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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11.16 15:28 수정 : 2016.11.16 16:04

정치BAR_송경화 기자의 올망졸망_국회의장 선언에도 ‘일단 보류’된 이유

11월7일 오후 국회 본청 예결위 소회의실에서 김현미 소위원장 주재로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 1차 회의가 열리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국회 청소 용역 노동자 207명을 직접 고용하겠다던 정세균 국회의장의 선언을 기억하시나요? 지난 6월16일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정 의장이 밝혔던 방침인데요. 18·19대 국회에서도 같은 시도가 있었지만 현실화하지 못했죠. 20대 국회에서는 ‘여소야대’ 국면에, 더불어민주당 출신이 국회의장을 맡으면서 이런 ‘취임 일성’이 가능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오는 12월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던 비정규 청소 용역 근로자들은 정 의장의 발언이 나온 날 즉시 기자회견을 열어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눈물을 훔친 근로자들도 있었지요. 12월을 한달여 앞둔 현재 이들의 직접 고용은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심사에 묶여 있습니다. 지난 14일 국회 638호에서 예결위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소위) 회의가 진행됐는데요. 전체 50명의 예결위 위원 가운데 15명으로 구성된 이 ‘소위’에서는 최종적인 감액·증액 심사를 합니다. 이날 심사에서 국회 청소 용역 근로자에 대한 직접 고용 사안은 일단 ‘보류’로 결론이 났습니다. 그 논의 과정은 이랬습니다.

예결위 수석전문위원 : 다음은 국회 파견 근로자 신분인 207명을 고용하는 안입니다.
이인용 국회 사무차장 : 네. 국회 청소 용역 직접 고용으로의 변경에 대해서 이견 없습니다.
송언석 기획재정부(기재부) 차관 : 기재부는 정부 원안 유지를 바랍니다.

논의가 시작되자마자, 기재부가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이어 기재부 1차관, 국무조정실장 출신의 추경호 새누리당 의원이 기재부 차관의 바톤을 이어 받았습니다.

추경호 의원 : 국회에서 직접 고용하자는 취지는 좋을 수 있는데 파급 영향력이 문제입니다. 타 기관들이 다 같이 (직접 고용을) 해달라고 했을 때 앞으로 얼마나 예산이 소요될지 영향도 짚어보고 결정해야 합니다.

현재 예결위 위원장은 야당 소속인 김현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맡고 있죠. 예결위원장이 직접 나섰습니다.

김현미 위원장 : 이게 예산을 증액하자는 것이 아니고 비목만 바꾸는 것입니다. 실제로 고용돼 있는 사람들의 처우에 있어서는 엄청나게 달라지는 것이거든요. 용역 회사가 가져가는 것을 청소 근로자 분들에 돌려드리는 것이니까 여야가 상임위(운영위원회)에서 했던 정신을 살려 동의해주시면 어떠나요.

추경호 의원 : 취지는 긍정적인데요. 정부 청사에서 용역회사에 위탁한 걸 전부 ‘우리도 직접 고용해달라’고 할 때 어떻게 소화할 것이냐에 대해서 한번 짚어봐야 합니다.

주광덕 예결위 새누리당 간사 : 처우 개선으로 인한 긍정적인 것이 있다, 다만 재정 당국에서 반대 의견을 표시하고 있으니까 조금 조정 등을 위해서 보류하죠.

이에 야당 의원들이 입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국회가 먼저 비정규직 문제를 해소하는 데 나선 ‘상징성’을 고려하자는 것입니다. 정세균 의장이 취임하자마자 이를 발표한 취지와 같은 맥락이죠.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우원식 위원장과 소속 의원들이 2013년 12월3일 오후 국회 청소용역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을 요청하려고 강창희 국회의장을 면담한 뒤 요청서를 정진석 국회 사무총장(맨 오른쪽)에게 전달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 이 사업의 비목 변경은 대단히 상징성이 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그동안 합동으로 해서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청소 용역과 관련해서 노동부와 기재부 등이 합동으로 낸 가이드라인도 있고요. 그 방향성에 부합한 것이라고 봅니다. 국민 모두가 원하는, 안정적인 일자리 및 신분의 안정성에서 갖는 측면을 보고 상임위에서 충분히 심사하고 논의한대로 수용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김광수 국민의당 의원 : 국회가 앞장서서 해소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국회가 먼저 나가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그러자, 직전에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했던 윤상직 새누리당 의원이 입을 뗐습니다.

윤상직 의원 : 직접 고용으로 전환할 때 추가적으로 드는 비용이 없습니까?

김현미 위원장 : 추가 비용이 없는 것으로 편성해왔습니다.

송언석 차관 : 현재는 추가 비용이 없는 것으로 돼 있지만, 현 시스템에서 직접 고용으로 바꾸면 예컨대 지금은 용역으로 해서 특정 회사가 있으니까 청소 도구, 장비가 회사 소유입니다. 그런데 직접 고용을 하면 국회에서 장비들을 사야 합니다. 돈이 전혀 안 드는 것이 아니고 추가적으로 들 수밖에 없습니다. 국회 관리직 인력의 추가 수요도 있고, 직접 고용되면 전체적으로 추가적인 급여 상승이랄지 파급 효과가 있을 수 있습니다.

서형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 그것은 확인을 해봐야지요. 현재도 파견 형식이기 때문에 설비에 예산이 들어갈 걸요?

김현미 위원장 : 청소용품 등에 현재도 (예산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김선동 새누리당 의원 : 정부 의견을 듣고 보류해서, 최종적인 컨센서스를 모으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실제 국회 사무처에 문의해보니, 용역회사에 국회가 지급하는 비용에 인건비는 물론 청소용품 등 비품 비용이 포함돼 있다고 합니다.

논의가 평행선을 달리자, 김현미 위원장이 마무리에 나섰습니다. 다른 사안들에 비해 비교적 긴 시간을 할애해 발언했습니다.

김현미 위원장 : 기재부가 열린 자세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예결위 심사가) 여기까지 오는데 얼마나 많은, 수십조의 사업을 의결해왔습니까. 주인도 알 수 없는 사업들이 여러가지 이름으로 해서 가는데 다 결정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거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당장에 10~20만원의 생활 편의를, 생활 개선을 주는 것이고 그 사람들에게는 엄청나게 중요한 금액입니다. 삶의 질을 좌우하는 것입니다. 예산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고 비목을 바꾸는 것까지 기재부가 이렇게 인색하면, 정부의 비정규직 문제 개선 의지에 대해 국민들이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야가 합의했고 반대 의견이 나타나지 않았고 보류하자고 하니까 기재부가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증액도 아니고 비목을 바꾸는 것도 정부가 동의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검토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보류하겠습니다.

김현미 위원장이 발언을 하는 동안 송언석 기재부 차관은 눈을 마주치지 않고 책상 위만 응시했습니다. 보류된 사안은, 15명의 위원 가운데 또 소수로 구성되는 ‘소소위’에서 추후 논의되는데요. 이 회의는 소위와 달리 언론 등 외부에 공개되지 않습니다. 정세균 국회의장의 약속은 지켜질 수 있을까요?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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