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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16 19:09 수정 : 2006.01.17 19:14

1부 건강 불평등 사회

[2006 연중기획 함께 넘자, 양극화] 1부 건강불평등 사회 ②부모의 지위는 아이의 건강지수
저체중아 산모 3명 사례

아기의 출생시 체중은 태아가 제대로 자랐는지를 가리키는 가장 일반적인 지표이다. 아기를 낳기 직전까지 어머니의 영양상태와 물질적 환경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만일 산모의 영양상태와 자궁상태, 산전 건강관리가 좋지 않다면 태아의 발육이 부진해 저체중아가 태어나게 된다. 저체중아를 낳은 아래 세 여성의 사례는 조산아와 저체중아에 대한 사전예방이 더 필요하고, 특히 빈곤층 산모들에 대한 정부의 사전 지원 대책 등이 필요함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집 보증금 없어 임신하고도 여관 생활
1.9kg 아기 낳았지만 정기검사도 못해

최정순(가명·29)씨는 요즘 아들 민우(가명)의 눈 검사비용 15만원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민우는 임신 33주만인 지난해 10월11일 태어났다. 몸무게 1.92㎏이었다. 저체중아로 태어난 아기들에게 예상되는 망막증 등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눈 검사를 해야하는데 최씨네 형편으로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민우를 임신할 즈음 최씨는 집 보증금을 마련할 수 없어 하루 방값 2만5천원씩을 내고 여관에서지냈다. 자연히 매일 밖에서 끼니를 해결하다 보니 산모의 영양상태를 따져서 먹을 형편이 못 됐다. 7년여 결혼생활 가운데 여관을 떠돈 기간을 합하면 2년이 넘는다. 최씨는 98년 경기도 의정부의 한 건설현장 함바집에서 일하다가 남편 김천식(가명·46)씨를 만났다. 두 사람은 모두 초등학교 졸업 학력이다. 한때 김씨는 직업소개소를 운영했지만 거의 수익을 내지 못했고, 최씨는 결혼한 뒤 직업을 가져 본 적이 없다.

최정순씨

최씨는 평소 생리가 불규칙해서 민우를 임신한 지 5개월이 되도록 임신 사실을 몰랐다고 했다. 어느 날 몸이 이상해서 산부인과를 찾았다가 임신 사실을 알았고, 그때는 이미 최씨의 자궁문이 열려 조산위험이 닥쳐있었다. 아이가 당장 나오는 것을 막으려고 최씨는 자궁 문을 꿰매는 수술을 받은 뒤 2달 동안 병원에서 누워만 지냈다. 입원기간 동안 300만원이 넘게 나온 병원비를 감당하기 힘들어 퇴원을 했다. 퇴원 바로 다음날 진통이 왔고, 그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아기를 낳았다. 최씨는 “수천만원이 드는 큰 수술을 받아야 할지 모른다는 의사의 말에 아기를 포기할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민우는 병원 인큐베이터에서 22일을 지내다 몸무게가 2.1㎏이 된 뒤 퇴원했다. 다행히 큰 수술은 받지 않았지만, 병원비가 520만원이나 나왔다. 420만원은 건강보험과 정부의 조산아 지원금으로 해결했다. 최씨네는 지난 9월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0만원짜리 방을 얻었다. 요즘 김씨는 하루 12~13시간씩 택시 운전을 한다. 하루 수입은 3만~10만원으로 들쭉날쭉하고, 생활비로는 턱없이 모자란다. 최씨는 10여년 전에도 저체중아를 낳았다가 아이를 살리지 못한 아픔이 있다.



출산 직전까지 밤 10시께 퇴근 반복
빚 많아 산모용 영양제도 못 사 먹어

박은주씨
박은주(가명·27·서울 관악구 상도동)씨는 지난달 30일 서울 영등포의 한 병원에서 몸무게 1.25㎏의 둘째 아들을 낳았다. 임신 31주째에 조산기가 왔다. 병원 분만실에서 1㎏도 안 되는 아기의 분만을 늦추려고 나흘째 안간힘을 쓰던 중 아기를 낳았다. 아기는 아직 폐가 성숙하지 못해 적어도 30일은 인큐베이터 안에서 지내야 했다.

박씨의 첫 아들인 현민(가명·6)이도 1.8㎏인 저체중아로 태어났다. 당시 박씨네는 현민이의 치료비 500만원을 구할 길이 막막해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를 썼다. 그 빚을 갚으려고 최근까지 이른바 ‘카드 돌려막기’를 했다. 형편이 어려워 현민이에게 이유식은커녕 영유아에게 반드시 필요한 예방접종도 다 하지 못했다. 저체중아들에게 우려되는 폐질환이나 망막증, 장질환 등 관련 검사도 제대로 해보지 못했다. 현민이는 또래들보다 덩치가 눈에 띄다.

박씨와 남편 정성호(가명·30)씨는 방 보증금이 없어서 얼마 전까지 시어머니가 사는 전세 2500만원짜리 한옥 쪽방에서 생활했다. 그러다가 지난 봄 보증금 500만원에 월 25만원짜리 다세대 주택을 얻어 분가하면서 둘째를 가졌다. “둘째를 또 조산할 위험이 크다고 주변에서 포기를 종용하더군요. 하지만 누구도 뱃속의 아이를 살리고 싶은 우리 부부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고교를 졸업한 뒤부터 일용직 페인트공으로 일하고 있는 정씨의 한 달 벌이는 150만원 안팎이다. 전문대를 중퇴한 박씨는 조기 분만 우려 때문에 병원에 입원하기 전날까지 지역 케이블방송국에서 전화상담원으로 일했다. 박씨는 임신한 뒤로는 회사 동료들의 배려로 낮 시간보다 일 부담이 적다는 이유로 주로 야근을 했다. 오후 1시30분까지 출근해서 100통에 가까운 전화 상담을 하고 오후 10시께 퇴근하는 생활을 반복했다. 식사시간에만 1시간을 쉬고 휴식시간은 따로 없었다. 이렇게 일을 해도 한 달 급여는 100만원을 채우기 힘들다. 임신 중에 보건소에서 공짜로 나눠주는 철분제를 먹었지만 따로 산모용 영양제를 먹거나 태교를 하지는 못했다. 박씨는 벌써부터 산모의 제왕절개 시술비 등 치료비 걱정이 태산이다. 더욱이 지금도 생활비로 진 빚 때문에 허덕이고 있다.


저체중아로 태어났지만 부모 형편 넉넉
잘먹고 운동 꾸준히 … 또래보다 덩치 커

윤소정씨
초등학교 3학년인 승주(가명·10)는 키 144㎝에 몸무게는 42㎏이다. 친구들 사이에서 덩치가 큰 편이다. 수영실력도 수준급이고, 학교에서는 학년 회장도 맡고 있다. 승주가 28주만에 몸무게 1.16㎏의 저체중아로 태어나 석달 동안 병원 신세를 졌다고 하면 아무도 쉽사리 믿지 않는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윤소정(가명·41)씨는 결혼 5년만에 3차례 시도 끝에 시험관 아기로 승주를 가졌다. 사업을 하는 남편(44)과 함께 한 달에 100만원이 넘는 한약을 꾸준히 지어 먹으며 불임 클리닉을 오랫동안 다닌 끝에 임신에 성공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수학 과외교사로 일하던 윤씨는 임신중에도 일을 줄이지 않고 밤늦게까지 계속했다.

윤씨는 술·담배는 전혀 하지 않는데다 건강한 편이었다. 임신 중에도 음식은 가리지 않고 잘 먹었다. 당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살던 윤씨는 집 근처 산부인과 병원에서 꼬박꼬박 정기검진을 받았다. 윤씨는 병원에서 자궁이 아주 약하다는 얘기를 여러차례 들었지만, 태아의 건강을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임신 6개월째 갑자기 하혈을 한 뒤 조산위험이 있어 자궁문이 열리지 않도록 하는 시술을 받았다. 몸에 무리가 가는 일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사의 충고를 받아들여 일을 그만뒀다. 출산을 늦추려고 노력을 했지만 결국 임신 7개월째 승주를 낳았다. 당시만 해도 저체중아 치료비가 건강보험에 적용되지 않았지만, 승주네 가계에 크게 부담이 되지는 않았다.

출산 뒤 그는 전업주부로 육아에만 신경을 썼다. 승주의 이유식은 영양을 생각해서 인스턴트 음식은 피하고 집에서 직접 만들었다. 우유와 두유를 섞어서 먹이고, 영양에 균형을 맞춘 죽을 끊여서 먹였다. 승주는 지금도 인스턴트식품보다 찐고구마 같은 먹거리를 더 좋아한다.

저체중아로 태어난 승주에게 혹시 후유증이 있을까봐 저체중아에게 흔히 나타날수 있는 관련 질병 검사는 빠짐없이 받게 했다. 승주는 지금도 일년에 한 차례씩은 꼭 눈 검사를 받는다. 폐활량을 키우려고 6살 때부터는 수영을 꾸준히 시켰다. 덕분에 승주는 친구들과 수영시합을 펼치면 늘 1등이다. 승주는 주변 사람들에게 “친구들 보다 먼저 태어났으니까 친구들 가운데 내가 가장 큰 형”이라고 말할 만큼 자신감에 넘친다. 특별취재팀

저체중아 산모 3명 사례진단

임신중 노동강도· 영양상태가 태아건강 좌우

박은주씨의 경우

첫 아들 (1.25㎏)과 둘째 아들 (1.8㎏) 모두 저체중아를 출산했다. 만약 박씨의 남편이 일용직 페인트공이 아니어서 월급이 150만원보다 조금만 많았어도, 박씨네는 월세방에 살지 않았어도 됐고 산모인 박씨는 임신중에 10시간이 넘는 노동시간과 야간노동을 불사하는 중한 노동을 피할 수 있었다.

야간노동은 임신을 비롯한 여성의 재생산기능을 파괴시키는 주범이다. 박씨는 첫 아이가 저체중인 병력이 있는데도 생계 때문에 임신중에도 일을 쉴 수 없는 형편이었다. 그는 근무시간이 길고 업무강도가 센 주간노동을 하거나 상대적으로 업무강도가 약한 야간노동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임신부의 노동강도와 노동시간이 저체중에 끼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를 보면, 육체적 노동강도가 강했을 때는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53% 정도 더 많이 저체중아가 태어난다. 산모의 주당 노동시간이 40시간 이하일 때보다 40시간 이상인 경우 저체중아 출생률은 50%나 높아진다. 이렇게 볼 때, 박씨가 임신중에 좀 더 영양을 섭취하고 절대안정을 취하고 안정적인 병원진료를 받았더라면 저체중아의 출생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최정순씨의 경우

임신 당시 안정된 주거공간 없이 떠돌아다니는 여관방 생활과 불충분한 영양섭취가 저체중아 출생의 주 원인이다. 어머니의 영양상태와 건강상태는 태아 건강의 결정적인 요인이다. 태아가 자궁 속에서 어머니로부터 충분한 영양공급을 받지 못하면, 태아의 성장은 방해된다. 태아에 영양이 결핍되면 각 장기가 제 때 발달을 못하게 되고, 태어나서도 장기의 장애로 인한 여러 가지 질환이 발생한다. 최씨는 저체중아인 민우를 낳기 10년 전에도 저체중아를 낳았으나 이 아이는 조기사망했다. 이렇게 저체중아 출생은 조기사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출생시 체중은 영아사망률 위험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윤소정씨의 경우

윤씨의 아들 승주는 저체중아(1.16㎏)로 태어났지만, 다행히도 사회경제적 환경이 좋은 가정에서 윤씨의 각별한 보살핌으로 때를 놓치지 않고 영양섭취, 운동, 체력관리, 건강관리를 해 온 덕분에 지금은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승주가 평생동안 합병증에 걸릴 확률은 거의 없어보인다. 승주 사례는 저체중아로 태어난 아이들에게는, 부모의 사회계급이 후유증 예방과 지속적인 건강관리 및 평생의 건강을 되찾을 수 있는 관건이 됨을 보여주고 있다.

출생시 체중은 출생 이후 삶의 건강지표가 된다. 저체중은 장기의 손상, 호흡기, 당뇨, 고혈압 등 장기손상의 지표가 되고 있을 정도로 일생 동안의 건강상태에 영향을 끼친다. 결국 저체중아로 태어난 아이들은 끊임없는 보살핌이 필요하며, 이는 저체중아로 태어난 원인이 된 낮은 사회계급의 부모들이 해결해줄 수 없는 막대한 재정 및 의료재활 지원을 포함한다. 손미아 강원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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