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01.17 19:13 수정 : 2006.01.20 07:31

건강 불평등 사회

[2006 연중기획 함께 넘자, 양극화] 1부 건강불평등 사회 ③ 흡연이 계층을 가른다

한 백화점 여직원 흡연율 42%

지난 3일 서울 한 백화점 옥상의 직원 흡연실. 두 평 남짓한 공간에 여직원 대여섯이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다. 흡연실의 대형 재떨이에는 담배꽁초가 수백 개 꽂혀 있다. 흡연실 밖에도 여성 직원들이 삼삼오오 담배를 피우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 백화점에서 일한 지 4년째라는 이정순(가명·30)씨는 “스트레스를 풀려고 피운다”고 말했다. 이씨는 20대 초반부터 담배를 피우기 시작해서 지금은 하루 한 갑 정도 피운다. 곧 결혼할 계획이어서 담배를 끊으려고 하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다.

젊은 여성도 소득·학력별
흡연율 격차 점점 벌어져

같은 매장에서 일하는 여성 직원 10명 가운데 9명이 담배를 피운다는 게 이씨의 얘기다. 그러다 보니 담배 끊기가 더욱 어렵다. 자주 목이 칼칼하고 아파서 담배를 끊어보려고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몇 시간을 못 버티고 다시 담배를 입에 문다. “휴식시간마다 같이 피우다 보니 누가 먼저 담배를 끊기가 어렵다. 게다가 종일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홧김에 다시 피우게 되고 ….”

이날 흡연실에서 만난 백화점 여성 노동자들은 “자신의 감정을 숨긴 채 항상 웃으면서 사람을 대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많이 쌓인다”며 “담배라도 피우지 않으면 견디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백화점 판매직 여성 직원들은 15분씩 하루 5차례 정도 있는 휴식시간에 주로 담배를 피운다.

실제 서울의 한 백화점 여성 노동자 862명을 한국금연운동협의회가 조사했더니 흡연율은 42.4%로 나타났으며, 평균 흡연량도 하루 7.92개비에 이르렀다. 흡연 기간은 5.92년, 담배를 시작한 시기는 평균 20.5살이었다. 흡연 실패 이유에서는 스트레스가 51.8%로 가장 높았으며, 이들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8.5%는 금연할 의지조차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4살 여성 흡연율, 서울 시내 한 백화점 여성 노동자 흡연 실태
백화점 여성 노동자들의 이런 실태는 흡연에 ‘스트레스’와 흡연 친화적인 ‘직장환경’이 얼마나 큰 구실을 하는지 잘 보여준다. 동시에 모든 사회계층에서 흡연율이 떨어지고 있는데도 늘어나고 있는 젊은 여성들의 흡연 상황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최근 조홍준 울산대 의대 교수 등이 1989~2003년 5년 동안의 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20살 이상 남녀 34만 4969명을 대상으로 흡연율을 조사한 결과, 25살 이하의 대졸 이상 젊은 여성 흡연율은 1989년 0.8%에서 2003년 1.1%로 1.4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중졸 이하의 여성 흡연율은 2.3%에서 11.6%로 무려 5배나 늘었다. 특히 학력 수준에 따른 흡연율 격차는 해마다 늘어나, 이 기간 대졸과 고졸 여성 사이의 격차는 5.4배, 대졸과 중졸 사이는 7.6배로 커졌다. 남성들도 대졸자와 중졸자의 흡연율 차이는 89년에 비해 2003년 3.8배로 늘어났다. 학력별 흡연율 차이는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건강수준의 격차를 보여주는 지표로 알려져 있다.


조 교수는 “전반적인 흡연율 감소에 초점을 맞춘 정부의 금연정책이 백화점 여성 노동자 등 젊은 직장여성과, 취약계층에게는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2006 연중기획 함께넘자, 양극화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