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11.24 20:40
수정 : 2015.11.25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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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은뱅이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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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방주는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슬로푸드 운동의 핵심 사업이다. 사라져 가는 독특한 음식을 보호함으로써 그 원료와 생산자, 문화까지 지키자는 것이다. 22일 현재 모두 2715개 동식물과 식품이 선정됐으며 우리나라에선 제주푸른콩장, 밀랍떡, 앉은뱅이밀 등 47종이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의 현지 실사를 거쳐 목록에 올랐다.
지역의 독특한 먹거리에는 그 지역의 생태적 특징과 역사가 어려 있다. 외딴 지역이나 섬에 그런 먹거리 유산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제주도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14종이 맛의 방주에 등록돼 있다. 우리나라 첫 목록인 제주푸른콩장은 제주도의 토종 품종인 푸른독새기콩으로 만든 전통 된장이다. 서귀포 지방에 남아 있는 이 콩 품종은 맛이 달고 찰기가 있어 된장과 국수용으로 쓰이지만 오랜 전통은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자생지에 태풍이나 자연재해가 몇 년 계속되면 종자의 보존도 위험하다. 이 재래 콩 품종과 그것을 가공해 이용하는 전통 지식 모두를 보존하기 위해 맛의 방주에 올린 것이다.
가장 최근에 등재된 밀랍떡은 경기 양평·가평 지역과 강원도 일부에서 전통적으로 만들어 오던 찹쌀떡이다. 직접 재배한 찹쌀과 야생 쑥, 들깨, 토종꿀을 내릴 때 모아둔 밀랍으로 쪄낸 떡이다. 찹쌀과 들깨 농사, 토종벌 키우기를 하는 전통 농촌에서 나온 음식인데 점차 기억 속의 식품이 되고 있다.
전통 어법으로 잡는 물고기와 음식도 ‘슬로피시’라는 이름으로 포함돼 있다. 손가락 틈으로 들어온 산란기 꽁치를 잡은 울릉 손꽁치, 제주 다금바리, 전남 낭장망 멸치, 웅어 등이 등재돼 있다. 토종 가축으로는 칡소, 연사오계, 제주 재래돼지, 제주흑우, 현인닭 등이 포함됐다.
세계 각지의 목록을 보면 토종 과일, 채소, 가축의 품종과 치즈, 빵, 살라미 등 가공육, 발효식품 등 획일적인 대량생산 농업체계에서 사라지고 있는 지역 특유의 다양한 먹거리가 올라 있다. 애초 국제슬로푸드협회는 맛의 방주에 1천종을 올리려 했지만 이런 다양성을 확인하고 2012년 목표를 1만종으로 늘렸다. 현재 세계 식량의 95%는 30가지 미만의 농산물 품종으로 생산된다.
글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사진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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