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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1.26 17:49 수정 : 2016.02.11 11:43

정치BAR_송경화의 올망졸망_강의는 참아주세요, 한상진 위원장님

26일 오전 전주화산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당(가칭) 전라북도당 창당대회에서 안철수 의원, 천정배 의원 등 창당준비위원들이 당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1월26일 오전 전주 화산체육관에 1500여명의 국민의당 지지자들이 모였다. 전북도당 창당대회였다. 전날 천정배 의원 주축의 국민회의가,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과 통합을 발표한 뒤라 관심이 더 쏠렸다. 안철수·김한길·천정배 의원 외에, 유성엽·주승용·문병호·김동철·황주홍·임내현·권은희·김관영·김승남·장병완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탈당 의원들이 총출동했다. 대부분 호남, 주로 전남·광주 의원들이다. 한상진 국민의당 공동 창당준비위원장도 왔다. 2시간여 진행된 이들의 연설 중 가장 많은 박수를 받은 이는 누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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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다 길어…한상진 위원장

26일 오전 전주화산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당(가칭) 전라북도당 창당대회에서 한상진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첫 순서는 한상진 위원장이었다. 시작은 좋았다.

“어제 국민의당과 전격적으로 통합하시는 용단을 내리신, 우리의 존경하는 동지, 천정배 의원이 우리와 함께 있습니다, 여러분. 천정배 의원에게 뜨거운 박수로 감사와 존경을 표합시다!”

맨 앞줄에 앉아있던 천 의원은 일어나 두 팔을 들어 흔들었다. “어제 통합의 숨은 공로이자 국민의당 커다란 기둥의 한분이신 김한길 동지가 우리와 함께 있습니다!”, “새정치 깃발로 한국 정치의 지각 변동을 선도하고 있는 안철수 동지가 우리와 함께 있습니다!” 박수가 쏟아졌다. ‘교수님’ 이미지와 달리, 여느 정치인 못지않게 목소리도 크고 손동작 등 제스처도 적절했다.

문제는, 길었다. 평생을 강의하는 교수로 살아온 영향일까?

20년 이상 김대중 전 대통령을 도왔다는 발언에서 시작해, 본인이 “양당 정치를 무너뜨리는 역사적 대장정”을 결심한 지난해 9월24일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어쩌고저쩌고해서 결심을 하게 돼서 9월24일에 전주에서 토론을 하게 됐고, 그 자리에서도 사람들이 깃발을 들라 해서 판단했고, 바로 여기 주역들이 모이게 된 스토리였다. 실내 체육관이긴 했지만 난방이 안 돼 추웠다. ‘딴 짓’ 하는 좌중들이 하나 둘 늘어갔다. 한 위원장은 ‘창공을 나는 나비’라는 표현을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같은 표현을 세 번 반복했다. 다른 발언자들의 두 배 가까운 시간을 사용한 뒤에야 단상에서 내려왔다.

물론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 영입에 대해 “보약이 아닌 독약”이라거나, 김관영 의원과 달리 더민주 잔류 의사를 확고히 한 전북 의원들에게 “귀가 먹었는지 눈이 안 보이는지 캄캄하다”는 등 날것의 표현들을 내놓아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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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호남 저격…천정배 의원

26일 오전 전주화산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당(가칭) 전라북도당 창당대회에서 천정배 의원이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4년 7·30 재보선때부터 ‘호남용’ 연설을 주로 해온 천정배 의원은 이날 전주 지지자들도 제대로 저격했다. 별로 원고를 볼 틈도 없이 ‘호남 홀대론’을 줄줄이 외쳤다. 5선 국회의원답게 큰 성량을 자랑했다.

“존경하는 전라북도 도민여러분! 우리가 오랫동안 믿어왔던 야당은 어떤 모습을 보여왔습니까? 우리 호남을, 하청 동원 기지 취급해왔습니다! 우리가 결정할 테니 호남 사람들은 그저 그대로 따르라, 이런 오만한 패권이 야당을 지배해왔습니다. 호남 사람들은 때 되면 표만 주고 무시당해왔습니다! 이제 더이상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이제는 우리 호남이 정당히 대접받는 그런 세상 이걸 만들기 위한 야당, 호남을 단순한 들러리로 여기지 못하는 그런 야당, 우리 호남의 정당한 이익을 지켜내고 특히 호남의 경제적 낙후를 극복할 수 있는 그런 야당을, 우리가 만들어야 합니다. 여러분!”

이 지점에서 지문이 들어간다면 ‘고래고래’였을 것이다. 광주, 전주를 방문하던 안철수 의원이 그간 ‘호남 홀대론’에 대해 ‘부산보다 가까운데 KTX 시간은 광주가 더 걸린다’, ‘인사 차별을 받는다’ 등의 다소 점잖은 표현들을 반복적으로 써온 데 비해 확실히 천 의원의 발언은 호남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만 했다. (참고로 안 의원의 ‘부산KTX시간 광주KTX시간’발언은 최근엔 ‘예전에 그랬다’로 정정됐다.) 박수 호응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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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시·도당과 대동소이했던 안철수 의원

26일 오전 전주화산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당(가칭) 전라북도당 창당대회에서 안철수 의원이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천정배 의원 바로 다음 순서가 안철수 의원이었다. 천 의원의 영향이 있었던 것일까. 평소보다 목소리를 굵고 크게 하려 노력하는 듯이 들렸다. 내용은 평소와 비슷했다. 안 의원의 지방행을 몇 차례 동행한 기자들이라면 귀에 익숙한 표현들이었다.

“어제도 참았고 오늘도 참고 있고 그렇지만 내일은 참지 않겠다는 국민들의 결심이 우리에게 똑바로 하라고 명령하고 계십니다!”, “이번 선거는 양당 구조를 깨느냐, 못 깨느냐의 싸움입니다. 이번 선거는 거대 양당의 기득권 담합 구조를 그대로 둘 것인가, 아니면 국민들께 더 많은 선택, 더 좋은 선택을 위한 강력한 제3당을 만들 것인가 하는 선택이라고 생각하는데, 여러분 동의하십니까?”

천 의원과 달리 ‘호남용’ 발언은 별로 준비하지 않은 것 같았다.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천 의원의 ‘뉴DJ’를 차용한 것이었다. 안 의원은 “이번 통합은 국민을 위한 통합이고 호남의 미래를 위한 통합입니다. 천정배 의원의 말씀처럼,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대통령에 도전할 젊은 정치인, 뉴디제이를 키워낼 것입니다”고 외쳤다.

이런 표현도 전에는 듣지 못한 것이었다. 창당 준비 초반과 달리 지지율이 하락세를 겪는 상황을 반영한 것일까?

“저 안철수가 좀 부족하고, 좀 못마땅하더라도 도와주십시오. 우리가 아직 미숙하고 모호한 점이 있더라도, 실수가 있더라도 도와주십시오.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하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하여 제3당의 혁명에 동참해주시기를 호소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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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박수를 받은 의원은…“정동영” 외친 유성엽 의원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연찬회에서 유성엽 의원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의외로 우레와 같은 박수는 유성엽 의원 연설에서 나왔다. 전북 정읍이 지역구인 유성엽 의원은 동학농민운동을 강조했다. 그러다 “튼튼한 호남 기반의 정당을 만들어 전국 정당을 지향해야 한다”면서 천정배 의원에 이어 통합신당 박주선 의원과의 통합도 조만간 마무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 꺼낸 인물은 정동영 전 의원이었다.

“아울러서, 전북이 배출한, 위대한 정치 지도자, 정동영 의장의 참여에도, 우리가 간곡하게 요청을 보내야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정동영 의장이 우리와 함께할 수 있도록 요청해야 한다고 보는데 여러분 생각은 어떻습니까, 여러분!”

한상진-김한길-천정배-안철수-주승용에 이은 순서로, 이미 1시간 넘게 대회가 진행되다 보니 박수갈채도 다소 형식적으로 흐른다는 느낌을 받고 있을 때였다. (무엇보다 추웠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박수 소리가 갑자기, 확연히 커졌다. 이게 전북의 민심을 반영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날 오후 안철수 의원과 한상진 위원장은 부산으로 이동해 국민의당 부산시당 창당대회에 연이어 참석했다. 오전 전주에서와는 달리 동행한 의원은 주승용, 문병호, 임내현 의원뿐이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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