가요? 그 분들은 계속 안철수 출마는 탈호남화라고 하는데, 정체성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요?

Q. 상대 후보들은 안 전 대표가 호남의 지지를 잃은 것을 대선 패배 원인으로 꼽는데요. 호남에서 지지율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요?

안 전 대표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국민의당은 처음부터 그랬습니다. 합리적인 중도개혁 정당입니다. 그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7년 아이엠프(IMF)를 3년 만에 극복한 그 노선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노선에 대해서 이번 기회 당내에서 치열하게 토론이 되기를 바랍니다. 아마도 그런 것들을 거치면서 이제 당원들이 판단할 것입니다.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어느 노선이 맞는지 판단해주시면 일관되게 정기국회를 치를 수 있을 것입니다.”

천정배·정동영의 진보개혁과, 자신의 극중주의의 ‘노선 투쟁’이 이번 전당대회의 핵심이 될 것임을 인정한 것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이야기는 이날 처음 꺼냈습니다. 호남 방문 ‘맞춤형 답변’인 듯 합니다.

저를 비롯해 서울에서 내려간 기자들이 부연설명을 요청했습니다.

Q.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이 노선에 대해 판단할 것이라고 했는데, 경쟁자들의 진보 노선과 안철수의 중도 노선의 싸움인가요?
A. 아마 그런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과정에서 당원이 보시고 어떤 길을 가는 게 옳을지 판단할 것입니다.

Q. 워낙 중도를 강조하다보니, 진보개혁을 잃어버리는 것 아니냐는 호남의 우려도 있는데요.
A.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아이엠에프를 극복했던 그 노선입니다. 그것은 합리적 중도개혁 노선으로 김 전 대통령이 직접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Q. 확답을 안 하신 것 같은데, 천정배·정동영과 안철수의 정체성 차이는 무엇인가요?
A. 제가 생각하는, 우리 당이 가야 할 길을 말씀드린 겁니다. 다른 후보들은 본인의 노선에 대해 말씀할 것입니다.

Q. 정동영·천정배는 어떤 노선을 걷고 있다고 봅니까?
A. 중도라고 해서 개혁이 약한 게 아닙니다. 중도란 정말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실용주의적 방법입니다.…결국 다 같은 개혁을 원하고 있지만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가 그 차이입니다. 방향성의 차이이지 개혁성의 차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안 전 대표는 이후 국민의당 광주시당 사무실로 옮겨 ‘핵심당원’ 10여명과 간담회를 가졌고, 다시 광주시의회로 돌아와 광주지역 지방의원 10여명과도 만났습니다. 많은 말을 했습니다. 반복적으로 ‘중도’를 말했고,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을 구하기 위해 나섰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안 전 대표가 강조하는 극중주의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다른 후보들과의 ‘방향성 차이’가 실제 무엇이고 자신의 방향이 왜 선택돼야 하는지 자세한 설명은 이날 듣지 못했습니다. 위의 질의응답과 비슷한 언급이 반복됐습니다. 확실한 건 그의 입에서 ‘진보’라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200자 원고지 100여장에 이르는 이날 발언에서 그는 이 단어를 한 번도 입에 올리지 않았습니다.

또 그는 “지난해 총선때 호남에서 국민의당을 만들어줬다. 그래서 한국정치의 구도를 바꿨다”는 말을 여러 번 했지만, 현재 호남에서 국민의당의 지지율이 바닥을 기고 있는 데 대한 반성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한 지방의원이 ‘당 지지율이 5%다. 지지율 상승을 어떻게 할 것인지’ 묻자 안 전 대표는 이런 대답을 내놨습니다.

“대선 이후로 많은 일을 했습니다. 국민정책연구원(당 연구원)에서 제 3의길, 정체성을 포함해 굉장히 좋은 콘텐츠를 많이 만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그 활동들이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정치에서 내용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흥미를 유발하고 제대로 전달할지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누가 말을 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내용이 국민들에게 알려지면서 효과가 배가됩니다. 국민이 관심을 갖고 귀 기울여 들을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부족하지만 그 역할을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대선 뒤 많은 활동이 있었지만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데에 지지율 하락 이유가 있고, 자신이 나서서 이를 해결하겠다는 것입니다.

10일 국민의당 전당대회 후보 등록을 마치고 광주에 간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광주시당 회의실에서 ‘핵심 당직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지난 대선때 안 전 대표는 “진보-보수의 대통령이 아닌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제3의 길을 내세웠는데요. 결국 ‘이도저도 아닌’, ‘오락가락’ 스탠스로 호남에서는 문재인 후보에, 영남에서는 홍준표 후보에 밀렸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지난 대선때는 우클릭 행보로 호남 표심이 이탈했다는 분석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다른 거냐’는 질문에 안 전 대표는 “저는 제가 생각하는 문제 해결 방법에 대해 말씀드리고 있다”며 “어떤 분들은 이렇게도 해석하고 저렇게도 해석할 수 있지만 가장 현실적인 실행 가능한 방법들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는 이어 “대선 때 기억하겠지만 외부에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곳에서 제 정책이 가장 실현 가능한 정책이라고 평가해줬다”며 “지금 문재인 정부에서도 제가 주장했던 정책들로 선회하는 것이 꽤 많이 눈에 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에는 그의 ‘중도’ 노선이 인정을 받고 이를 계기로 자신이 원하는 대로 당의 체질을 바꿀 수 있을까요?

이날 광주 취재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오는 기차 안에서 지난달 12일, ‘제보조작 사건’ 사과문 발표 풍경이 떠올랐습니다. 안 전 대표는 제보조작 사건의 최대 피해자인 문재인 대통령, 아들 문준용씨를 끝까지 입에 올리지 않은 채 “심적 고통을 느꼈을 당사자에게도 사과드린다”고 했습니다. 좋아하지 않는 단어는 아예 언급을 피하는 게 정치인 안철수의 특징일까요?

광주/글·사진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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