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한동원의 영화감별사
<알리타: 배틀 엔젤>
특권층 사는 공중도시와
아래 쓰레기더미 고철도시
가상의 미래 계급사회 배경
인간 뇌+기계 몸의 걸크러시
어둠의 세력 맞서 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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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만화 <총몽>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알리타>에서, 주인공 알리타는 정교한 첨단의 컴퓨터그래픽 기술로 만들어진 ‘시지(CG) 배우’다. 사이보그로서 두뇌 빼고 기계몸을 한 알리타는 ‘최고 수준의 전투기계'답게 화려하고 강렬한 액션을 보여준다. 이십세기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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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세기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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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그래픽 볼거리 화려
극적 전개 긴장감은 부족 목숨 건 ‘롤러볼’ 장면 하이라이트 사실 최근 이 영화와 흡사한 기술적 접근방식을 취한 <레디 플레이어 원>의 개봉을 이미 접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드라마의 설득력, 즉 로봇의사 이도가 거대 쓰레기산에서 알리타를 찾아내어 알리타의 숨겨진 능력을 알게 되는 과정, 그리고 자렘으로 올라가는 것이 인생 목표인 소년 ‘휴고’(키언 존슨)를 만난 알리타가 그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얼마나 정서적 설득력을 가지는가 하는 것이다. 특히 하늘의 ‘자렘’과 지상의 ‘고철도시’로 나뉜 세계가 단적으로 표현하듯, 이 이야기가 직설적으로 건드리고 있는 계급 문제, 양극화 문제가 얼마나 지금 이 세계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절절하게 다가올 것인가 하는 부분이 이 영화의 정서적 핵심일 것이다. 이 부분에서 <알리타>는 그리 만족스럽지 않다. 사실 ‘최고 수준의 전투기계’로서 각성된 알리타는 싸움 본능, 전투 충동 그 자체에 의해 움직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그 고도의 전투능력을 앞세운 알리타의 싸움은 기본적으로 ‘휴고’의 꿈을 이뤄주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더 높은 세계’를 꿈꾸는 소년 휴고의 절망과 열망이 <알리타>의 정서적 발판이 될 것인데, 문제는 영화에서 그것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 “나는 자렘에 올라갈 거야. 그게 내 꿈이야” 등등의 대사는 있다. 하지만 정작 갖가지 위험을 감수하면서 그가 벗어나고 싶어 하는 ‘낮은 세계’의 삶, 그곳에 갇혀 있는 그의 절망감은 그리 효과적으로 표현돼 있지 않다. 꼭 원작처럼 자렘에 짓밟혔던 휴고의 과거 개인사를 영화에 살렸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그는 첫 등장부터 외바퀴 오토바이(꽤 있어 보인다)를 타고 등장해 알리타를 태우고, 거리의 친구들과 알리타에게 롤러볼 경기를 살짝이나마 맛보여주고, 전망 좋은 나만의 장소에 그녀를 데려가 도시의 이곳저곳을 소개하는 등 거의 알리타의 관광가이드에 가까운 행태를 보이는바, 관객으로선 그의 고철도시 탈출 열망, 그리고 신분 상승 열망을 느낄 기회가 도무지 없다. 그리고 덕분에 사랑하는 휴고를 위해 목숨 건 도전을 하는 알리타의 열의 또한 추력을 얻지 못한다. 더구나 그 도전이 ‘목숨을 건’ 것이 되는 과정 또한 상당히 인공적 긴장증폭장치로 느껴지며, 무엇보다도 알리타가 휴고를 ‘그렇게까지’ 사랑하게 되는 감정의 흐름 자체부터 별로 와닿지 않는 마당에야. 하여 이 영화의 시각적 하이라이트로서 제공되는 알리타의 ‘목숨 건 도전’, 즉 롤러볼 경기 장면에서 역시 그 화려한 액션에 걸맞은 긴장감은 없다. 원작을 읽거나 인터넷을 검색하면 열람할 수 있는 이 경기의 복잡다단한 규칙은, 사실상 영화 속에서는 거의 알아볼 수 없도록 뭉개져 있다. 하여 액션 속 극적 장치로 이용될 수 있었던 ‘야비한 반칙’이라는 카드는 아예 처음부터 사용 불가가 된다. 더구나 만화 독자와는 달리 영화 관객에게는 ‘원래 그런 카인드 오브 세계’라는 세계관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기회조차 없다. 하여 이 롤러볼 경주 장면은 거대 콜로세움에 세워진 트랙 질주를 곁들인, 이미 흠씬 본 육탄격투의 반복 이외의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 더구나 그 경기의 결과야 시작 전부터 이미 구구단 1단만큼이나 명명백백하게 예측되는 마당에야. 물론 이는 알리타를 자렘에 맞선 ‘해방의 여전사’ 반열로 끌어올려 이야기의 규모를 키우기 위한 설정이었겠으나, 그 의도 또한 너무 빤히 읽히는지라 차라리 사랑 이야기에만 집중하는 편이 훨씬 영화와 관객 모두에게 유익하지 않았을까 싶다. ‘영화의 미래 동력원 중 첫번째는 시나리오(이야기의 힘)’라는 프랜시스 코폴라 감독의 최근 언급이 자주 생각나는 요즘이다. 한동원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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